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벌써부터 살랑살랑 불어오네요. 벌써 첫 라운드를 시작한 열혈 골퍼들도 있으실 테고, 조만간 라운드 계획을 잡고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분들도 많으시겠죠.
얼마 전 신지애 프로를 만나 징크스와 관련된 얘기를 했는데, 주말 골퍼들께 꼭 알려주고 싶은 부분이 있어 이번 호에선 ‘징크스’에 대한 얘기를 한번 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징크스는 없애라’는 것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신 프로가 많은 징크스나 습관, 버릇들을 갖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많은 프로골퍼들은 자신만의 징크스를 갖고 있기 때문이죠. 어떤 선수들은 꼭 일정한 번호의 공만 사용하고 새 장갑은 절대로 시합 때 쓰지 않기도 하죠. 새 양말을 신거나 시합 전에 밀가루 음식은 절대 안 먹는 선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신 프로는 ‘나는 징크스가 없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얘기하더군요. 사실은 ‘징크스가 될 만한 것은 없앤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었습니다.
신 프로는 한 가지 예를 들었습니다. 예전에 시합 도중 물을 마셨는데 그 홀에서 보기를 범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게 여겼죠. 그런데 한참 후에 목이 말라 물을 마셨는데 그 홀에서 또 보기를 범했습니다. 특정한 행동 후에 동일한 결과가 반복되니 신경이 쓰이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런 징크스 때문에 신 프로는 경기 도중 아예 물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게 됐죠. 그런데 뜨거운 태양 아래서 4~5시간을 걸으며 경기를 펼치는 선수에게 물을 마실 수 없다는 것은 고통 그 자체입니다.
그렇게 ‘물 징크스’로 고통 받던 신 프로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내가 왜 이렇게 물 마시는 것에 대해 발목을 잡혀서 힘들어야 하나”고 말이죠.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물 징크스 깨기’에 나섭니다.
시합 때 매 홀마다 물을 마시는 거죠. 처음에는 굉장히 겁이 나고 심리적으로 불안해서 샷이 잘 안됐다고 합니다. 물론 보기를 많이 했죠. 하지만 계속 물을 마시며 플레이를 하다 보니 파도 잡고, 샷이 좋으면 버디도 잡았습니다. 그제야 ‘물=보기’라는 공식이 깨진 거죠.
신 프로는 “예전에는 예민한 편이어서 세세한 징크스가 많았는데 ‘물 징크스’ 이후로는 같은 방법으로 하나하나 이겨 내다보니 지금은 징크스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는 주말 골퍼들을 위해서 조언을 해줬습니다. “징크스를 만드는 것도 자기 자신이고 깨뜨릴 수 있는 것도 자기 자신 뿐이에요.”
이상한 징크스를 스스로 만들고 그것에 발목을 잡히면 골프를 즐기지 못하고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도 덧붙였죠.많은 주말골퍼들이 그늘집에서 OB맥주는 절대 안 먹고 ‘알 깐다’고 하면서 계란을 안 드시는 분도 계시죠.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된다며 이것저것 다 안 하다 보면 골프 치는 낙이 반으로 줄어들지 않을까요.
올해는 지금까지 얽매었던 징크스를 훌훌 날리는 도전을 한번 해보세요. 그만큼 골프가 더 즐거워지고 골프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스코어도 함께 좋아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