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e Maker]이태리 와인 명가 바바의 차세대 주자 로베르토 바바…음악이 흐르는 와인을 아시나요
입력 : 2012.07.06 11:02:27
수정 : 2012.07.25 15:07:10
우리는 와인을 음식이 아니라 문화의 산물로 이해한다. 우리 와인은 이태리의 문화를 담고 있다. 스토리가 있고 음악이 흐르는 와인이다.”
이태리 피에몬테의 와인 명가 바바(Bava)의 차세대 주자인 로베르토 바바는 즐거운 표정으로 자신의 와인을 설명했다.
바바 가문은 17세기 중반부터 피에몬테의 마스티 지역을 중심으로 포도를 경작해 왔고 현재도 가족경영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는 전통 와이너리이다.
현 소유주인 피에로 바바의 장남인 로베르토 바바는 명함에 재미있게도 재미 관리자(Fun Manager)라는 직함을 적어 놓았다. 대외영업을 총괄할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와이너리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핵심인물인 그가 왜 그런 직함을 내세웠을까.
바바는 피에몬테 지역의 전통 품종인 바르베라의 최고 생산자이다. 한낱 중저가 와인에 머물던 바르베라의 품질을 대대적으로 혁신해 최고급 와인으로 만들어낸 선구자이기도 하다.
그 와이너리의 이미지를 와인의 품질에 걸맞게 ‘최고’로 끌어올린 이가 로베르토 바바다. 그는 맛으로 마시는 와인에 음악이 흐른다는 스토리를 심었다.
“우리 와인 셀러에는 두 개의 뮤직홀이 있어서 수시로 콘서트를 연다. 와인을 마시면서 문화와 역사를 말하며 함께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그것이 건강에도 좋을 것이다.”
게다가 포도를 수확해 발효시킬 때는 포도들이 들으라고 오픈 콘서트까지 연다고 한다. 실제 포도 알갱이들이 음악을 알아들을까.
“나는 모른다. 그렇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내 인생이 즐거워진다. 그러니 좋다.”
재미 관리자다운 설명이다. 그는 포도는 살아 있는 생물이기 때문에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한다. 그 말은 모르겠으나 적어도 포도를 수확하는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할 것이고 그게 양질의 와인을 만드는 데 기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로베르토 바바는 15년 전부터 한국을 방문해온 지한파이기도 하다. 그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장기 투자를 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오래 전부터 홈페이지에 한글 안내 코너까지 만들어서 브랜드를 알리려고 노력해왔다. 바바는 와인 브랜드에도 문화를 심었다. 특히 대표 와인 이름이나 레이블에 악기를 매칭해 음악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그중 하나인 바바 ‘스트라디바리오’는 바르베라 품종 와인 중 최고급에 속한다. 평균 45년 수령의 나무에서 수확하는 포도로 만드는 이 와인은 1980년부터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바이올린 명장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오의 이름을 붙인 만큼 그만한 수준의 와인을 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했다. 실제로 스트라디바리오 바이올린을 만들 듯 배럴도 최고 등급의 나무로 만든 것을 고르고 포도 수확 때부터 포도송이를 제한하며 새 오크통을 엄선해 숙성한다는 것. 그렇게 만든 바르베라 와인은 말러의 바이올린 곡을 연상케 하는 우아한 맛과 향을 낸다.
로베르토 바바는 “이 와인은 병입 후 10년 정도부터 즐기기 좋아져 20년 정도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이 회사는 네비올라 품종 포도로 ‘비올론첼로’ 바르바레스코와 ‘콘트라바쏘’ 바롤로 등 악기를 매칭한 또 다른 와인들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콘트라바쏘 바롤로는 100% 네비올로 품종의 특급 와인으로 낮고 중후하며 여운이 긴 울림의 콘트라베이스 음을 닮은 묵직한 바디감이 일품이다. 토스카나의 브르넬로와 함께 이태리 최고급 와인산지로 꼽히는 바롤로의 대표적 와인으로 30년에서 50년까지 숙성이 가능하다고 했다.
로베르토 바바는 전통 품종인 바르베라로도 다양한 와인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밝혔다. 스트라디바리오가 중후한 느낌을 준다면 자유를 뜻하는 이름의 ‘리베라’는 편안히 즐길 수 있는 와인. 현대적 감각으로 만든 이 와인은 평균 15년 된 포도나무에서 딴 포도로 담근다고 했다. 하나의 밭에서 나오는 포도로만 만드는데 과일향이 풍부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주고 있다.
리베라가 젊은 와인이라면 같은 품종으로 만든 또 다른 와인 피아노 알토는 중후한 느낌의 짙은 수액의 맛을 낸다. 이 와인은 평균 40년 수령의 나무에서 딴 포도로 담근다고 했다.
이태리가 매년 프랑스와 1, 2위를 다투는 와인 생산국이라고 강조한 그는 이태리에는 수많은 포도 품종과 수많은 와이너리가 있어 앞으로도 계속 한국 사람들을 놀라게 할 와인이 나올 것이고 했다. 포도 품종만도 1000가지가 넘는다고 하니 알 만하다.
그래서 고가의 특급와인부터 저가의 데일리 와인까지 아주 다양한 가격대의 와인이 있다고 덧붙였다. 품질은 중급 또는 상급 수준이라고.
“피에몬테는 유럽 제일의 쌀 생산지이다”는 그는 이 때문에 “피에몬테에는 쌀밥과도 잘 어울리는 와인들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농담도 하나 던졌다. “베스트 와인 콜렉터가 되는 길은 와인을 수집하는 게 아니라 마신 뒤 그 추억과 함께 빈병을 보관하는 것이다. 좀 여유가 있다면 두 병 사서 한 병은 마시고 한 병은 보관하면 좋을 것이다.”
한편 그는 경제와 관련해 이태리가 부채 문제가 불거진 나라 가운데 하나이지만 그리스나 스페인 등에 비하면 탄탄한(solid) 편이라고 했다.
“우리는 모두 자기 집을 소유하고 있다. 이태리 국민의 부채는 많지 않다. 우리는 우리 빚을 충분히 갚을 수 있다. 다만 정부 부채가 많은 편이다. 정치인들 때문에 공동체 부채가 문제가 됐다. 그렇다고 해도 이태리의 부채는 유럽 전체의 평균 수준이다. 주가 등락 때문에 심리적으로 경제가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는 게 더 불거지는 것 같은데 사실 주식 시장에 상장한 회사도 그리 많지 않다. 우리(바바)를 포함해 이태리에는 중소기업이 무수히 많다. 대부분 가족기업들은 작지만 세계 시장을 겨냥해 영업을 하고 있다. 페라리도 있고 패션 회사들도 경쟁력이 있다. 이들이 앞으로 더 생산하고 더 소비하며 공격적으로 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