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부동산 시장 예측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사이에 분양 예정인 알짜단지에는 여전히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세 대비 훨씬 저렴한 분양가를 감안하면 많게는 수억원의 ‘안전마진’을 확보하고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집값이 하락한다고 하더라도 분양가 밑으로 집값이 내려갈 가능성은 희박해 알짜 분양 단지에 대한 관심은 새해에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새해 가장 관심을 끄는 단지는 역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이 될 공산이 크다. “둔촌주공을 위해 청약통장을 아껴두고 있다”는 예비청약자들이 한둘이 아닌 상황이다. 그동안 분양 일정이 수차례 밀리며 결국 일정이 2022년으로 넘어오게 됐다.
둔촌주공은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둔촌주공 재건축이 끝나면 지상 최고 35층, 85개동, 1만2032가구(임대 1046가구 포함) 규모인 ‘둔촌 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로 변신하게 된다.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한다. 단일 단지가 4786가구라고 가정해도 손꼽히는 대규모 단지로 분류된다. 하지만 둔촌주공 재건축은 일반분양 물량이 이만큼 나온다. 게다가 입지는 서울 안에서 ‘톱클래스’를 자랑하는 곳이다. 분양가가 어떻게 정해질지가 미정이지만 분양 당첨 시 시세 차익은 가볍게 7억~8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분양 시장에 등판만 한다면 서울의 고질병인 ‘분양 가뭄’ 해소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게 분명하다.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당초 분양 일정은 2022년 2월이 유력했다. 하지만 이 일정은 또 한 번 연기될 것이 확실시된다. 공사비 증액을 놓고 조합과 시공사 간 한판 승부가 벌어졌다.
이 사업 시공사는 현대건설 사업단(현대건설·대우건설·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이다. 우여곡절을 거쳐 2018년 주민 이주, 2019년 철거까지 마치며 사업이 궤도에 올랐다. 철거 직후 착공까지 무리 없이 시작하면서 곧바로 일반분양 물량이 나올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분양가를 놓고 갈등에 빠지며 분양 일정이 하염없이 늘어지기 시작했다. 2021년 초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의 협상에서 조합과 HUG는 서로 받아들일 수 없는 카드를 내밀며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조합원들은 분양가를 3.3㎡당 적어도 3300만원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둔촌주공 2022년 내 분양 가능성 높아
사실 이 가격대에 분양가가 나왔더라도 분양은 대박을 치고 청약에 당첨된 사람들은 쏠쏠한 시세차익을 봤을 것이다. 하지만 HUG가 제시한 분양가는 3.3㎡당 2978만원이었다. 조합이 받을 수 없는 카드였다. 그래서 일반분양 일정을 시작할 수 없었다.
분양가 협상 타결을 못했다는 책임을 물어 조합원들은 과거 조합장을 해임시켰다. 그리고 분양 일정을 새로 잡으려는 사이 시공사와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외상으로 공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분양이 진행되어야 공사비 일부라도 받을 수 있는데 분양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현금흐름이 막혔다.
게다가 설계변경 등을 통해 1만1000여 가구 규모였던 규모가 1000가구 더 늘었다. 물가상승 등 변수도 발생했다. 최근 조합과 시공사는 계약서 인정 여부를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해임된 전 조합장이 해임 발의된 날 2016년 의결한 공사비 2조6000억원에서 5000억원 넘게 늘어난 새 공사비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조합 측은 해임 당일 허겁지겁 조합 인감을 들고 나와 찍은 계약서는 무효라고 주장하고, 시공사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응답한다. 2010년 시공사로 선정된 이후 재건축이 오랜 기간 지연돼 물가상승을 반영해야 하는 데다, 자재 고급화를 꾀하며 원가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다만 조합과 시공사 모두 “협상의 여지는 열어 놨다”는 입장이어서 후분양으로 넘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예정된 2월 분양 일정이 미뤄질 수 있지만 2022년 내 분양 가능성은 높다는 얘기다. 둔촌주공 분양이 현실화되면 서울 청약 시장 고가점자는 일제히 둔촌주공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추첨제 물량은 나오지 않는다. 전용면적 85㎡ 초과 물량을 조합원이 모두 가져가기 때문이다. 가점제가 적용되는 전용 84㎡ 이하 물량만 시장에 나온다는 얘기다. 관건은 3.3㎡당 분양가가 3500만원 이상에서 책정될 것인가로 모아질 공산이 크다. 분양가가 이 이상으로 책정되면 전용 59㎡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 금지선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특별공급 물량도 분양가 9억원 여부로 결정되기 때문에 시장에서 인기 많은 소위 ‘25평형’ 물량이 특별공급에서 사라지게 된다.
▶잠실에 17년 만에 새 아파트 나오나
서울 강남권에서는 신천동 진주아파트가 언제 분양이 가능할 것인지도 관심을 끈다. 1980년 준공된 이 단지는 16개 동, 1507가구 규모인데 재건축 이후 지하 3층~지상 35층, 23개 동, 2678가구의 대단지로 변신한다. 잠실 일대에선 잠실 엘스, 파크리오, 리센츠 등에 이어 17년 만에 새 아파트가 나오는 것이라 관심이 높다.
이미 잠실 일대는 서울 삼성동 개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역이 GTX 노선 다수가 정차하는 교통의 요지로 부상하면서 서울의 중심이 갈수록 동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현대자동차 신사옥이 건설되는 효과와 더불어 삼성동 바로 옆에서 잠실마이스 사업이 진행되면서 잠실은 서울의 몇 안 되는 핵심 입지로 거듭난 상황이다.
진주아파트는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과 9호선 한성백제역을 걸어서 갈 수 있는 교통의 요지에 자리 잡은 데다, 단지에서 길 하나를 건너면 곧바로 올림픽공원이 나온다. 진주아파트는 2019년 8월 조합원 이주와 철거까지 마친 상황이다. 이후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놓고 서울시와 이견이 있어 사업이 지연됐지만, 궤도에 오른 사업을 예정대로 끌고 가면 ‘상반기 조합원 분양, 하반기 일반분양’ 스케줄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진주아파트는 819가구 규모의 일반분양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이 중 추첨물량이 나올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심해지고 있어 전용 85㎡가 넘는 중대형 물량은 조합원들이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
진주가 선분양으로 갈 경우 2022년에 분양이 가능하지만, 만약 후분양 스케줄을 잡는다면 분양은 한참 뒤로 더 미뤄진다.
동대문구 이문1구역 역시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이 단지 역시 2021년 분양 일정을 잡으려다 분양가 문제로 이견이 불거져 올해로 일정을 넘겼다. 시공사는 삼성물산이다. 이문1구역에는 총 2904가구가 들어설 예정인데 전용면적 52~99㎡ 803가구가 일반분양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전용 85㎡ 초과 물량은 추첨제로 나올 가능성이 커, 1주택 처분조건을 쓰고 청약에 나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문1구역은 바로 한국외국어대,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맞닿아 있다. 지하철 1호선 외대역과 가깝다. 이 일대 이문휘경뉴타운이 사업 막바지로 가면서 주변 일대가 속속 신축 아파트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과거 낙후됐던 이미지를 벗고 동네 전체가 이미지 쇄신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이문1구역과 맞닿아 있는 이문3구역도 최근 착공을 승인받으며 사업 속도가 붙었다. 원래 이문3구역은 2021년 7월 착공할 예정이었으나 동대문구청이 이문3구역과 4구역을 연결하는 지하차도를 먼저 철거한 뒤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착공이 늦어졌다. 이후 동대문구청은 입장을 바꿔 지하차도 철거 공사를 이문4구역 공사 이후로 미루고 이문3구역 착공을 승인했다.
송파구 신천동 진주아파트의 철거 전 모습
이문3구역은 이문3-1구역과 이문3-2구역으로 나눠 개발되는데 2006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이후 역이 가까운 역세권 3-1구역은 고밀개발하고 문화재보호구역(의릉)과 천장산이 인접한 3-2구역은 반대로 저밀도로 개발하려는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3-1구역은 기존 255.8%에서 475.31%로 용적률을 올렸고 3-2구역은 기존 90%에서 75%로 용적률을 줄였다. 그래서 이문3-1구역에는 지하 6층~지상 41층 18개동 4169가구가, 이문3-2구역에는 지하 1층~지상 4층 7개동 152가구가 들어선다.
서울 성동구 행당7구역에도 관심이 몰린다. 지하철 2·5호선과 수인분당선, 경의중앙선이 지나는 ‘쿼드러플 환승역’ 왕십리역 부근에 자리 잡은 단지다. 지상 최고 35층 7개 동, 총 938가구가 유력한데, 이 중 135가구가 일반분양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단지는 대우건설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써밋’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에 걸맞은 고급화 조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사업도 관심이다. 지하철 3호선 불광역과 연신내역, 6호선 구산역과 가까운 곳이다. 전체 1971가구 중에 758가구가 일반분양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조합 내부갈등으로 사업이 멈춘 바 있다. 조합과 비상대책위원회 ‘대조1구역 바른 사업을 위한 조합원 모임’과의 소송전이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소송문제는 일단락된 것으로 전해진다. 새로운 집행부를 꾸려 새해 일반분양 일정을 진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 강동구 길동 신동아1·2차아파트 일반분양도 유력하다. 지하 3층~지상 33층 규모의 공동주택 8개동 1299가구 및 부대복리시설 등을 신축하는 사업이다.
이 단지는 2010년 5월 조합설립인가, 2012년 2월 사업시행인가, 2017년 10월 관리처분인가 등 단계를 거쳤다. 시공사는 GS건설이 선정됐다. 신명초등학교, 신명중학교가 가깝다. 지하철 5호선 길동역까지는 걸어서 10여 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분양은 229가구 정도가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모든 가구가 전용 85㎡ 이하여서 추첨제 물량은 없을 전망이다.
경기도 수원에서는 권선구에서 나오는 권선6구역 분양이 관심을 끌 예정이다. 전체 2175가구 중에 1231가구 일반분양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단지는 2021년 10월 임시총회를 열어 새 조합장을 선출했다. 미이주세대 1곳이 있어 사업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사업이 순탄하게 흘러갈 경우 올 하반기 분양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공사는 삼성물산과 SK건설, 코오롱글로벌로 정해졌다.
2022년 청약 시장 개막과 함께 청약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숙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1년 1~9월 서울 아파트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162.9 대 1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0년 이후 역대 최고였다. 2018년 30.6 대 1, 2019년 31.6 대 1, 2020년 88.2 대 1로 경쟁률은 매년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경쟁률이 높은 이유는 청약이 워낙 귀하다보니 물량이 나오는 대로 일단 넣고 보자는 ‘묻지마 청약’ 열풍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러다가 덜컥 청약이 당첨된 이후 계약을 포기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기입해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불이익이 상당하다.
일단 청약통장은 당첨과 동시에 효력을 상실한다. 뒤늦게 계약을 포기할 의사를 밝히더라도 당첨된 사실을 무효로 할 수는 없다. 청약 통장 가점제는 84점 만점으로 무주택기간 32점, 부양가족 수 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 17점을 종합한 점수가 높은 순으로 당첨자를 선정한다.
▶부적격 취소되면 1년간 청약통장 효력 정지
그런데 일단 청약통장을 써서 당첨이 되면 17점 만점인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영(0)점이 된다. 만점을 위해서는 기존 통장을 해지하고 재가입해 다시 15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당첨을 포기하면 청약 신청 자격도 제한된다. 투기과열지구 내 당첨자는 10년, 청약과열지역은 7년간 재당첨이 제한된다. 따라서 포기할 생각이 드는 청약이라면 처음부터 신청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 아까운 청약 기회만 통째로 날려버리기 때문이다.
당첨 후 자격요건이 미달돼 당첨이 취소되는 ‘부적격 취소’ 사례도 많다. 청약앱 청약 365를 운영하는 미드미네트웍스에 따르면 전체 청약 당첨자의 약 10%가 부적격 판정이 난다. 김보현 미드미네트웍스 상무는 “부양가족을 잘못 계산하거나, 무주택기간을 혼동하는 경우가 제일 많다”며 “가점제도가 워낙 복잡하고 체크해야 할 것이 많아 의도적이라고 볼 수 없는 실수 사례가 발생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부적격 취소의 경우 수도권이나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는 당첨일로부터 1년간 청약통장 효력이 정지된다.
특별공급 청약을 할 때는 더 조심해야 한다. 다자녀특공, 신혼부부특공 등 특별공급 분양 기회는 일생에 딱 한 번만 주어진다. 한 번 당첨되면 영원히 기회를 날려버린다는 뜻이다. 특별공급 청약은 일반공급에 비해 경쟁률이 낮고 당첨 가능성이 높아 그만큼 신중하게 기회를 살려야 한다. 김 상무는 “청약계산기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전문가 상담을 미리 받는 등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다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