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원희룡 전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임명됐다. 제주지사 시절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과 함께 공시가격에 대한 비판을 해온 원 후보자 임명으로 한국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 방식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세제 개편 필요성을 거듭 언급하면서 향후 부동산 관련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초미의 관심이 몰린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통합하는 등 세금 체제 전반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것은 공시가 체계 전반에 대대적인 메스를 들이대느냐 여부다. 원 후보자는 제주지사 시절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놓고 ‘국회 동의 없는 증세’로 규정하며 맹공격에 나선 바 있다. 국토부 장관으로 지명된 후에는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인 듯 공시가격 산정 방식 개편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예고했지만 저간에 깔린 철학은 공시가격 산정 방식에 심대한 오류가 있다는 점이다.
원 후보자는 과거 “공시가격 폭탄, 문재인 정부의 국가 운영 기조는 이중 잣대”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정수연 감정평가학회장(제주대 교수)과 협업해 제주도 표준주택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표준주택은 개별주택 공시가를 정하기 위해 기준을 삼는 주택이다.
현재 재건축 부담금 부과 대상은 전국 63개 단지 3만8000여 가구로 추산된다. 이들은 대부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의 변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런데 원 후보자는 이 표준주택 선정이 굉장히 엉망이라고 당시 지적했다. 원 후보자가 공개한 당시 표준주택의 사진을 보면 유리창과 문이 없고 지붕도 서까래만 남아 있는 폐가의 모습이었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기보다는 가축을 기르는 등 다른 용도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의심되는 곳이었다.
당시 그는 “한국부동산원은 오류투성이 공시가격을 현장 방문조차 없이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제공했다. 귀신 나올 듯한 폐가는 2019년에 이어 4년 연속 표준주택으로 선정되었는데 2021년에 교체되는가 싶더니 ‘또 다른 폐가’로 교체되는 웃지 못 할 사례까지 발견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장에조차 가보지 않고 엉터리 공시가격으로 징벌적 세금만 올리고 있다. 징벌적 세금 자체도 문제지만 그 가혹한 세금의 근거가 되는 공시가격이 온통 오류투성이”라고 열을 올렸다. 원 후보자는 당시 국토부를 상대로 사태 수습에 나설 것을 촉구했는데, 그가 문제제기한 부처의 장(長)이 되어 문제해결의 주체가 된 것이다.
다만 그는 장관 지명 직후 4월 11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시가 산정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느꼈던 것은 사실이다. 정책은 어느 한 측의 요구와 입장만으로 정할 수 없다. 정책 공급자와 결정자의 입장에서 여러 면을 종합적으로 살펴 어디까지가 현실성 있는지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실적으로 모든 주택을 개별 감정해 세금을 매길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 표준주택 선정 등에서 나오는 공시가 오류 수정이 현실적으로 어느 선까지 가능한지 꼼꼼하게 따져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원 후보자는 지사 시절 공시가 산정 주체를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해야 한다고 강조해 관련 조치가 현실화될지도 관심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잘못된 조사와 산정에 대해서 책임도 지지 않고 산정근거도 깜깜이 가격공시로 일관할 것이라면 아예 부동산 가격공시 관련 예산과 조사, 산정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공시가격 목표 제고율 80%로 낮출 듯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국토부는 현재 새 정부 출범 이후 곧바로 공시가격 로드맵 손질에 나서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국토부는 5월 연구용역을 발주할 것이 유력하다. 개편 방향으로는 시세 대비 90%로 설정된 공시가격 목표 제고율을 80% 정도로 낮추고 2030년으로 설정된 최종 목표 도달 시점을 늦추는 방안이 유력하다.
지자체에 공시가격 검증센터를 설치해 검증을 강화하는 방안도 채택될 공산이 크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공시가를 올리는 명분인 공시가 현실화율 달성 시기를 늦추면 그만큼 공시가가 올라가는 속도는 늦어지게 된다. 90%인 목표 제고율을 그 밑으로 떨어뜨려도 같은 효과가 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원 후보자가 지사 시절 지적했던 문제의 본질인 ‘깜깜이 산정’ 부분은 건드리지 않고 미봉책으로 드러난 현상만 바로잡는 방식이어서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는 남아있다는 비판 목소리가 크다.
오는 8월 전·월세 갱신 시기를 앞두고 있는 임대차 3법을 어떻게 건드릴지도 관심이다. 이에 대해 원 후보자는 “(이 법은) 주거 약자인 임차인들에게 주거권을 보호하고 가격과 기간 여러 정보의 격차에 있어서 임차인이 일방적으로 피해당하는 것을 막기 위한 좋은 의도에서 도입된 법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작동하는 과정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원 후보자는 “월세 전환율의 경우 획일적인 숫자 기준이나 지역적 차이 임대차 수요 공급의 국지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국회에서 처리돼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공약한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율 완화는 새 정부 임기 직후 바로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는 당초 4월부터 1년 동안 이를 한시적으로 배제하는 방안을 정부에 요청했다. 현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지 않는다면 새 정부에서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뜻까지 밝혔다.
다만 당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2년간 한시 배제’를 약속한 것에서 수위를 조절해 1년만 적용하기로 했다. 인수위의 최상목 경제1분과 간사는 브리핑을 통해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 배제는 과도한 세 부담 완화와 부동산 세제안정 차원에서 국민께 약속드린 공약이다.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를 신속히 추진하는 것은 종부세 부담이 과도한 다주택자가 보유세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 전에 주택을 매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 정부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한시 배제 방침을 조속히 발표해 발표일 다음날 양도분부터 적용되도록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당시 밝힌 바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양도세 중과 면제 기간 늘어날지 관심
인수위가 양도세 중과 면제 카드를 꺼낸 것은 빠르게 시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전에 아파트를 처분해 매물을 증가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양도세 중과세율 적용 배제는 국회 법 개정을 거치지 않고도 시행할 수 있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양도세 기본세율(6~45%)에 20%포인트를, 3주택자는 30%포인트를 중과하는 구조다. 지방세까지 포함해 집을 팔면 양도차익의 최고 82.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하지만 중과세율을 면제하면 최고 45%의 기본 세율만 적용돼 세금 부담이 대폭 낮아질 수 있다. 따라서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집을 시장에 내놓을 유인이 생긴다.
최 간사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기간이 당초 약속한 2년 대신 1년으로 줄어든 것에 대해 ‘추가적으로 1년 유예를 다시 추진할 예정인가’라는 질문에는 “그 이후 어떻게 될지는 현재로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양도세 중과 배제 기간을 2년으로 설정하면 그 사이에 단타를 치겠다는 투자자들의 활동 범위를 넓혀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인수위가 이런 부작용까지 세밀하게 살펴 일단 1년으로 시기를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수위의 정책 발표 이후 문재인 정부의 기획재정부가 “새 정부 출범 직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혀 제도 시행기간은 5월 11일부터로 확정된 상황이다. 당시 기재부는 “부동산 시장 및 국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부동산 정책의 최상위 목표에 정부와 인수위 모두 이견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관련 다수의 정책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일관성 있게 추진될 필요가 있는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도 새 정부 출범 이후 새로운 정책 기조하에 마련될 종합적인 부동산 정책 로드맵에 따라 여타 정책들과 연계해 검토하고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가 바뀌어 새 정부의 철학에 따라 정책 기조를 변경하는 것은 불가피하겠지만, 현 정부 임기 중에 주요 정책 기조를 변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인수위는 입장문을 내고 현 정부의 거부 방침에 대해 “지난 3월 31일 밝힌 바와 같이 새 정부 출범 즉시 시행령 개정에 착수해 5월 11일부터 소급 적용할 계획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최 간사는 일시적 2주택자엔 ‘종부세 1주택자’ 특례를 적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 간사는 “이사나 상속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부담 완화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관련 법안도 국회에 제출돼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일시적 2주택자에 1세대 1주택자 특례를 적용토록 하는 법률 개정을 조속히 이뤄 금년부터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 정부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개편 작업에도 본격 착수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주제를 놓고선 아직 세부 방안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방향은 과도한 재초환 부담금을 완화해주면서 민간정비 사업을 활성화시키는 쪽이다. 부담금 부과 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사업 기간(추진위 승인~준공 시점) 오른 집값(공시가격 기준)에서 건축비 등 개발비용과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초과이익이 3000만원을 넘으면 이익의 10~50%를 세금으로 환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제도가 도입됐지만 시행이 유예됐다가 현 정부 들어 부활돼 2018년부터 대상 단지들에 부담금 예정액 통지가 시작됐다.
한 달 뒤 출범할 새 정부가 임대차 3법 개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잇달아 밝히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세 손질 불가피
하지만 미실현 이익에 대해 많게는 수억원에 달하는 돈을 정부가 가져가는 구조여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또 집을 언제 샀는지와 관계없이 조합원들이 동일한 부담을 짊어지는 구조가 될 공산이 크다는 문제점도 있다. 현 제도에서는 정부가 재건축 조합에 부과한 부담금을 조합이 자체 판단해 조합원이 어떻게 이를 부담할지 정하는 구조로, 정밀한 부과가 이뤄지기 힘들다. 이런 식으로 여러 면에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징벌적 과세라서 반드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인수위는 3000만원 이하인 면제 기준을 확 올려 면제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10~50%인 부과율도 대폭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재건축 종전가액 평가 시점을 추진위원회에서 조합설립인가 시점으로 바꿔 사업기간을 단축하는 내용도 검토되고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법을 바꿔야 해서 더불어민주당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한 전문가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멀쩡한 재건축 사업을 가로막는 대못이라는 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며 “제도가 큰 폭으로 현실에 부합하게 개선돼야 재건축 사업이 활발해져 공급물량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미실현 이익에 부과하는 현 세금구조를 뜯어 고쳐 사업 초기부터 용적률 상향에 대한 대가로 임대주택 등 공공주택을 짓게 하는 등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밖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전세대출을 포함시킬지 여부 등이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 등에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얼마나 늘려줄지도 관심이다. 또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 특별법을 공약했는데, 여기에는 1기 신도시 정비사업과 관련해 안전진단 제도를 완화하고, 용적률을 기존 대비 올려주는 등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