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대학에 입학하며 컴퓨터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청년이 3학년 무렵 창업에 나섰다. 아이템은 소프트웨어 개발 실력과 경험이 전부. 내세울 거라곤 이 두 가지 뿐이었지만 청년의 사업은 지난 7년간 단 한 번의 후진 없이 우상향 중이다. 주인공은 이하늘 소프트스퀘어드 대표. 그가 운영 중인 ‘그릿지’는 개발팀이 필요한 기업과 긱워커(Gig Worker·단기 노동을 제공하는 근로자)로 일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이어주는 IT 프로젝트 개발자 실시간 자동 매칭 플랫폼이다. 이 대표는 “대학생 시절 프리랜서 개발자로 일하다 성적이 좋은 과 친구와 후배들에게 일을 떼 준 게 아이디어”였다며 “모르는 부분은 교육을 통해 교육비도 받고 외주와 연계해 수익도 남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닐까란 가설이 현실이 됐다”고 소개했다. “2028년 상장이 목표 중 하나”라고 말문을 연 이하늘 대표는 “전 세계의 개발팀을 선순환 생태계로 클라우드화 하고 싶다”며 “특정 지역이나 기업에 종속된 형태가 아니라 주체적으로 기술을 교류하고 배우는 자유로운 활동이 기업의 생산성으로 이어지는 비전을 꿈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의 지원으로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한 소프트스퀘어드는 최근 부산 지역 7번째 아기유니콘으로 선정되며 기술력과 시장 확장성을 인정받았다.
Q 고향인 부산에 본사가 있고, 서울은 지사라고 알고 있습니다. 일정이 꽤 빠듯할 것 같은데요.
A 소프트스퀘어드의 본사는 부산 초량동에 있습니다. 오늘도 부산에서 올라왔는데, 일주일에 절반은 본사에 있어요. 신혼집이 인천이어서 주말부부로 지내고 있습니다.(웃음)
Q 이동 거리나 시간이 부담스러울 텐데.
A 부산 지역의 기업, 공공기관과 협업해 업무를 확대하고 있어요. 대표가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죠. 지금은 제가 좀 더 뛰어야 하는 시깁니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컴공선배’란 이름으로 작가, 유튜버로 활동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A 유튜브는 개인적으로 활동한 게 아니라 2019년에 소프트스퀘어드를 창업하고 사내에서 진행했어요. 2022년까지 개발자 생태계와 브랜드를 만드는 데 집중했는데, 그 일환이었지요. 지금은 담당자가 따로 있습니다.
Q 개발자 생태계와 브랜드라면?
A ‘너디너리’란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어요. 개발자들의 자유로운 워크 문화를 선도하는 브랜드죠. 저희가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대상으로 여러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는데, 첫째가 ‘컴공선배’라는 유튜브, 둘째가 ‘라이징 캠프’라는 외주 연계 교육, 셋째가 외주 연계형 동아리인 ‘메이커스 챌린지’, 넷째가 외주 연계형 평가인 ‘그릿지 테스트’예요. 이 4개의 콘텐츠가 너디너리에 포함돼 있습니다.
Q 쉽게 말하면 전문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위한 무대이자 플랫폼이군요.
A 소프트웨어 개발자들 중에서도 전공자 출신의 상위 10% 개발자가 대상입니다. 사무실에 상주하는 게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일하고 싶은 만큼 일할 수 있는, 실력있는 개발자를 위한 브랜드죠.
Q IT 개발자 혹은 팀을 구독할 수 있는 플랫폼 ‘그릿지’도 운영하고 있는데, 너디너리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겁니까.
A 너디너리와 그릿지는 모두 소프트스퀘어드가 운영하고 있는 플랫폼이에요. 너디너리가 개발자들이 서로 교육하고 프로젝트를 만들고 창업이나 앱 론칭까지 이어지는 공간이라면 그릿지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외주를 받아 팀을 꾸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구독서비스(Saas)죠. 긱워커로 일하는 개발자와 기업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Q 너디너리에 개발자들의 자체적인 생태계가 있다면, 그릿지는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군요.
A 네 맞아요. 그릿지를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외주를 준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Q 기업 입장에서 그릿지는 검증된 소프트웨어 개발자 풀인데, 긱워커로 일하는 개발자들이 몇 명이나 되는 건가요.
A 소프트스퀘어드에서 활동하는 개발자들은 약 5000명 입니다. 저희는 전체 개발자들 중 동일 연차 대비 상위 10%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수도권 주요 대학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전공한 국내외 주요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분들이죠.
Q 상위 10%의 기준이라면.
A 정성적인 기준이긴 한데, 예를 들어 5년차 개발자라면 네이버, 카카오, MS, 구글 등에서 일한 분들과 일반기업에서 일한 분들이 있을 거예요. 저희 풀에서 활동하는 분들은 전자 쪽입니다.
Q 소프트스퀘어드의 풀 안에서 활동하는 개발자 중 직장에 소속된 분들도 있습니까.
A 반반입니다. 그릿지를 통해 부업하는 분들도 있고, 아예 긱워커로 활동하는 분도 있어요. 그릿지는 바로 그런 긱워커들을 물색해 기업이 의뢰한 프로젝트에 팀을 만들어 제공합니다.
Q 그럼 매출은 대부분 그릿지에서 진행되겠군요.
A 너디너리와 그릿지의 매출 비중은 1:9 정도 됩니다. 너디너리 안에 교육과 테스트 등의 과정이 있는데, 그 과정을 수료한 개발자들이 그릿지를 통해 외주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내부적인 검증이 이뤄지는 셈이죠.
Q 그릿지의 긱워커 기준에 부합하는 개발자를 너디너리에서 교육해 양성한다?
A 양성이란 표현이 적확하진 않은데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 사이에는 오픈 소스 문화라는 게 있어요. 전 세계 개발자들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동시다발적으로 해결하는 문화인데, 나는 이 문제를 이렇게 진행했다고 과정과 해결책을 공개하면서 서로 교류합니다. IT 분야는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는데, 오늘 내가 알고 있더라도 내일 쓸모없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개발자들 사이에선 오히려 알고 있는 걸 공개하고 집단 지성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 보편적이죠. 그래서 기업에서도 이런 교류(오픈 소스) 문화가 미흡하면 양질의 개발자를 구할 수가 없습니다. 저희는 너디너리에 이런 문화가 큰 단위로 형성돼 있어요. 8월에 데모데이를 통해 대규모 컨퍼런스를 진행하는데, 이런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이유도 바로 이 오픈 소스 문화 때문입니다.
Q 그릿지로 개발팀을 꾸리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합니까.
A 프로젝트별로 다른데, 기업에서 개발과 관련한 요구사항을 얘기하면 담당 어카운트 매니저가 붙어서 팀 구성에 대한 제안을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팀 구성 초안을 전달하고 첫 달 요금은 약 300만원입니다, 이런 식이죠. 팀 구성 관련 매칭은 평균 3일 내에 마무리됩니다.
Q 그럼 그 300만원 안에 개발자들의 비용이 모두 포함되는 건가요. 소프트스퀘어드에 취하는 이익은 얼마나 되는 겁니까.
A 개발자들의 급여도 다 포함된 금액입니다. 그중 저희 수익은 30%죠.
Q 긱워커들 중엔 해외 개발자도 있을 법한데요.
A 1~2%의 한국인 유학생이나 교포들이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아직 저희 시스템이 글로벌화돼 있진 않아서 많진 않습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부분이죠. 국내서도 개발자들이 원격으로 팀을 이뤄 일할 수 있으니 자연스럽게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 소멸 현상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지역 소멸의 원인 중 하나가 일자리가 없어 수도권으로 몰리는 건데, 저희는 일자리가 원격으로 보존되거든요. 부산에 본사를 둔 이유이기도 하죠.
Q 직원 채용과 비교한다면.
A 약 200개 기업이 그릿지를 거쳐 갔습니다. 현재는 동시에 70여 개 기업이 사용 중입니다. 예를 들어 초기 스타트업이나 예비 창업자들은 팀을 꾸리기가 너무 힘들어요. 그릿지를 이용하면 월에 300여 만원으로 디자이너부터 엔지니어, 프로젝트 매니저까지 번갈아 가며 쓸 수 있습니다. 채용과 비교하면 그릿지 구독이 평균 40% 이상 저렴하죠. 기업 입장에선 고정비 부담 없이 확실한 비용 절감 효과가 있습니다.
Q 아이러니하지만 최근 AI의 활용도가 높아지며 개발자들의 일자리도 줄어들었는데.
A 일자리 면에선 굉장히 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상위 10% 수준의 개발자를 공급하고 있어요. 상급자의 지시를 받아 코딩하는 인력은 위험해졌지만 상급의 개발자들은 오히려 AI를 통해 생산력이 높아졌습니다. AI는 결과물에 대해 책임지지 않거든요. 그에 반해 AI가 낸 결과를 검수하고 에러를 찾아내는 건 바로 상급 개발자들이죠. 결국 AI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려면 그걸 제대로 파악하고 지시할 수 있는 사람(개발자)이 필요합니다. 그릿지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죠.
Q 매출이 궁금해지는데요.
A 지난해 27억원, 올 목표는 50억원입니다.
Q 해외진출도 준비 중이라고.
A 미국의 현지 기업이 그릿지 서비스를 구독한 경우가 있었는데, 좀 더 확장하려고 합니다. 우선 원격 근무가 보편화된 일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 현재 약 40억원의 투자를 진행 중인데, 약 20억원은 마련된 상황입니다.
Q 스타트업 입장에서 성장의 걸림돌이라면.
A 아쉬운 점이라면… 해외에 있는 인력과 긱워커로 일해야 할 때가 있는데, 원격 근무이니 해외에 법인을 설립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비용을 지급할 때 문제가 생기더군요.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 등을 처리하려면 외국인 등록을 해야 하는데, 국내에 상주해야 등록이 되거든요. 또 하나는 긱워커에 대한 권익을 지나치다 싶을 만큼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요. 예를 들어 해고를 자유롭게 하면 안된다는 건데, 짧게 일하고 작업을 마무리하는 긱워커 입장에선 일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말이에요. 저희 입장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법제화되면 폐업할 수밖에 없는 거죠. 두 경우 모두 사용자 입장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안재형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8호 (2025년 7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