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남성인 김 모씨는 오래전부터 속이 더부룩하고 신물이 오르는 증상에 시달려왔다. 게다가 최근 몇 년간은 목안에 가래가 많이 끓고 자주 기침을 하게 되어 기침약을 먹었으나 효과가 없었다. 지인의 소개로 한의원을 찾은 김씨는 위산(胃酸)의 문제로 발생하는 증상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이후 한약을 복용하고 생활습관을 바로 잡은 후에야 속이 편해지고 가래가 없어질 수 있었다.
‘역류성 식도염’을 진단받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역류성 식도염이란 위산이 거꾸로 식도로 올라와서 생기는 병이다. 주된 증상은 트림, 속이 더부룩함, 속쓰림 등 위장병 증상이다. 하지만 때로는 목안의 염증, 쉰 목소리, 목안의 이물감, 기침, 가슴의 답답함이나 가슴통증 등도 생길 수 있다. 그래서 기관지염이나 심장질환으로 잘못 진단되는 수도 많고 오랫동안 심장약을 복용해 왔는데 알고 보니 역류성 식도염인 경우도 있다.
이처럼 역류성 식도염이 늘고 있는 이유로 잘못된 식생활, 비만 등 여러 원인을 드는 의사들이 있다. 하지만 사실 한의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식도질환이 기침과 가슴통증이나 목안의 염증을 일으킨다는 점을 파악하고 있었고 많은 치료법을 발전시켜 왔다.
실제로 <동의보감>을 살펴보면 ‘심장통증이라고 생각되는 많은 통증이 대개 위나 식도의 질환에서 온다’라는 기록과 ‘과식과 폭식으로 생긴 위장의 식적(食積)과 열이 위로 올라와서 기침이 나온다’라는 내용이 있고 ‘갑작스런 목안 염증은 위(胃)에서 올라오는 담화(痰火)라는 열 때문이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따라서 위산 역류로 인한 식도염에 대해서는 체계적이고 근본적인 치료법이 한의학적으로 연구되어 왔다.
한의학적 관점으로 볼 때 역류성 식도염의 가장 큰 원인은 식적(食積)이라고 할 수 있다. 식적이란 과식, 불규칙한 식습관, 폭식 등으로 뱃속에 생겨난 묵은 체기를 말한다. 즉 음식에 체하는 것을 식체라고 하는데 식체가 다 풀리기 전에 다시 체하기를 거듭하여 만성화된 상태를 식적이라고 한다.
식적이 있으면 소화가 잘 안되고 트림을 하거나 냄새가 심한 방귀를 끼거나 대변냄새가 좋지 않고 배에 가스가 차기도 하는 등 여러 위장 증상에 시달린다. 또 배를 누르면 심한 통증을 느끼고 항상 속이 안 좋다보니 만성적인 피로감도 느낄 때가 많다. 결국 역류성 식도염 환자들 중에 식습관에 문제가 있다면 식적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역류성 식도염의 또 다른 중요한 원인으로 담화(痰火)를 들 수 있다. 담화란 신경을 많이 써서 생겨난 열을 말한다. 즉 신경을 많이 쓰게 되면 기(氣)가 정상적으로 잘 흐르지 못하게 되어 위(胃)에서 담열, 또는 담화라고 부르는 병적인 열이 생겨나게 된다. 담화가 있을 때 나타나는 주된 증상은 속쓰림과 신물이 오르는 증상이다. 속쓰림 말고도 메슥거리며 울렁거려서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거나 가슴이 답답하거나 혹은 가슴이 벌렁거리면서 빠르게 뛰는 증세, 목안에 가래가 끼거나 이물감이 드는 증세, 자주 어깨와 등이 결리는 불편함, 얼굴에 여드름처럼 피부발진이 잘 생기는 증상들도 담화로 인해 나타날 수 있다. 지나친 음주로 속이 상한 상태, 즉 한의학에서 주상(酒傷)이라고 부르는 문제도 식도염의 흔한 원인이다. 술을 많이 마시면 위장에 열이 쌓여서 속이 쓰리게 되고 신물이 오르게 된다. 사실 지나친 음주는 위장뿐만 아니라 온몸을 망가뜨린다. 술로 인해서 몸 안에 쌓인 열이 피와 진액(체수분)을 말리고 기(氣)를 삭히고 오장육부를 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역류성 식도염을 치료할 때는 진맥을 비롯한 다양한 진찰법으로 원인을 알아내어 투약과 침술로 다스린다. 아울러 생활습관을 바로 잡는 노력도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