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1~2월은 공연계에 있어 비수기다. 연말을 끝으로 대부분의 무대는 막을 내리고 이후에는 관객들의 발길도 뜸해져 공연계의 체감온도는 날씨만큼 차가워지기 일쑤다. 그런데 올해 뮤지컬 공연장만큼은 사정이 다르다. 국내에서 100만 관객을 동원한 <오페라의 유령>을 필두로 <아이다> <지킬 앤 하이드> 등의 고전 명작들이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블록버스터급 뮤지컬이 즐비했지만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단연 <레베카>다. 2월 18일 기준 인터파크 주간, 월간 예매순위를 살펴보면 <오페라의 유령>도 <아이다>도 아닌 <레베카>가 가장 높은 자리에 위치해 있다.
뮤지컬 <레베카>는 올해 국내에 처음 선보였고 세계적으로도 불과 6년 전인 2006년에야 비로소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라이문트 극장(Raimund Theater)에서 초연됐을 뿐이다. 물론 실력 있는 배우와 감각 있는 연출진이 만났다고 하더라도 이렇듯 ‘입소문’만으로 기라성 같은 명작들을 누르고 초연작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기자는 이 작품의 매력으로 음악을 꼽는데 한 치의 주저함도 망설임도 없다. 청아한 ‘나(I)’와 중후한 ‘막심’, 카리스마 넘치는 ‘덴버스부인’의 목소리는 서로 조화를 이루며 귀를 즐겁게 한다. 특히 댄버스부인 역을 맡은 옥주현은 <레베카>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 무르익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검증받은 노래 실력이야 그렇다 치고 이번 작품에서는 물오른 연기력까지 뿜어내며 극의 전체적인 긴장감을 주도한다. 특히 2막에서 덴버부인이 ‘레베카’ 넘버를 열창할 때는 수차례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고 관객석 여기저기서는 비명 섞인 탄성도 터져 나왔다.
레베카에서 댄버스부인 역을 맡은 옥주현
대부분의 뮤지컬 작품에서 발견되는 2% 부족한 무대장치도 이 작품에서는 완벽히 채워졌다. 미학적으로 완성되어 있는 무대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를 발견할 수 없었다. 또 하나의 매력은 탄탄한 스토리다. 앨프리드 히치콕의 영화 <레베카>와 마찬가지로 대프니 듀 모리에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이 작품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관객들에게 다음 장면을 기대하게 만든다.
마음은 굴뚝같지만 더 이상의 스토리텔링은 스포일러일 뿐이다. 혹시 공연예매를 마친 상태라면 직접 공연장에서 확인 하시길…. 뮤지컬 <레베카>는 3월 말까지 LG아트센터에서 관람할 수 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