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다. 입춘은 오래전에 지났고 계절은 봄으로 접어들고 있다. 조금 있으면 여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꽃소식도 올라올 것이다. 게다가 연인과 사랑을 속삭이기에 좋은 화이트데이도 다가온다. 이 좋은 계절에 장미향 과일향이 그윽한 와인과 친해보는 것은 어떨까.
수십만 가지가 넘는 와인은 산지나 품종에 따라 맛과 향이 천차만별이다.
선이 굵고 묵직한 남성적 와인이 있는가 하면 발랄하거나 우아한 느낌의 여성적 와인도 있다. 그런데 기왕이면 남녀가 모두 좋아할 종류의 풍미라면 어떨까. 여기 계절에 맞는 로맨틱 와인들을 소개한다.
장미향 나는 로맨틱 와인의 대명사바바 로제타 BAVA Rosetta
알프스 산맥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이탈리아의 북부 피에몬테는 세계적 와인 산지이다. 그곳의 중심 아스티에선 장미 와인으로 불리는 바바 로제타가 나온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독특한 야생장미향을 지닌 말바시아 품종의 포도로 만든 달콤한 로제 와인이다.
바바 로제타는 광채가 나는 루비 빛깔과 양조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생긴 기포, 장미향이 특징이어서 성찬주로 쓰인다. 특히 순수의 상징처럼 여겨져 연인에게 자신의 순수하고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며 나누기에 적합하다. 알코올 도수가 낮을 뿐 아니라 빛이 곱고 장미향이 은은하게 피어올라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기에 좋다.
세계적 로제 스파클링 와인의 명가 바바가 만든 로제타는 알코올이 5.5%에 불과해 누구나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8~10도로 시원하게 즐기면 특유의 감미로운 장미향과 과일향이 잘 살아난다.
사랑싸움의 아픔까지 녹여 줄 달콤한 맛필리터리 비달 아이스와인 Pillitteri Cabernet Fran Icewine
사랑은 눈물을 통해 깊어진다고 했던가. 시련을 통해 더욱 달콤한 맛을 내는 와인도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겨울이면 깊은 눈에 갇히는 지방이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가을을 넘기고 살을 엘 것 같은 추위가 닥친 뒤에야 포도를 수확해 만드는 아이스와인이 그곳에서 나온다.
필리터리는 세계 아이스와인 생산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 아이스와인 메이커일 뿐 아니라 아이스와인 부분 세계 최다 수상의 실력 있는 와이너리. 이곳의 대표적 와인 ‘필리터리 비달 아이스와인’은 포도 당도가 37.9브릭스에 이를 때까지 기다려 영하 8°C 이하로 떨어질 때 수확해 자연이 농축한 포도즙으로 와인을 만든다.
어떤 첨가물도 들어가지 않고 블렌딩, 정제 과정도 거치지 않은 와인의 색은 우아할 정도로 아름다운 황금빛을 띤다. 게다가 달콤하면서도 균형 잡힌 상큼한 산도와 길게 이어지는 피니시가 인상적이다.
식후에 초콜릿이나 마카롱 등을 곁들여 마시면 좋은데 각종 치즈는 물론이고 푸아그라 등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린다.
상큼한 기포에 실려 나오는 달콤한 향 발비 소프라니 모스카토 다스티 Balbi Soprani Moscato D’asti
이탈리아 북부에서 생산되는 모스카토 다스티는 시원하면서도 달콤한 맛과 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와인이다. 모스카토의 라틴어 어원은 무스쿰(Muscum). 무스키오(Muschio ·사향)에서 유래된 단어다. 그래서 모스카토 포도밭을 지나면 그 향기에 먼저 취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발비 소프라니 모스카토 다스티는 국내에서 가장 잘 나가는 스위트 와인이자 국내 TOP 3 베스트셀링 와인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의 프리미엄 와인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를 생산하는 기술로 뛰어난 모스카토 다스티이다.
발비 소프라니의 모스카토 다스티는 부드러운 버블이 주는 청량감과 함께 향긋한 플루럴 계열의 향과 달콤한 파인애플과 레몬, 꿀 등의 향이 섬세하고도 풍성하게 펼쳐진다.
프로포즈를 멋지게 만드는 샴페인고세 그랑 로제 브뤼 Gosset Rose Bru
KGB를 보고 당신은 무엇을 연상할 것인가. 이삿짐센터? 구소련의 정보국?
와인의 세계에서 KGB는 세계 3대 프리스티지 샴페인을 가리킨다. 크루그(Krug), 고세(Gosset) 볼랭저(Bollanger) 등 세 와이너리의 약칭이다.
1584년 설립된 고세는 샹파뉴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로 16세기에 왕가의 식탁에 오르던 유일한 와인을 만들어 명성을 쌓았다. 고세는 샴페인이 발명된 17세기부터 샴페인 생산을 시작했다. 샴페인의 권위자인 탐 스티븐슨은 고세를 가장 훌륭한 샴페인 하우스 TOP 10에 선정한 바 있다. 와인 스펙테이터는 ‘프랑스 최고 와인 가이드(2008)’에서 단 두 곳만 꼽은 샴페인 하우스 중 한 곳을 고세로 지목했다.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기포나 실크처럼 부드럽고 우아한 미감 때문에 ‘우아한 귀부인’으로 묘사되는 샴페인을 프러포즈에 곁들이는 것은 어떨까.
루퍼트&로칠드 바로니스 나딘은 에드먼드 로칠드 남작의 아내이자 바롱 에드먼드 로칠드의 소유주인 나딘 남작부인의 이름을 딴 헌정 와인. 20년 이상된 포도나무에서 딴 샤르도네로 만들어 반짝이는 황금빛이 돌며 감귤과 꿀의 향이 난다. 미감을 살리는 산도와 견고한 오크향이 조화를 이룬 와인이다.
남아공의 프리미엄 와이너리 루퍼트&로칠드는 세계적인 두 명가가 만나 만들어냈다. 세계적 금융 가문으로 1등급 그랑크뤼 샤또 라피트 로칠드를 소유한 바롱 에드먼드 로칠드와 까르띠에, 몽블랑, 피아제 등 명품 브랜드를 거느린 리치몬드의 소유주 안톤 루퍼트가 손을 잡고 만든 와인이다. 그만큼 품위와 고급스러움을 갖춰 ‘와인계의 보석’이란 애칭을 얻었다. 평생의 동반자에게 헌정할 만한 의미를 지닌 셈이다.
연인에게 바치는 한 편의 시 같은 와인 베란다 오다 피노누아 Veranda Oda Pinot Noir
오다(Oda)는 최고에게 바치는 한 편의 시를 의미한다. 이 와인을 만든 와이너리에선 피노누아라는 위대한 품종에 경의를 바친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만큼 신중하게 엄선한 떼루아에서 생산한 최상의 포도만으로 완벽하게 만든 우아한 와인이다.
피노누아 품종은 본래가 우아한 느낌을 주는데 정성을 더해서인지 체리나 딸기 등 과일향과 재스민이나 장미 등의 꽃향이 복합적으로 피어나 더욱 우아하게 다가온다.
칠레 최대의 식품 그룹인 코포라의 자회사 VC패밀리에스테이트와 부르고뉴 최대의 도메인 부아셋(Domaine Boisset)이 합작해 만든 와인으로 칠레 최고의 떼루아에서 그랑 리저브 이상의 와인만을 생산한다. 그만큼 완벽하고 우아함을 추구한다.
세계적인 부르고뉴 와인 전문가이자 세계 100대 와인메이커에 선정된 바 있는 파스칼 마르샹(Pascal Marchand)이 베란다 오다 피노누아 양조를 지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