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루 멀어져 간다~” “흠~ 너무 쉽게 변해 가네~”
공연이 끝난 후 극장을 빠져나가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출구. 무대의 여운이 끝나지 않은 듯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노래 자락을 흥얼거렸다. “오랜만에 김광석 노래를 들으니 소주 생각이 절로 나네. 한잔 하고 가세.” “그러세. 공연 보고 나니 옛날 생각 많이 나네 그려.”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 두 분은 아마도 아련한 기분을 간직한 채 대포집으로 향하셨을 것이다.
지난 4월 6일 개막한 뮤지컬 <그날들>을 관람하고 나온 후 접한 광경이다. 이 작품은 독특하게 가수 故 김광석의 노래로 모든 뮤지컬 넘버를 구성했다. ‘이등병의 편지’ ‘서른 즈음에’ ‘먼지가 되어’ ‘사랑했지만’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은 대부분의 명곡들이 극에 등장한다. 허나 극은 김광석의 삶과는 무관하게 ‘청와대 경호실’을 배경으로 구성됐다. 작품의 대략적인 사항을 알게 된 후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다. 자칫 스토리가 허술하거나 음악 편곡의 완성도가 떨어질 경우 억지스럽고 우스꽝스러운 개그 프로그램의 한 코너로 전락해버릴까 우려스러웠다.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을 접하며 부쩍 높아진 국내 뮤지컬 팬들의 안목은 국내 창작 뮤지컬에만 관대할 리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작품을 끝까지 감상하는 동안 걱정은 하얗게 사라졌다. 초연작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스토리라인이 탄탄해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는 특별히 없었다.
그러나 뮤지컬 <그날들>의 매력을 스토리와 음악 중에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후자에 더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장소영 음악감독의 마법 같은 편곡으로 다시 태어난 김광석의 명곡들은 극에 완벽히 녹아들었다.
캐스팅 역시 화려하다. 이성적인 ‘정학’ 역은 배우 유준상, 오만석, 강태을이 맡았고 감성적인 ‘무영’ 역에는 배우 지창욱, 최재웅, 가수 출신 오종혁이 맡았다. 무영과 실종된 ‘그녀’ 역에는 뉴욕 뮤지컬페스티벌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바 있는 ‘방진의’, 오랜만에 뮤지컬 무대에 선 ‘김정화’가 합류했다.
뮤지컬 <그날들>은 오는 6월 30일까지 대학로 뮤지컬 센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