2023년 부동산 시장은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난해 말부터 높은 금리 영향으로 고꾸라진 부동산 시장은 올해 1~2월에는 최악의 시기를 지났다. 매매 가격이 고점 대비 30~40%씩 떨어졌고, 전셋값도 급락했다.
하지만 5월 들어 상승 전환하더니 하반기로 들어오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바뀐다. 주택가격이 반등했고, 전셋값도 바닥을 찍었다. 강남권과 여의도,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서울에서도 인기 지역은 신고가 거래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제 관심사는 앞으로의 추이다. 본격적인 회복세가 시작됐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하락장 속에서 일시적으로 집값이 올랐다가 다시 떨어지는 ‘데드캣 바운스’라는 주장도 팽팽하다.
집값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 추이를 정확하게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꼭 확인해야 하는 지표들은 존재한다. 이 같은 측면에서 수많은 부동산 관련 지표 중 어떤 게 허수이고, 어떤 게 진짜 확인해야 하는 지표인지 구분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부동산 학계에선 일반적으로 ▲가격 지수 ▲거래량 ▲주택 구매력 ▲미분양 ▲전세가율 등 5가지 지표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이 5가지 지표가 어떤 상태인지 점검하면 내년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준다.
부동산 시장이 얼마나 활황인지를 보여주는 실거래가지수는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격히 회복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7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11.17% 상승했고,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4.41% 올랐다. 서울을 기준으로 지난해 하락 폭(22%)의 절반을 되찾았다. 실거래가지수는 실제 거래된 아파트의 실거래가격을 이전 거래가와 비교해 지수화한 지표다.
지금 실거래가지수 추이를 봤을 때 부동산 시장은 ‘급락 공포’에서는 일단 벗어난 모양새다.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아파트 매수 수요가 몰리면서 완만한 형태의 가격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R114가 2021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이하 전고점)까지와 올해 들어 9월까지 같은 단지에서 동일 면적이 거래된 서울 아파트를 대상으로 최고가 거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전고점 평균은 12억6695만원이었고, 올해 최고가는 평균 11억1599만원이다. 전고점의 88% 수준을 회복한 셈이다.
글로벌 집값도 최근 반등세다. 부동산도 일종의 자산인 만큼 세계적인 흐름은 국내 추이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당초 내년까지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던 글로벌 전문 기관들은 집값 예측치를 긴급 수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23년 미국 집값 상승률을 2.2% 하락에서 1.8% 상승으로 긴급 수정했다. 호주도 코어로직이 당초 올해 10% 하락에서 4%상승으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예상치 못한’ 세계적 집값 반등세의 이유로 금리 인상 정점론, 주택 공급 부족, 팬데믹 기간의 초과 저축, 이민 증가로 인한 주택 수요 회복 등을 꼽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있다. 집값이 회복한 것은 확실한데 상승 폭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넷째 주(22일) 0.03% 올라 상승 전환했던 서울 집값은 꾸준히 오르며 8월 셋째 주까지 상승 폭도 커졌다. 하지만 8월 넷째 주에 상승 폭이 줄어들더니 9월 들어서는 첫째 주(0.11%)→둘째 주(0.13%)→셋째 주(0.12%)→넷째주(0.1%) 등으로 0.1%대 초반에서 상승률이 횡보 중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올해 초와 비교해선 분위기가 좋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 아파트 거래는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지난해 12월 한 달간 거래량은 835건으로 1000건에도 한참 못 미쳤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1월 거래량이 1411건으로 늘더니 2월(2451건)에는 2배가량 치솟았다. 이후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 연속 3000건을 넘어서고 있다.
서울 아파트의 2006~2022년 월평균 거래량은 6040건이었다. 하지만 시장 급등기인 2019년(6257건)과 2020년(6748건) 데이터가 포함된 만큼 일반적인 거래량은 한 달 평균 4000~5000건 정도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렇다면 서울 아파트가 한 달 평균 3000건 안팎으로 거래되는 지금은 시장이 어떤 상태라고 해석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심각했던 거래절벽이 풀리고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의 중간 단계에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매도자와 매수자가 팽팽한 균형을 이루는 상태에서 급매물이 소진되는 상황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월 거래량이 5000건 이상으로 올라와야 비로소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좀처럼 4000건대를 돌파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4월 들어 3186건을 기록해 3000건대에 올라선 이후 5월 3426건, 6월 3849건으로 늘었다. 7월 3591건으로 주춤하긴 했지만, 8월 3837건으로 소폭 회복했다. 부동산 수요자의 ‘주택 구매력’이 높아진 것도 눈여겨볼 만한 요인이다. PIR(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HAI(주택구입잠재력지수) 모두 긍정적인 신호를 나타낸다.
PIR는 주택가격을 가구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중위소득(3분위) 가구가 서울에서 중간 가격대(3분위) 집을 사기 위해 필요한 기간을 나타낸 값이다. 예를 들어 PIR가 12라면, 중위소득을 받는 근로자가 월급을 한푼도 쓰지 않고 12년을 모아야 서울에서 중간 가격대 수준의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PIR 수치가 낮을수록 주택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 여력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 PIR는 10.5로 조사됐다. 2022년 1분기 14.4였던 점을 감안하면 많이 떨어졌다. 2분기 기준 전국 PIR도 4.8로 2022년 1분기(7.3)보다 2.5포인트 감소했다. HAI는 중위소득 가구가 금융회사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할 때 현재 소득으로 대출 원리금 상환에 필요한 금액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 기준은 100이다. HAI가 100보다 클수록 중간 소득 가구가 주택을 무리 없이 구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올 3월 기준 전국 아파트 HAI는 107.3이었다. 지난해 9월 78까지 빠졌다가 올해 들어 1월 102.5, 2월 104.4 등으로 다시 100 윗선으로 올라섰다.
주택금융공사가 발표하는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도 사상 최고를 기록했던 지난해 3분기(214.6) 이후 3분기 연속 내림세다. 올 2분기 165.2로 올해 1분기(175.5) 대비 10.3포인트 하락했다. 물론 주택 구입에 대한 부담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주택금융공사의 주택구입부담지수가 140 안팎 정도까지는 내려와야 안정적인 것으로 해석한다.
집값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주택 공급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미분양은 핵심 데이터다. 주택 미분양이 급증하면 건설사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할인 판매 등을 실시해 주변 아파트 시세를 끌어내린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급증하던 전국 미분양은 일단 상승 추세가 멈춘 상태다. 4월 7만 1365가구까지 뛰었던 전국 미분양 주택은 분위기가 꺾인 뒤 올 8월 기준 6만 1811가구까지 줄어들었다.
하지만 미분양 데이터를 자세히 뜯어보면 앞의 3가지 지표와 달리 뭔가 불안한 모습이다. 우선 공사가 끝난 뒤에도 분양되지 못해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이 조금씩이지만 계속 늘어나는 모습이다. 8월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9392가구로 전월보다 오히려 3.9% 증가했다. 2021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체 미분양도 상승 분위기가 꺾였다는 것이지 국토부가 제시하는 ‘위험선’인 6만 가구 아래로는 내려가지 못하고 있다. 미분양 주택 증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 2010년대 초반 부동산PF 부실이 터지면서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끌어내렸던 상황이 유의해야 하는 부분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부동산PF 대출의 연체율과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각각 1.19%, 1.25%로 2021년 이후 계속 상승 중이다. 특히 증권사의 부동산PF 연체율은 이미 지난해 말 10.4%로 2021년 말(3.71%)보다 6.69%포인트 급증했다. 일부 증권사 연체율은 20%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진다.
미분양과 함께 주택 시장의 완벽한 회복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가 전세 시장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집값 하락은 전세가격 급락을 동반한 점이 특징이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9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1.1%였다. 50% 선이 위협받았던 올해 4월보다는 낫지만 상황이 완벽하게 좋아졌다고 보긴 어렵다. 부동산 업계에선 ‘서울 전세가율 50%’가 50%를 밑돌면 매매가가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지금까지 지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서울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찍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최근엔 소강 상태에 접어든 것도 사실이다. 거래량도 3000건 후반에서 뚜렷한 변화가 없는 데다 집값 상승률도 점차 둔화하고 있다. 서울 집값이 이미 전고점의 80~90%를 회복해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커진 데다 최근 금리까지 다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리 리스크는 여전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향후 물가가 오르면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2020년 이전의 초저금리로 되돌아가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부동산 대출이 뇌관이 된’ 금융위기 가능성도 문제다. 미국의 경우 상업용 부동산 부실로 인한 금융사 연쇄 파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의 1분기 오피스 공실률이 12.9%로 치솟으면서 오피스 대출이 많은 중소은행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정착되면서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졌다. 특례보금자리론 등 올해 초 시장을 밀어 올렸던 정책 동력도 소진됐단 분석이다. 총선을 앞두고 시장을 자극할 만한 정책을 내지 않을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정책을 통해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결국 금리가 확실히 떨어지거나 획기적인 새 정책이 나오지 않는 한 서울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게걸음’을 이어갈 것이란 의견이 많다.
손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