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매일경제신문 골프전문기자 조효성입니다.
오늘은 먼저 질문 하나 드릴게요. 첫 번째 질문.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 박세리, 캐리 웹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두 번째 질문. “토리파인스 골프장. 스코츠데일 골프장, 하일랜드 메도우스 골프장, RACV로얄파인 리조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이미 답을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그냥 골프 잘 치는 선수들 아닌가 하고 생각하신 분도 계시겠죠? 정답은 골프선수와 그 선수가 유독 강점을 보이는 ‘텃밭’입니다. 타이거 우즈는 토리파인스 골프장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무려 8승을 거뒀고, 미켈슨도 스코츠데일 골프장에서 열리는 피닉스오픈에서 최근 무려 28언더파를 치며 이 대회 세 번째 우승을 했습니다. 캐리 웹도 최근 열린 볼빅 RACV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무려 8승을 거뒀고, 박세리는 하일랜드 메도우스 골프장에서 열리는 제이미파 오웬스 코닝클래식에서만 무려 5승을 쓸어 담았죠. 이제 어떤 얘기를 할지 감이 잡히시죠? 바로 ‘내 골프 텃밭은 어디일까. 올해는 꼭 찾아보자’라는 겁니다. 주말 골퍼들에게는 ‘골프장 징크스’라는 것이 있죠. 생각해보면 어떤 골프장에서는 못 쳐도 80대 초반인데 특별한 몇몇 골프장만 가면 OB나 생크, 슬라이스 등으로 엄청나게 고생만 합니다.
이유는 바로 자신의 골프 스타일과 그 골프장 특성이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2010년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자 김대현은 “남서울CC는 페이드 구질을 갖고 있는 선수들에게 유리하다”고 했습니다. 바로 왼쪽에 함정이 많기 때문에 드로 구질의 선수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공을 쳐야 할 상황이 많다는 겁니다.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냥 잘 치면 되지”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겠죠. 그럼 골프 전설의 얘기를 들어볼까요?
‘살아 있는 골프 전설’ 잭 니클라우스는 골프코스 설계가로도 명성이 높습니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는 “사실 설계가로 데뷔했을 초기에는 내가 페이드 샷을 잘했기 때문에 주로 오른쪽으로 휘는 홀을 많이 만들었다”고 털어놨습니다.
골퍼들의 샷 구질에 따른 궁합이 있을 수밖에 없겠죠. ‘탱크’ 최경주도 마음에 드는 코스, 마음에 들지 않는 코스, 정말 싫어하는 코스로 분류를 하고 싫어하는 코스에서 열리는 대회는 과감히 건너뛰기도 합니다.
구질 말고도 ‘탄도 궁합’과 ‘벙커 궁합’도 있습니다. 탄도가 낮은 골퍼는 그린 주변에 함정이 많은 골프장을 싫어할 테죠. 또 벙커만 만나면 주눅 드는 골퍼들은 벙커가 많은 골프장만 가면 자신감이 떨어집니다. 그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여러 가지 ‘궁합’을 고려하면 ‘내게 맞는 텃밭 골프장’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라운드를 마친 후 학점처럼 1점부터 5점까지 나눠보세요.
가장 높은 5학점은 구질이나 거리, 벙커, 그린 등 모두 잘 맞고 편안한 골프장입니다. 바로 ‘텃밭’이죠. 물론 스코어도 잘 나오고요. 반면 1점짜리 골프장은 징크스 그 자체입니다. 18홀을 돌고나면 정신이 하나도 없죠.
이렇게 정리를 해놓으면 ‘내기’를 할 때나 누군가를 모셔야 할 때 유리합니다. 만약 5점짜리 골프장에서 ‘빅게임’이 있다면 살짝 빼면서 참여하세요. 하지만 1점짜리 골프장이라면 핑계를 만들어 내기에서 빠져야 합니다. “얼마 전에 넘어져서 발목이 너무 안 좋아. 오늘은 기분 맞춰주면서 난 살살 칠게”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