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부담이 교차되는 해외출장. 늘 같은 곳만 왕복하는 출장길은 반복될수록 지루하고 때로 곤혹스럽다. 운 좋게 주어지는 자유시간도 길어야 반나절. 어찌하여 들어선 쇼핑가의 쇼윈도는 어딜 가나 똑같은 풍경이요, 가이드북에 깨알같이 소개된 명소들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이러한 시추에이션에 김남림 레일유럽 홍보실장은 “성공적인 비즈니스 뒤엔 리프레시가 필수”라고 조언한다. “특히 출장지가 유럽이라면 반나절 동안 근교에서 추억을 만들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유럽출장에 나선 비즈니스맨의 반나절 기차여행, 김 실장의 로드맵 덕분에 출장길이 곧 여행길이다.
1 Road . 프랑스 파리~도빌
프랑스 노르망디 북부에 위치한 도빌(DEAU VILLE)은 우리에겐 그리 친숙한 여행지가 아니다. 하지만 이곳은 프랑스인들에게 더없이 사랑받는 휴양지다.
미술사의 거장 모네를 비롯해 인상주의 화가들이 주변에 많이 머물렀고, 1900년대 초부터 프랑스 유명 배우와 부호들이 진부해진 파리를 떠나 새로운 사교장으로 개척한 곳이 바로 도빌이다. 파리지앵, 이민자, 관광객들이 뒤엉켜 바쁘게 살아가는 파리를 떠나 도빌에 도착하면 낭만적인 풍경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호흡이 평온해진다.
무엇보다 기차역에 내려서자마자 걸어서 이곳저곳을 둘러볼 수 있다는 게 반나절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이다.
역에서 좌측으로 10분 정도 걸음을 옮기면 노르망디 특유의 건물 양식으로 지어진 시청사와 관광 사무소를 만나게 되는데, 이때부터 이 도시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색다른 양식의 건물과 동화된 명품 거리와 코코샤넬이 처음으로 상점을 냈던 블랑슈 거리에는 영화배우 해리슨 포드를 비롯해 수많은 셀러브리티가 단골이라는 바리에르 호텔과 카지노가 있다.
반면 영화 <남과 여>의 배경이 된 칼바도스 해안은 조용하고 평화롭다. 포도의 수확량이 적은 지역적 특색이 만든 사과주 시드르(Cidre)는 도빌의 명물. 어딜 가나 본고장의 맛을 확인할 수 있다.
파리는 프랑스 전역에 기차노선이 뻗어있다. 도빌로 떠나려면 파리 북부 근교 노선이 발착하는 생 라자르(St. Lazare)역으로 가야 한다. 파리에서 도빌까진 약 2시간. 시간대별로 2대씩 열차가 배치돼 있어 미리 예약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다.
2 Road . 스페인 바르셀로나~시체스
시체스(Sitges)는 카탈루냐 지방에 있는 인구 2만명의 작은 도시다. 바르셀로나에서 기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지중해의 휴양지다. 스페인 출장이 혹독했다면 반나절 동안 비치타올과 선글라스, 읽을거리를 챙겨 바다 구경에 나서기 더없이 좋은 장소다. 매년 2월경에는 시체스 카니발, 10월에는 시체스 국제 영화제가 유명하다. 이 영화제에서 우리 영화 <놈놈놈>이 감독상을, <친절한 금자씨>의 헤로인 이영애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역을 나서면 좌측 흰색 건물에 관광 안내 사무소가 있다. 좀 더 좌측으로 나서면 골목을 지나 거짓말처럼 지중해 바다가 펼쳐진다. 지중해를 즐기며 해수욕하기 그만이다. 비치 베드나 파라솔을 빌릴 수 있다. 해수욕을 마치고 시내로 들어서면, 흥미로운 작은 상점에서 허기를 달랠 수 있다.
바르셀로나는 주요 기차역이 프란차(Franca)와 상츠(Sants) 2곳인데 상츠역을 이용하면 시체스에 도착할 수 있다. 시간대별로 배차가 많아 기다리지 않아도 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 스페인 철도청이 운행하는 기차지만 서울 근교로 확대된 지하철 개념이어서 열차 조회가 되지 않을 만큼 가까운 구간이다. 우리의 지하철과 비슷한 방법으로 티켓을 구매하고 플랫폼에 들어갈 수 있어 패스 소지자의 경우 창구에서 패스를 보여주고 목적지를 말하면 티켓을 내준다.
이탈리아 꼬모
3 Road . 이탈리아 밀라노~꼬모
꼬모(COMO)는 이탈리아와 스위스 사이에 자리한 큰 호수이자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 주의 아담한 도시다. 호수와 도시의 이름이 같다. 스위스 국경지대 알프스 산맥부터 Y자로 뻗은 146㎢의 꼬모는 이탈리아의 3대 호수이자 유럽에서 가장 깊은 호수다.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피렌체, 로마, 나폴리, 시칠리아 등의 여행담을 늘어놓으면 그저 전형적인 관광객이지만 꼬모에서 여유를 즐기고 왔다면 ‘뭣 좀 아는 여행자’가 된다.
꼬모역을 나서면 바로 눈앞에 꼬모 호수가 펼쳐진다. 아름다운 호수를 중심으로 어우러진 별장과 리조트는 이곳이 휴양 도시임을 알려준다. 로마시대부터 18~19세기까지 유럽 왕족들과 부호, 명사들이 별장을 세워 분위기가 형성됐다. 걸어 다닐 여유가 없다면 기차역 부근의 선착장에서 페리를 타고 호수의 정취를 체험할 수도 있다. 밀라노에서 꼬모까진 열차로 약 35분이 걸린다. 평일 기준으로 아침 7시부터 저녁 11시까지 2시간 간격으로 열차가 운행된다.
영국 코츠월즈
4 Road . 영국 런던~코츠월즈
잉글랜드 서부에 있는 코츠월즈(Cotswolds)는 아름다운 전원 마을로 유명한 곳이다. 바스-옥스포드 사이의 완만한 구릉지역에 200여개의 마을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우리가 상상하는 영국 전원의 목가적 풍경이 실제로 펼쳐지는 곳이다. 영국 전원을 배경으로 한 영화 <오만과 편견>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코츠월즈의 중심 도시 역할을 하는 첼트넘은 이동시간이 긴 편이지만 런던 출장이 잦다면 꼭 한번 들러야 할 여행지다. 기차역에 내려 거리를 걷다 보면 아늑한 전원마을 속에 이집트와 로마 느낌이 확연한 건물들이 눈에 띈다.
첼트넘으로 가는 기차는 런던 패딩턴역에 있다. 과거 온천 마을이었던 곳으로 기차역의 지명이 ‘CHELTENHAM SPA’다. 런던에서 약 2시간 15분이 걸린다.
독일 밀텐베르크
5 Road . 독일 프랑크푸르트~밀텐베르크
밀텐베르크(Miltenberg)는 독일 남동부 바이에른 주 마인 강 상류에 위치한 작은 도시다. 해외 관광객들보다 현지인들에게 인기 있는 소도시로 유명한 예술가나 왕족이 얽힌 흔한 스토리가 배제된 담백한 도시 분위기가 매력적인 곳이다. 기차를 이용해 역에 내려 10분간 걷다보면 마인강을 만나고, 마을이 조성된 곳으로 이어진 작은 성문을 만날 수 있다. 성문을 지나 들어가면 밀텐베르크 구시가를 만나게 된다. 독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마르크트 광장 한 켠에 밀텐베르크 성으로 올라가는 계단식 길이 나 있다. 이곳에 올라서면 마인강과 함께 마을의 정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사진 촬영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밀텐베르크까지는 약 1시간 35분이 소요된다.
스페인을 제대로 즐기는 비법, AVExperience
스페인 현지 관광청이 초고속열차 아베가 운행되는 주요 16개 도시의 미식, 축제, 역사유산, 자연, 와인을 종합적으로 알리는 아베익스피어런스(AVExperience) 캠페인을 시작했다. 선정된 16개 도시는 마드리드, 바르셀로나를 비롯해 세비야, 발렌시아, 말라가, 코르도바, 우다드레알, 레일유럽과도 캠페인 협정을 맺어 한국 여행자들도 이용할 수 있다.
김 실장의 Tip!
유럽 출장에 있어 근교여행은 지역 열차를 이용한 단거리 이동이 부담 없다. 우선 비용부담이 덜하고 여유 좌석에 대한 걱정이 없어 가볍게 출발할 수 있다. 배차와 비용, 이동 시간에 대한 정보는 레일유럽 코리아(www.raileurope.co.kr)에서 실시간 조회가 가능하다. 출장지에서 국철 패스를 사용한다면 별도 티켓 없이 바로 열차에 탑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