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로 대표되는 기술주 랠리, 높아진 한미 국채금리에 배당주 소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외 증권 전문가들은 배당수익률이 높아진 지금이 우량 배당주를 담기에 적절한 시기라는 조언이 나온다. 배당금은 물론, 향후 금리가 인하되면 주가 상승까지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4.34%까지 치솟았다. 높은 금리는 배당주 투자에 치명적이다. 만기까지만 보유하면 원금을 잃지 않는 ‘무위험 자산’인 채권금리가 그만큼 높은데 주가 하락의 위험이 있는 배당주에 투자할 유인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우량 배당주 중에서 배당수익률이 7%가 넘는 종목들이 속출하기 시작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주가가 하락하면서 배당수익률(배당금/주가)이 크게 올라간 것이다.
지난 8월 미국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S&P500지수에 소속된 기업들 중 배당수익률이 7%가 넘는 기업들의 목록을 발표했다. 알트리아·버라이즌·AT&T·키코프·트루이스트파이낸셜·월그린스부츠얼라이언스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주가가 올해 예상 순이익의 10배 미만에서 거래되고 있어 실적 대비 저평가된 상태다.
지난달 2일(현지시간) 기준 담배 회사 ‘필립모리스’를 산하에 두고 있는 알트리아그룹 배당수익률이 8.89%로 가장 높았다. 알트리아는 지난 13년간 꾸준히 배당을 늘려온 기업이기도 하다. 알트리아 주가는 올해들어 주당 45달러대에서 44달러대로 3% 하락했다. 배당을 감안하더라도 S&P500지수가 그간 14%나 올랐음을 고려하면 아쉬운 수익이다. 이유는 원료값인 잎담배의 가격 상승과, 말보로 등 전통 담배 브랜드들의 매출액이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주요 통신사인 AT&T와 버라이즌도 올해 들어 주가가 크게 하락한 종목들 중 하나다. AT&T 주가는 올 들어 22%, 버라이즌은 13% 하락한 상태다. 격화하는 통신 시장의 경쟁과, 두 기업이 과거 2000개 이상 지역에서 독성 납 케이블을 방치함으로써 토양 및 수질 오염을 일으켰다는 의혹 때문에 주가가 떨어졌다고 배런스는 분석했다.
주가 하락으로 인해 AT&T는 7.58%, 버라이즌은 7.49%라는 높은 배당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5년간 평균 배당수익률인 5~7%를 웃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편의점과 약국을 합친 형태의 오프라인 점포 ‘월그린’을 운영하는 월그린 스부츠얼라이언스(월그린)도 올해 들어 37% 하락하며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주가가 하락하면서 배당수익률은 7.59%까지 올라 지난 5년 간 평균인 4%를 크게 웃돌고 있다.
무려 47년 연속 배당을 인상해온 월그린은 코로나19 백신 매출 감소로 인한 실적 타격을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배당수익률이 다소 낮더라도 주가가 상승할 모멘텀이 있는 배당주들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늘어나고 있다. 배당수익률이 높아도 기업의 장기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기업들은 투자 위험성을 개인투자자들이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배런스에 따르면 울프리서치의 최고 투자책임자(CIO) 크리스 세니에크는 최근 장기간 배당을 증액해왔으며, 현재 주가순이익비율(PER)이 10년 평균에 비해 낮은 ‘배당 귀족주’ 13곳의 리스트를 공개했다. 이들은 과거 25년간 연속으로 배당을 올려왔고 최근 10년간은 연속으로 자사주 매입도 지속했다. S&P500지수 대비 이들 종목의 평균 PER은 0.95배로, 최근 10년 평균 1.03배에 비해 낮다. 이들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2.5%로 현재 미국 국채 금리를 고려하면 매력적인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향후 금리가 인하되면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와 배당 증액 2가지 효과를 모두 노려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세니에크 CIO가 분석한 리스트에는 로우스·제뉴인파트너스·월마트·콜게이트팔모라이브·아플락·카디널헬스·익스페디터인터내셔널오브워싱턴·C.H.로빈슨월드와이드·에머슨일렉트릭·A.O.스미스·일리노이툴웍스·W.W.그레인저·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 등이 꼽혔다. 이들은 대부분 산업재나 필수소비재 섹터에 속한 기업들이었다.
국내 증시에서도 배당주는 외면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표적인 배당주로 꼽히는 통신주들의 외국인 순매도 추이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이동통신 3사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SK텔레콤은 외국인 지분 한도 소진율이 지난해 8월 26일 96.59%에서 지난달 1일 83.76%로, KT에 대한 소진율은 93.39% 에서 82.82%로 내려갔다. LG유플러스만 소진율이 76.83%에서 79.99%로 소폭 올랐다.
소진율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할 수 있는 특정 기업의 지분 중 한도를 얼마나 채웠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SK텔레콤 지분을 6200억원어치, KT는 4400억원어치 순매도했으며 LG유플러스는 7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무선통신 섹터에서 1년여간 총 1조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자연스럽게 주가 흐름도 좋지 않았다. SK텔레콤 주가는 1년간 8%, KT는 11%, LG유플러스는 8%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6%대 상승했음을 감안하면 두드러지는 하락세다.
지난 1년은 외국인 투자자들로 하여금 통신주 투자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 다수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우선 지난해 8월 MSCI지수에서 SK텔레콤이 편출됐다. 지수 편입과 편출은 글로벌 패시브 자금 유입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 업계 2위인 KT도 지난해 말부터 최고경영자(CEO) 공백 사태로 대표되는 거버넌스 이슈가 불거졌다. 두 기업에서 빠져나온 외국인 자금이 그간 소외됐던 LG유플러스로 유입되면서 LG유플러스 한도 소진율은 소폭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압박으로 올해 상반기 통신사들이 일제히 ‘중간요금제’를 출시하면서 또 다른 ‘규제 리스크’가 대두됐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주가 하락으로 통신사들의 배당수익률은 높아진 상태다. 주가가 더 이상 하락하기 어렵다는 인식만 공유할 수 있다면 수익을 노리기에 나쁘지 않은 시점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 SK텔레콤 배당수익률은 6.93%, KT는 6%, LG유플러스는 6.23%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평균 예금 금리는 3.7%로 통신 3사 배당수익률이 이보다 눈에 띄게 높다.
증권가에서는 SK텔레콤과 KT에 대한 긍정적인 투자 전망이 나오고 있다. SK텔레콤은 3분기 호실적이 기대되고 장기적으로 주주환원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KT는 경영진 선임 이슈가 일단락되면서 주가가 모멘텀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장원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내내 불확실성으로 자리잡았던 경영 공백 리스크가 8월 말 주주총회 이후 해소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안전자산 금리가 3~5%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배당주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보는 시각은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배당주를 적립해나가고 있는 투자자라면 배당수익률이 높을 때가 투자 적기가 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금리가 낮을 때는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주가가 오른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이때 투자하면 배당은 받을 수 있을지언정 ‘앞으로는 벌고(배당금) 뒤에서 까먹는(매매차익)’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실제 겨울 이전에 배당주를 매수하는 것이 수익률 측면에서 가장 나은 성과를 보였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지난 6월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코스피·코스닥 배당주 성과는 3분기에 가장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8월 배당주의 평균 수익률이 0.41%로 가장 높았고 7월(0.26%), 6월(0.16%)이 그다음을 차지했다. ‘서머랠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역사적으로 3분기에는 주식시장 수익률이 좋아 배당주도 수익률이 양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배당수익률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투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래학 투자자에 따르면 좋은 배당주의 조건은 우선 배당수익률이 시중은행 금리보다 높고 5년 이상 꾸준한 배당정책을 펼친 기업이어야 한다. 이익 잉여금이 꾸준히 발생하고, 매출액 성장률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이상인지를 확인해 실적 안정성이 높은지 점검해야 한다. 재투자의 필요성이 적어 잉여현금흐름이 5년간 꾸준히 쌓였는지도 보는 것이 좋다.
또 미국 주식의 경우 배당기준일(Record Date)로부터 3영업일 이전에 매수해야 배당을 지급받을 수 있다. 배당주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기본공제 연 250만원을 제외하고 22%의 세율로 세금이 발생한다. 배당수익은 현지에서 15% 세금이 원천징수되며 다른 금융소득과 합산해 2000만원이 넘으면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강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