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 5월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달이기도 하다. 어버이 날은 물론이고 부부의 날이나 성년의 날 등이 줄이어 있다. 게다가 부모와도 같은 스승의 은혜를 기리는 날도 있다. 이 좋은 달에 가족이나 은사의 은혜를 생각하는 와인으로 분위기를 더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스페인의 왕실 와인 마르께스 데 리스칼
마르께스 데 리스칼은 현 스페인 국왕인 후안 카를로스 1세의 아버지 때부터 왕궁에 와인을 공급해온 스페인 왕실 공식 와인. 1850년에 설립된 스페인 최고의 와인명가이기도 하다.
마르께스 데 리스칼은 리오하 지방에 보르도 스타일 와인 메이킹 기술을 접목해 우수한 품질의 와인을 만들어냈다.
이를 통해 리오하 와인의 품질을 높이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샤또 마고의 수석 와인메이커인 폴 퐁타이에가 컨설팅을 하는 와이너리로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커플이 선호하는 와인이기도 하다. 로열패밀리의 와인이지만 가격은 합리적인 편. 마르께스 데 리스칼 레세르바는 8만원 선이면 즐길 수 있다.
스페인 전통 품종인 템프라니요(90%)를 중심으로 그라시아노와 마주엘로를 블렌딩한 와인으로 점토성 석회암 토질의 특성이 살아 있다. 수령 15년 이상된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드는데 적절한 산도와 섬세한 탄닌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2년간 오크통 숙성 뒤 다시 1년 간 병 숙성을 거쳐 나오는데 풍미가 뛰어나다. 2005년 빈티지는 로버트 파커로부터 90점을 받았다.
부자가 함께 일군 명가의 리슬링 프리츠하그
아버지의 사랑은 아들이 자신을 뛰어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아들의 존경 속엔 아버지를 따라잡아야 한다는 강박감이 깔려 있다. 그렇기에 부자가 같은 길을 가려면 사랑과 존경이 어우러져야 한다.
모젤 지역의 프리츠하그는 3대에 걸쳐 그 같은 부자의 정으로 리슬링 와인의 명가를 이뤘다. 이 와이너리는 지금 독일 10대 와이너리이자 모젤 지역에서 최고의 리슬링을 만드는 곳으로 꼽히고 있다. 창업 2세인 빌헬름 하그는 모젤의 VDP(독일 우수와인양조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독일 와인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고 있다. 3세이자 현 소유주인 올리버 하그는 독일 와인의 새로운 전설을 만들어낸 와인메이커로 우뚝 섰다. 독일 와인 평가지 고미오는 프리츠하그 2006 빈티지를 ‘올해의 와인’으로 선정하고 동시에 올리버 하그를 ‘올해의 와인메이커’로 뽑았다.
미네랄이 풍부하면서도 정교한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는 프리츠하그 와인은 부자가 함께 마시기에 손색이 없는 와인이다. 리슬링 100%로 반짝이는 노란빛의 녹색을 띠며 복숭아와 사과의 향을 풍긴다. 시원하면서도 신선한 맛으로 샐러드나 가벼운 육류, 생선, 스낵과 잘 어울린다.
2010 빈티지는 로버트 파커가 87점, 와인 스펙테이터 88점을 주었다.
형제의 우애 샤또 말메종 바롱 에드먼드 로칠드
세계적 금융과 와인의 명가 로칠드 가문을 출범시킨 마이어 암셀 로칠드는 다섯 아들을 두었다. 그는 아들들을 런던과 프랑크푸르트, 빈, 나폴리 등 각지에 흩어져 살게 했다. 임종을 앞둔 그는 다섯 아들을 불러 화살을 하나씩 주고 부러뜨리라고 했다. 다섯 아들 모두 손쉽게 화살을 부러뜨렸다.
그는 이번엔 화살 다섯 개를 주고 동시에 부러뜨리라고 했다. 누구도 다섯 개의 화살을 부러뜨리지 못했다. 아들들은 그때의 교훈을 잊지 않고 힘을 모아 세계적 가문을 만들었다.
다섯 아들은 힘을 모아 보르도의 1등급 그랑 크뤼 샤또 라피트를 인수해 샤또 라피트 로칠드를 만들었다. 막내 제임스 로칠드의 아들 에드먼드 로칠드는 아버지와 삼촌들의 뜻을 이어 ‘바롱 에드먼드 로칠드’를 설립하고 새로운 가문의 와인을 만들고 있다.
로칠드 가문의 모든 와인엔 당시의 교훈을 담은 다섯 개의 화살이 있다. 바롱 에드먼드 로칠드의 샤또 말메종은 샤또 라피트 로칠드만큼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형제간의 우애를 나누기에 적당하다.
메독 물리스 지방의 와인으로 메를로(80%)에 카비네 소비뇽(20%)을 블렌딩했다. 산도와 탄닌이 적절히 균형을 이룬 이 와인은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난 와인으로 꼽힌다. 2006 빈티지가 2009년 와인 스펙테이터의 100대 와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
배우자에 대한 애정을 담은 와인 제이오 꼴메이
비솔은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의 요람인 베네토 지역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와이너리다. 50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오는 프로세코 생산자이기도 하다.
프로세코는 비싼 샴페인의 대안으로 여겨질 만큼 품질이 좋은 이탈리아의 스파클링 와인이다.
비솔 패밀리는 1500년대부터 와이너리를 운영해오며 프로세코 와인의 꽃을 피웠다. 제1차 세계대전 때 잠시 와인생산을 멈추기는 했지만 1920년대에 ‘데지데리오(Desiderio)’의 노력으로 한 단계 성장했다.
데지데리오는 제2차 세계대전 후 4명의 아들에게 각각 경영과 와인양조, 와이너리 운영 등 다른 교육을 받게 한 후, 파트별로 나눠 와이너리를 성장시켰다. 이러한 가족경영방식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와인 양조에선 포도의 자연적 아로마를 유지하고 신선함을 강조하기 위해 이탈리아 정통 방식인 샤르마(Charmat, 탱크를 사용한 발효) 기법으로 프로세코를 생산하고 있다.
비솔의 프로세코가 드라이하며 향이 진하지 않지만 우아함과 부드러운 맛을 지닌 것도 그래서다. 비솔의 와인 중 제이오 꼴메이는 부인이 데지데리오를 부르던 애칭 ‘제이오’에서 이름을 따온 만큼 애정이 듬뿍 담긴 와인이다.
100% 글레라 품종 포도로만 만든 이 와인은 캐나다 와인 경진대회에서 금메달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