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 상승 랠리를 따라 기업공모(IPO) 시장이 뒤이어 기지개를 켜는 가운데 한국 관련 기업들이 줄줄이 나스닥 증권거래소 상장에 나섰다. 통상 기업들 상장은 상승장에서 활기를 띤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 금리 인상 속도전을 벌이면서 증시가 고전하던 지난 2022년과 상반되는 분위기다. 특히 한국 관련 기업들의 경우 K-컬처 인기에도 힘입어 앞다퉈 상장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 6월 15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는 지중해 음식 체인점 카바(티커 CAVA)가 상장 첫날 100% 가까이 폭등해 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카바의 공모가는 1주당 22달러로 정해진 후 주당 42달러로 거래를 시작했다가 공모가 대비 99% 뛴 43.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그간 뉴욕 증시에서 기업 상장이 뜸했다는 점, 공모가 대비 첫날 주가가 2배 가까이 오른 것은 지난 2021년 이후 거의 처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공적인 증시 데뷔였다는 현지 평가가 따른다.
이런 가운데 월가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하반기 기업들 상장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투자 메모를 통해 “전반적인 IPO 흐름을 측정하는 지표를 보면 해당 지표는 지지난해 6월 최고치(201)를 기록한 후 지난해 9월 최저치(7)로 떨어졌다”면서 “다만 올해 상반기 현재 93으로 빠르게 올라섰으며 하반기로 진입하면서 119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IPO 지수를 끌어올린 가장 큰 배경으로 최근 3개월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11% 이상 오르는 식으로 주식 시장 반등이 두드러진 점을 꼽았다.
골드만삭스가 산정한 IPO 지표 기준치는 100이다. 100을 웃돌면 기업들 IPO가 활기를 띠는 반면 100을 밑돌면 부진하다고 풀이한다. 다만 골드만삭스 측은 현재 증시 환경이 거시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IPO 부문으로 본격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고 있다는 분석도 냈다.
이 밖에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마이크 벨린 미국 IPO 담당 공동 수석은 “확실히 올해 여름을 기점으로 IPO가 눈에 띄게 늘어날 것”이라면서 “내년이 되면 상장 열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IPO는 기업이 증시에 상장하는 가장 일반적인 통로로 증시 상장 첫 단계로 불린다. IPO는 증시 상장에 나선 기업이 외부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팔기 위해 주요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이 증시에 상장하는 통로는 총 3가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IPO 상장, 두 번째는 기업인수목적기업(SPAC·스팩)을 통한 우회 상장, 세 번째는 직접 상장(DPO)이다. 직접 상장의 경우 IPO나 스팩에 비해 사례가 많지 않다. 지난 2020년 10월 미국 빅데이터 업체 팔란티어와 협업 관리 플랫폼 업체 아사나가 각각 NYSE에서 직접 상장한 바 있다.
뉴욕 증시에서 다시 상장 열기가 시작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올해 들어서는 한국 관련 기업들이 줄줄이 나스닥 증권거래소 상장에 도전해 눈길을 끈다.
대표적으로는 케이엔터홀딩스를 들 수 있다. 케이엔터홀딩스는 스팩인 글로벌스타(티커 GLSTU)와 합병계약을 체결한다고 최근 밝혔다. 계약 과정에서 케이엔터홀딩스의 기업 가치는 6억1000만달러(약 7830억원)로 평가됐다.
글로벌스타는 북유럽과 아시아 지역 기업과 합병하기 위해 설립된 스팩이다. 케이엔터홀딩스는 스팩에 합병됨으로써 우회 상장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이번 합병이 성공하면 국내 종합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회사로는 처음 나스닥 거래소 상장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엔터홀딩스 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심사를 마치고 올해 4분기 안에 합병을 마무리 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영화·드라마 제작을 해온 7개 콘텐츠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예약 매매를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케이엔터홀딩스를 이끄는 최평호 회장은 CJ CGV 설립 멤버로, CJ ENM 영화 사업본부장을 지냈다. 케이엔터홀딩스에 합류하는 7개 기업 중에는 영화 <택시운전사>로 이름을 알린 ‘더램프’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 영화 <승리호>와 <추격자> <작전> <늑대소년>을 제작한 ‘영화사 비단길’을 비롯해 <내가 살인범이다>와 <카터> <악녀> 등으로 이름을 알린 콘텐츠 기업 ‘앞에있다’도 합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류뱅크 지주사인 한류홀딩스도 나스닥 상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류홀딩스는 SEC에 공모신주 수량과 주당 단가를 담은 증권 신고서를 확정해 제출한 것으로 7월 5일 알려졌다.
한류홀딩스는 글로벌 팬덤 플랫폼 ‘팬투(FANTOO)’를 운영하는 업체다. 회사 측은 K-팝 팬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운영이 주요 서비스이며 팬투 사용자 수는 2500만 명이라고 밝혔다. 한류홀딩스는 지난 4월 공모주 청약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한국 금감원 제동으로 한 차례 상장 일정이 지연된 바 있다. 금감원은 한류홀딩스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법인임에도 이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해왔다.
한편 한국식 고기요리 체인점인 ‘젠코리안 BBQ’도 미국 나스닥 거래소 상장에 나섰다. 미국 요식업 잡지인 <FSR매거진> 등에 따르면 한국계 이민자 출신 데이비드 김·재장 공동대표가 창립한 젠 코리안 BBQ는 지난 5월 말 나스닥 상장을 위해 최대 2500만달러 규모 IPO를 신청했다.
젠 코리안 BBQ는 지난 2011년 캘리포니아주 터스틴에서 시작해 미국 내 뉴욕과 텍사스 등 주요 지역 32개 매장을 보유 중이다.
젠 코리안BBQ를 공동 창업한 장 대표는 샤부야와 스모, 옥토퍼스, H2O 스시, 캘리포니아 고기 등 아시아계 식당 체인점을 경영했고 김대표는 데니스와 칼스주니어 등 대형 레스토랑 체인 경영을 비롯해 요식 부문 투자 업계에서 주로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뉴욕 증시에 상장된 한국 기업 수는 총 10곳이다.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 뉴욕 증시에 상장한 포스코홀딩스(티커 PKX)의 경우 지난 1994년 10월 NYSE에서 상장했다. 이밖에 SK텔레콤과 KT, 한국전력공사, LG디스플레이,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등이 NYSE에 상장했다.
현재 기준으로 나스닥 거래소에 상장해 주식이 거래되는 한국 기업은 온라인 게임 업체 그라비티(티커GRVY)가 유일하다. 과거 약 10곳 정도의 한국 기업이 나스닥 거래소에 상장했다가 상장폐지됐기 때문이다. 그라비티는 지난 2005년 2월 상장했다. 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로 이름을 알린 기업이다.
증시에 상장하는 가장 일반적인 통로인 IPO를 통해 상장한 기업은 현재로서는 ‘한국판 아마존’ 쿠팡(티커CPNG)이 유일하다. 쿠팡은 지난 2021년 3월 NYSE에 상장했다. 앞서 언급한 포스코홀딩스와 그라비티 등 아홉 곳은 미국 예탁증권(ADR·American Depositary Receipt)형식으로 상장했다는 점에서 쿠팡과 구별된다.
ADR은 미국 현지 은행이 외국 기업으로부터 예탁받은 증권을 담보로 발행한 주식이다. 쉽게 말해 한국 기업인 경우 한국에서 발행한 주식을 미국 은행이 담보로 삼아 발행해 뉴욕 증시에 상장한 것이 ADR이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ADR 주식과 IPO를 통해 상장한 주식은 기업가치를 반영한 주가 평가나 주식 거래 방식, 수익률 계산 방법 등의 측면에서 실질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
나스닥에서 거래되는 그라비티 주식도 ADR 형태다. 그라비티는 나스닥 거래소 2부 리그 격인 나스닥 글로벌 마켓에 상장해 있다.
나스닥 거래소는 크게 3개 등급으로 나뉜다. 1부 리그 격인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마켓에는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같은 대형 기술주가 상장돼 있다. 이 밖에 2부 리그격으로는 나스닥 글로벌 마켓, 3부 리그 격으로는 나스닥 캐피털 마켓이 있다.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마켓과 달리 나머지 두 곳은 주식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뜸한 편이다.
나스닥 거래소는 상장 요건이나 자금 조달 규모, 기업 인지도 등에 따라 등급이 다르다. 기준에 미달하면 거래소 등급 강등, 부합하면 상향이 이뤄지기도 한다. 1부 리그 격인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마켓은 일정한 매출·수익성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매출액 기준을 보면 기업의 최근 매출액이 1억1000만달러 이상이거나 시가총액이 1억6000만달러를 넘겨야 한다. 수익성 기준을 보면, 최근 3년 연속 흑자·3년 합산 영업이익 1100만달러 이상이어야 한다. 반면 3부 리그 격인 나스닥 캐피털 마켓은 시가총액이 5000만달러 이상인 기업이면 상장할 수 있다. 별다른 거래 실적이나 순이익을 내지 않았어도 상장이 가능하다.
매일경제 뉴욕특파원 김인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