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 골프 스윙에는 왜 그렇게 ‘하지 마라’, ‘안 된다’는 말이 많은지 모르겠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HEAD UP 하지 마라”다. 물론 공을 끝까지 보자는 취지에서 나온 말이라 믿어진다. 분명히 맞는 말이다. 임팩트까지는 분명히 시선을 공에 고정시켜야 한다.
그런데 종종 연습장에 가서 보면 공을 때리고 나서도 고개를 숙이고 땅만 쳐다보고 있는 이들이 있다. 특히 18홀 라운딩이 끝난 후 오른팔과 왼팔 상의에 자외선 차단제와 파운데이션으로 범벅이 되어 있는 여성 골퍼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이유를 물어보면 그들은 한결같이 당연히 그래야 되는 줄 알았으며 모두 다 그렇게 배웠다고 말한다. 가르치는 이의 의지보다 조금 과(過)하지 않나 싶다. 정작 중요한 몸통 회전은 깨끗하게 접어두고 떠나가 버린 공도 무시하고 오로지 땅만 쳐다보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땅만 쳐다보고 있으면 날아간 내 공은 어떻게 찾을 것이며 턱에 걸린 오른쪽 어깨로 어떻게 피니시(finish) 동작을 만들 수 있을까?
1 데이비드 듀발 / 2 애니카 소렌스탐
다운스윙 때 과하게 공을 오랫동안 보고 있으면 피니시 동작에서 체중이 오른발에 심하게 쏠리는 것을 알 수 있다. 말 그대로 공을 끝까지 보고자 한다면 임팩트 후 날아가는 공과 함께 머리도 자연스럽게 따라가 줘야지 공을 끝까지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때 임팩트 후 팔로우 스로우(follow through) 때에 스윙 아크(swing arc)도 훨씬 커져 다운스윙의 그 힘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 거리가 줄었거나 거리가 나지 않는다면 이 점을 잘 이해하고 스윙을 한다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때문에 “HEAD UP 하지 마라”는 말보다 차라리 “임팩트까지 허리각을 잘 유지하자”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허리각은 어드레스 자세 때 등이 약간 앞으로 숙여진 모습인데, 이 숙여진 등이 백스윙 탑(top)에서 다운스윙 임팩트까지 어드레스 때 숙여진 등의 각도만큼 잘 유지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예를 보면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던 데이비드 듀발(David Duval), 골프의 여제 애니카 소렌스탐(Annika Sorenstam)은 다운스윙과 함께 머리도 돌아가지만 허리각은 임팩트 후까지 그대로 유지한다. 대부분 타핑(topping)이 나면 헤드업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더 큰 이유는 허리각이 없어졌거나 다운스윙 때 팔을 잡아 당겨서 타핑이 나는 경우가 대다수다.
물론 공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몸통 회전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헤드업에 대한 개념을 잘 이해하면 더 예쁘고 시원한 스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말을 새기자.
[유달산 / Club S 소속 프로·PGA 멤버 yudalsangolf@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