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신년, 부동산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최근 몇 년과 사뭇 다르다. 지난 11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1년 8개월 만에 ‘제로 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고, 2021년 하반기부터 찾아온 가계 대출 규제 움직임에 매수 심리가 잔뜩 움츠러든 상태다. 부동산 경기 사이클상 장기 상승 국면이 이제는 하락 국면으로 전환할 때가 됐다는 시장의 예측도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감과 저금리를 등에 업고 ‘묻지마 주택 매수’에 나설 수 있었던 시장 상황은 이제 끝났다. 자금 여력만 있다면, 혹은 대출을 끌어서라도 집을 사두면 값이 올랐던 시대가 이제 막을 내렸다는 얘기다. 그 어느 때보다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상황에서 2022년 부동산 시장 예측과 재테크 전략에 투자자들과 주택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집값 변곡점에도 전문가 과반수
“강남4구 여전히 주목해야”
매일경제신문이 신년을 앞두고 12월 실시한 전문가 설문조사에서는 현재 주택 가격이 정점에 달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다. 2022년 대통령 선거 전후 정책 변화 요인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집값의 하방 압력이 부쩍 커졌다는 평가다.
2020년 비슷한 시기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집값 하락을 예상하는 전문가는 6명에 불과했고, 서울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시장을 보는 전문가들의 분위기가 확 달라진 셈이다.
먼저 매일경제신문은 부동산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부동산 경기의 순환 국면’에 대해 설문했다. 그 결과 ‘정점’에 달했다고 응답한 전문가들이 20명(40%)에 달했다. 집값 상승 후반기라는 응답도 27명(54%)이 나왔다. 시장 조정 국면이 임박했다는 데 다수의 의견이 모였다는 얘기다. 향후 장기 집값 상승을 예상(상승 전반기)하는 응답은 2명(4%)에 불과했다.
특히 지방의 경우 가격 하락 전망이 다소 높아지는 경향성을 보였다. 2022년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주택 가격을 예상해달라는 질문에 21명(42%)이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응답했다. 이 중 14명(28%)은 5%미만 하락을, 6명(12%)은 5~10% 이상, 1명(2%)은 10% 초과 하락을 예상했다. 지방 집값 상승을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10명(20%), 현 수준에서 보합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19명(38%)이었다.
김윤수 빌사남 대표는 “집값이 흔들리게 된다면 지방부터 흔들릴 거라 예상된다”며 “매수 의향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주요 지역에 똘똘한 한 채를 매입하는 걸 권하고 싶다”고 조언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도 “현재 집값 상승에 대한 피로감과 대출 등의 부담이 꼭지에 달한 상황”이라며 “무리한 투자보다는 정부의 주거 로드맵과 3기 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는 2023년 이후 천천히 재테크 전략을 짜는 것이 좋다”고 평가했다.
서울의 주택 가격을 두고서는 다른 판단이 나왔다. 50명 중 41명(82%)의 전문가들이 2022년에도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중 2명(4%)은 10% 초과 상승을, 24명(48%)은 5% 미만 상승, 15명(30%)은 5% 이상~10% 이하 상승을 예상했다. 4명의 전문가들만 가격 하락이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전문가들이 꼽는 2022년 집값 상승지는 단연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였다. 과반수 전문가들의 28명(56%)이 강남 4구를 주택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마포구, 용산구, 성동구, 광진구 등 서울 한강변을 주목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은 11명(22%)이었다. 수도권 동남부(성남·용인·수원 등, 4명)와 수도권 서남부(부천·광명·안양·의왕·과천 등, 2명)를 응답한 4명의 전문가를 제외하고는 서울 밖에서 집값 상승률 1위 후보지를 찾는 전문가는 없었다.
서울 중에서도 ‘강남 불패’를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다수를 이뤘다는 얘기다. 김세원 내외주건 상무는 “서울 등 주거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경우는 공급부족이 지속되고 있는, 반면 수요관심도는 위축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금이라도 내 집 마련을 검토해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주택자는 2주택 이하로 조정
1주택자 갈아탈 상급지 염두에 둬야
다만 전문가들은 ‘묻지마 주택 매수’에 나설 수 있었던 시장 상황은 이제 끝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주택 시장 외곽에서부터 불어올 본격적인 ‘한파’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부담과 대출한도 축소가 동반되며 다주택자들의 추가 주택 구입 수요는 줄어들고 당분간 ‘똘똘한 한 채’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다수를 이룬다.
다주택자들의 경우 2주택 이하로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설 때라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승철 유안타증권 수석부동산컨설턴트는 “가격 상승과는 별개로 주택 시장의 투자 실익이 예전만큼 크지 않다는 게 지금 현재 시장 상황”이라며 “다주택자들은 지금이라도 증여 등을 통해 최소 2주택 이내로 재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성환 ABL생명 WM센터장도 “다주택자의 경우 강남권과 목동, 여의도, 용산 등 핵심지역 자산은 보유하면서도 기타지역은 매도를 통해 2주택 이하로 만드는 게 유효한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여유자금으로 부동산 투자에 나설 계획인 다주택자들이라면 중소형 건물과 해외 부동산으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수석컨설턴트는 “중소형 건물의 경우 이미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한남동이나 성수동, 문래동 등의 경우 해당 권역과 인근 지역 재정비 등의 개발 호재와 용적률 상향 추진 등으로 인해 추가 상승 여력이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해외 부동산은 미국, 호주, 말레이시아 등 영어권 국가를 중심으로, 공급이 부족한 핵심 권역 투자를 검토해볼 만하다”며 “주택 수와 종부세 이슈에서 벗어날 수 있고 원화 가치 하락 시 방어적 성격이 강해 분산투자 차원에서 포트폴리오 편입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 경우 단독주택보다는 환금성이 좋은 콘도미니엄(미국, 말레이시아)이나 아파트먼트(호주) 등을 대상으로 자금 조달이나 자금 투입 시 다소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신규 분양 시장 매물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2022년 대선 결과에 따라 시장이 움직일 수 있는 만큼 급격한 포트폴리오 조정보다는 관망세를 유지하는 게 낫다는 조언도 내놓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금융규제 강화로 가격 상승세 둔화와 함께 거래 소강상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공급, 전세난, 부동산 정책 등 다양한 변수 등도 상존하고 있어 현재 부동산 시장이 변곡점인지 단언할 수 없는 만큼 보수적인 입장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다주택자는 2022년 대선 결과에 따라 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보고 매도와 보유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주택자의 경우에는 최대한 상급지로 갈아타서 향후 다가올 수 있는 하락장에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재개발 사업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수석컨설턴트는 “재개발 사업장에서 관리처분인가 후 멸실된 입주권을 매입하면 취득세 절감과 종부세 부담 이슈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향후 기존 주택 양도 시에도 1주택 1조합원 비과세 특례제도를 상황별로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상급지로 갈아타는 방법 중의 하나로 검토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한 시민이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수도권 신규택지의 사전청약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무주택자 ‘추격 매수’ 자제
신축 공급 기다려야
전문가들은 무주택자의 경우 3시 신도시 청약 등 신축 공급을 기다려야 한다는 조언을 내놨다. 원하는 지역을 눈여겨보면서 주택공급을 늘리겠다고 하는 대선 후보들의 공약 실현 과정을 지켜봐도 좋을 때라는 분석이다. 다만 서울 등 핵심 입지를 두고 자금 계획이 서있는 무주택자라면 매수 시점을 저울질하지 말고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무주택자는 청약 시장을 통한 내 집 마련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청약대기자는 사전청약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데, 일반공급보다는 특별공급 비중이 전체 공급량의 85%이므로 특공자격을 적극 활용하고, 입지와 면적유형별 공급물량, 지역우선공급비율, 신혼희망타운 여부 등을 꼼꼼히 챙겨 청약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금 여력이 되는 대로 주택 매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 수석컨설턴트는 “무주택자들은 3기 신도시 등 청약을 준비하면서 전월세 시장에 계속 머물면서 전세 보증금 반환 채권이라는 현금성 자산을 갖고 있기보다는 각자 여력이 되는 대로 지금이라도 주택 매입을 검토해보길 권한다”며 “아파트 매입이 어려운 경우, 만약 고려 지역이 서울이라면 노후도가 높은 지역의 빌라(연립·다세대)라도 매입해 화폐가치 하락에 대응하면서, 장기적 플랜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 지역 역시 무주택자들에게 대안이 된다는 평가다. 김창선 신한라이프 WM센터 수석은 “부동산 세금은 거래세보다 보유세가 늘어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고, 공시지가가 낮은 재개발 투자로 절세와 함께 시세차익을 얻어가는 전략이 좋아 보인다”며 “특히 무주택자로서는 재개발 주택을 매수함으로써, 투자수익 확대와 보유세 절감, 그리고 신규 아파트 입주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매일경제신문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전문가들 대다수는 투자자들이 정비 사업이 추진될 예정인 단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을 내놨다.
여유 자금으로 투자할 만한 부동산 자산을 묻는 질문에 전문가들의 16명(32%)은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를, 12명(24%)는 재개발을 앞둔 주택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응답했다. 리모델링 아파트 단지에 투자 매력이 높다는 전문가 2명을 포함하면, 50명의 전문가들 중 30명(60%)이 정비 사업지에서 투자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답변한 셈이다.
▶경제연구단체들 일단 ‘소폭 상승’에 무게
변곡점을 예상하는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과는 달리 경제연구단체들은 시장 조정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모습이다. 2022년에도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뤘다. 12월 주택산업연구원은 <2022년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전국 주택 매매 가격은 2.5%, 전세 가격은 3.5%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은 각각 3.0%와 3.5%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경제성장률, 기준금리, 주택수급지수 등을 고려한 결과 2021년보다는 상승률이 낮아지지만 인천, 대구 등 일부 공급 과잉 지역과 단기 급등 지역을 제외하고는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주택 매매 가격은 문재인정부 5년간 누적된 공급 부족 문제와 전월세 시장 불안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전월세 역시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인한 물량 감소와 서울 등의 입주 물량 감소, 매매가격 상승 등으로 오름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서 대한건설정책연구원도 2022년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이 5%, 전세 가격은 4%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도권은 각각 7%, 5%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권주안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양도세 강화로 인해 증여 물량이 증가하며 거래 물량 및 공급이 감소해 결국 수요 위축에도 가격 상승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수요 억제 논리에 맞춘 금융·조세 정책이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2022년 8월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을 소진한 물량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와 시장 가격에 거래되면 주택 전세 시장은 2021년과 유사한 수준인 6.5% 상승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정부 규제로 눌려 있던 집주인의 심리를 감안하면 2022년에는 2021년 상승폭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2020년 7월 31일부터 시행된 임대차 3법으로 인해 전세 2년 연장 계약 시 5% 이상 집값을 올리지 못했던 집주인이 연장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2022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대폭 상향된 가격으로 전세 매물을 내놓을 수 있다는 뜻이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 역시 2022년 주택 매매 가격이 상승(수도권 5.1%, 지방 3.5%)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 밖에 민간 연구소 가운데는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2022년 주택 매매 가격이 3.7% 오를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민관 구별 없이 대부분 연구기관들이 2022년 집값 상승을 점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