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드 시작 전 최소 30분 이내 도착, 밥은 반공기만, 첫 티샷은 노란색 컬러 볼로, 퍼팅연습은 10개 이상….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매일경제신문 골프담당 조효성 기자입니다. 자 퀴즈 하나. 제가 위에 열거해 놓은 게 뭘까요. 바로 제 라운드 징크스입니다.
위에 열거한 대로 하면 이상하게 공이 잘 맞더라고요. 그런데 상황이 늘 그렇게 좋지는 않습니다. 골프장에 촉박하게 도착할 때도 있고 흰색 공을 써야할 때도 있고 많은 경우에 퍼팅연습을 할 시간이 없을 때도 많죠.
그런 이유로 타수가 잘 안 나온다고 하면 많은 주말 골퍼분들은 “아이고 핑계도 많다. 그냥 치면 되는 거지”라고 면박을 주실 겁니다. 그런데도 심리적으로 ‘이런 생각 안해야지’ 하면서도 자꾸 미련이 남고 생각이 나네요.
주변을 둘러보면 저 같은 골퍼들이 참 많던데요. OB티 색이 흰색이라고 흰색 티를 안 쓰고 해저드는 빨간색이라며 빨간 계열 공이나 붉은색 티도 사용 안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늘집에서는 OB맥주는 절대 안 먹고 ‘알 깐다’고 하면서 계란을 안 드시는 분도 계시죠.
사실 ‘징크스’는 골프가 안 될 때 온갖 핑계를 대다 그것이 반복되다 보면 심리적으로 생기게 되는 현상입니다. 영어로 징크스(Jinx)는 ‘재수 없는 것’을 말하죠.
그런데 사실 아마추어들의 징크스는 프로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 정도입니다. 프로들에게 징크스는 성적으로 이어지며 바로 ‘수입’과 직결되기 때문이죠.
대표적인 예로 골프 공 번호에 특별한 의미를 두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신지애, 김경태 등 많은 선수들이 1과 3이 새겨진 공을 씁니다. 1은 1등이란 의미가 있고 3은 골프장 18홀 중 가장 많은 파4홀에서의 버디를 의미합니다. 애덤 스콧은 특별 주문한 ‘9번 공’을 사용하기도 하죠.
특이하게도 경기 전 ‘박카스’를 마셔야 마음이 안정돼 샷이 잘된다는 프로골퍼도 있습니다. 담배에 대한 징크스도 있죠. 선수들 부모 중 대회 전에는 담배를 빌려주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승을 나눠줄 수 없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골프장 징크스도 있습니다. “나는 강원도 골프장만 가면 이상하게 스코어가 안나” “나는 해안가 골프장만 가면 오비가 잘 나더라고”라는 것처럼 특정 골프장에만 가면 갑자기 ‘백돌이’가 된다거나 특정 홀에만 오면 꼭 OB가 난다는 것이죠.
이런 골프장 징크스는 프로골퍼들도 피해가지 못합니다. 최경주 선수는 1999년 PGA투어 진출 이후 페블비치에서 열린 각종 대회에 출전했지만 딱 3번만 60타대 타수를 냈을 뿐이죠. 타이거 우즈는 ‘닛산오픈 징크스’가 있습니다. 우즈가 3번 이상 출전하고 우승하지 못한 유일한 대회죠.
사실 징크스는 골퍼들 스스로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약점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주말 골퍼분들, ‘징크스’를 이기려면 무시하는 것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저 즐겁게 라운드를 즐기세요. 공이 시원하게 하늘을 가르고 날아가고 그린을 가로질러 홀컵 속으로 사라지는 상상만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