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들의 의미가 어렵다고요? 모든 작품들에는 ‘시간’이 담겨져 있어요. 다만 관람객들은 마지막 결과물인 작품만을 보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죠. 하지만 작품에 쓰인 소재가 갖고 있는 시간의 추억들과 그 소재들을 통해 제가 말하고자 한 메시지를 이해하신다면 한결 보기 쉬울 겁니다.”
미국 예술계가 주목하는 젊은 작가 스털링 루비가 국내 최초로 개인전을 열었다. 국제갤러리는 지난 4월 11일 <스털링 루비>展을 개최하며, 그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지는 스프레이 회화 연작과 도자기 및 브론즈 조각 작품인 Basin(널찍한 대야) 연작, 그리고 검은 가죽 재질로 이뤄진 설치 조각 작품들이 전시됐다.
이 중에서도 유독 눈길을 끄는 작품들은 설치 작품들이다. 국제갤러리 1관에서 전시되는 그의 작품 <Basin Theology / Ephedra Expansion>은 그가 10여년에 걸쳐 구워냈던 도자들 중 실패작들을 모아 만든 작품들이다. 단순한 파편들로 구성된 이 작품에 10여년의 세월이란 ‘시간’이 들어간 셈이다.
다른 작품들 역시 마찬가지다. 설치 작품 중 하나인 <Debt Basin2> 역시 빵공장에서 사용하는 화덕을 작품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사람들을 배부르게 하는 빵공장의 화덕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모습에서 현대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지적한 작품이다.
대표적인 스프레이 그래피티 작품인 <SP223>은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일상을 표현했다. 단순한 그래피티 작품으로 보이지만, 그는 “갱단들만의 표현방식과 그곳에 사는 이들의 일상, 그리고 아침마다 새로운 작품들이 등장하는 게 나에게는 많은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그곳만의 일상과 함께 하루라는 시간의 연속성이 스프레이 그래피티 작품 속에 들어간 셈이다.
이처럼 스털링 루비는 주로 인간의 부조리함과 사회적인 소외 및 문화적 변화에 따른 주변화에 대해 저항적이면서 전통적인 방식과는 차별화되는 방법을 통해 새로운 작품들을 만들어낸다. 그래서일까. 예술계에서는 그의 작품에 대해 “여러 가지 많은 의미들을 함축적이고, 독창적으로 표현을 하다보니 작품을 보고 받는 느낌이 다양하다”고 평가했다.
보는 순간 여러 가지 다양한 느낌과 많은 생각들을 갖게 하는 스털링 루비의 다채로운 작품들은 오는 5월 10일까지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볼 수 있다.
전시명 스털링 루비
장 소 국제갤러리 1, 3관
일 시 2013년 4월 11일 ~5월 10일
작 가 Sterling Ruby 미국, 1972~
[서종열 기자 사진 국제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