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기질하던 소도 굴러 떨어질 정도의 산비탈.
여름이 지나면서 어느새 초록 물결로 장관을 이룬다. 거대한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한 배추밭이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고 있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가장 중요한 반찬인 김치, 그 주요 재료인 배추가 한반도의 등줄기인 백두대간 해발 1100m의 고랭지에서 하늘을 마주보고 자라고 있다.
높은 곳에서 농사를 짓는 이유는 한여름에도 배추가 버티도록 하기 위함인데 올해 긴 장마 후의 폭염으로 이곳의 배추도 생육부진이다. 추석 이전에 출하해야 좋은 가격에 팔 수 있었는데 제때 출하하지 못한 배추가 태반이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고지대의 푸르른 아름다움만큼이나 농부의 표정도 밝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