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관광명소’ ‘특급호텔에서 즐기는 여유’ ‘각 지역 특산물로 요리된 산해진미’ ‘국적기 이용’…. 웬만한 여행사 가이드북을 장식한 수식어가 현란하다. 현란하다 못해 비슷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일정도 고만고만하고 가격대도 그만그만하다. 오랜만에 제대로 힐링하고 싶은 당신, 뭔가 색다른 게 없을까 고민하다 보면 휴가 전 여행지 선정부터 스트레스다. 숙소나 이동에 대한 걱정 없이 세계 각국을 돌며 듣고 보고 맛보고 즐길 수 있는 방법, 뭐 없을까. 그런 방법, 있다. 특급호텔이라 해도 좋을 만큼 화려한 시설과 공연, 쇼, 무제한 제공되는 풍성한 식단에 미지의 세계를 찾아가는 여행까지, 크루즈가 당신을 기다린다. 가을과 겨울, 동남아로 떠나는 크루즈 “크루즈여행은 배를 타고 떠나잖아요. 당연히 뱃길에 영향을 받습니다. 여름에는 알래스카나 캐나다 등지로 떠나는 여행이 인기고 겨울에는 동남아시아나 오세아니아를 도는 코스가 인기죠. 추운 겨울, 그것도 겨울 바닷바람을 생각하면 왜 그런지 아시겠죠?”

김연경 프린세스크루즈 실장의 조언이 아니더라도 여행은 너무 덥거나 춥지 않은 적당한 환경이 중요하다. 하물며 망망대해에서 맞는 겨울이라니. 영화 <타이타닉> 한 장면을 연출하려다 입원하기 십상이다. 그런 이유로 크루즈여행에도 시즌이 있다. 7월이 캐나다, 알래스카 여행에 성수기라면 9월까지는 유럽 지역의 인기가 높다. 북반구의 겨울, 그러니까 한국의 겨울시즌에는 따뜻한 남쪽나라를 찾는 이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최근 싱가포르를 모항으로 인근 국가를 여행할 수 있는 코스가 관심을 끌고 있다. 쉽게 말해 싱가포르까지 비행기로 이동한 후 크루즈여행에 나서는 것이다. 김 실장은 “싱가포르 창이 공항은 전 세계 270개 도시와 연결돼 있어서 세계 각국 고객을 비교적 편리하게 수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오세아니아와 유럽, 미주지역까지 연계할 수 있으니 크루즈의 거점이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슬쩍 프린세스 크루즈의 일정을 들여다보니 짧게 4일간 일정에서 17일간의 일정까지 다양하다. 아쉽지만 휴가를 길게 쓸 수 없는 한국 여행객들에겐 일주일 이내 일정이 인기 상품이다. 그중 세 가지 코스를 꼽아보면 우선 ‘말라카 해협(3박 4일)’ 일정은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에서 기항하고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페낭을 거쳐 다시 싱가포르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둘째, ‘말레이시아 서부(4박 5일)’ 일정은 말레이시아의 보물이라는 페낭, 랑카위, 쿠알라룸푸르를 여행하고 싱가포르로 돌아온다. 셋째, ‘말레이시아 서부&태국 푸껫(5박 6일)’ 일정은 쿠알라룸푸르, 페낭과 태국의 푸껫을 여행하고 다시 싱가포르로 오는 일정이다. 이 중 일부 일정들은 11월 30일까지 예약하는 고객에 한해 4번째 승객의 무료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문의 레드캡 (02)2001-4702, 롯데관광 (02)2075-3400, 세양여행사 (02)701-5678, 여행박사 070-7017-2223, 온누리여행사 1577-0044, 하나투어 (02)731-0421, 한진관광 (02)726-5518. 내년 여름휴가 일정 예약해 볼까 초대형 크루즈는 특급호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하면 작은 도시라 불리기도 한다. 이동하는 동안 지루하지 않을까란 염려는 그저 기우일 뿐이다. 잠자는 시간에 이동해 아침이면 여행에 나설 도시에 도착한다. 바다 위에서 그저 먹고 보고 듣고 즐기다 기항지에서 미리 준비된 셔틀버스를 타고 관광에 나서면 그만이다. 무엇보다 4~5개국을 돌며 호텔에 체크인할 때마다 짐을 풀고 챙겨야 하는 수고로움에서 해방된다. 한번 체크인하면 여행 일정이 끝날 때까지 체크아웃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한 가지가 아쉽다. 가격이 대중화됐다곤 하지만 출발지까지 항공료를 더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어떻게 하면 한 푼이라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을까.

“크루즈여행 요금이 가장 저렴할 때는 일정이 출시될 때에요. 그러니까 상품이 처음 나왔을 때가 가장 쌉니다. 물론 출발일에 가까울수록 요금이 인상되죠. 예약시점이 빠를수록 가격이 저렴합니다.”

크루즈인터내셔널의 최승희 홍보담당의 조언이다. 휴가 때 크루즈여행을 즐기기로 했다면 순간의 부지런함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돌아온다는 말이다. 그럼 아예 내년 여름휴가를 기약하는 건 어떨까. 마침 오세아니아 크루즈 선사의 최신 선박인 리비에라호(1인 4749달러부터)가 내년 7월 7일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출항한다. 11일 일정의 여행은 리스본과 스페인 말라가, 카르타헤나, 이비자, 바르셀로나, 프랑스 마르세유, 모나코 몬테카를로, 이탈리아 포르토피노, 리보르노(피렌체), 차비타베키아(로마)를 경유한다. 말 그대로 한여름 지중해 크루즈 여행이다.

오세아니아 크루즈는 격식보다 자유분방함을 우선시하는 크루즈 선사다. 굳이 턱시도나 드레스가 필요 없다. 최대 7가지 식사 옵션과 다양한 콘셉트의 스위트 객실을 보유한 리비에라호는 여유 있는 관광일정을 위해 주요 도시에선 1박 이상 정박한다. 세계적인 요리사 자크 페펭(Jacques Pepin)이 개발한 수준 높은 요리시연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그는 프랑스 요리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레종 도뇌르 훈장까지 받은 스타 셰프다. (02)775-0100 www.cruise.co.kr

Tip. 크루즈여행은 왠지 어색하다고? 크루즈 안의 모든 서비스가 굉장히 비싸 보이는데… 걱정도 팔자다. 크루즈 여행 상품 가격에 숙박과 모든 식사, 각종 여흥과 프로그램 이용료가 포함돼 있다. 식사가 포함된 상품은 24시간 룸서비스도 무료다.(주류 등 음료 제외) 물론 크루즈 출발지까지 항공료는 별도다.

영화에서 보니 여행객의 옷차림이 정장에 가깝던데… 탑승 후 선장이 주최하는 만찬의 경우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도 있지만 최근엔 캐주얼한 복장이 대세다. 예약 시 문의하면 쉽게 해결되는 고민이다.

영어 때문에 부담스러운데… 해외여행 시 영어는 알면 알수록 편리한 수단이다. 하지만 모른다고 여행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웬만한 크루즈에는 한국인 승무원이 탑승해 있다. 우리말로 묻고 떠들어도 뭐라는 이 하나 없다. 단, 승객이 많을 땐 한국인 승무원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기대하기 힘들다. 계약 시 여행사의 인솔자가 동행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0호(2014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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