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선생의 소설 '그 남자네 집'에 토박이 서울사람들의 밥상이 고스란히 재현된다. 복날이면 어김없이 민어달임을 하는 장면도 너무 생생해서 군침이 마구 솟기까지 한다. 나도 서울에서 났으니 서울 토박이인 셈인데, 어려서 민어를 먹어보지는 못했다. 부모님 고향이 경상북도 저쪽이어서 그 특유의 식생활 습관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사시장철 엄마가 상에 올리는 생선이 늘 그랬다. 오징어, 꽁치, 갈치(이게 그 시절에는 서민 생선이었다), 정어리(요샌 낯짝도 볼 수 없는 귀물이고), 임연수가 다였다. 그 흔해 터진 바지락이나 낙지조차도 먹을 줄 모르는 게 우리집이었다. 갯마을 쪽과는 너무 떨어져 있는 부모님의 식성이 딱 그만큼 알고 있는 생선으로만 밥상을 차리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도 엄마는 꽤 음식솜씨에 자부심이 있었는데, 고등어를 요리할 때 특히 그랬다. 어디서 꽤 괜찮은 자반을 구해오시면 고향에서 맛보시던 그 생선의 탁월함을 열심히 설명하시곤 했다. 고등어자반, 그러니까 자반고등어는 경상북도 위쪽의 내륙 동네의 것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맛으로 유명하지 않은가. ‘그물질 하는 동안 상하기 시작한다’는 비린 생선 고등어가 동해남부 지역에서 잡혀 운송로도 변변치 않은 그 동네까지 이동하면서 오히려 맛을 얻은 이 기이한 사연은 뭐랄까, 인문지리와 국토지리의 도저한 내막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고등어는 붉은 살 생선으로, 쉽게 부패한다. 우리가 서울에서는 생멸치를 잘 볼 수 없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그러니 재빨리 삶아 말리거나 소금을 쳐서 젓갈을 만들었다. 일본에서 고등어는 양념으로 많이 쓰인다. 소금절임이나 훈제로 만든다. 우리는 소금을 치는 방법을 주로 썼다. 그리하여 ‘간잽이’라는 직업군을 만들고, 요새는 그 명장이 미디어에도 출연한다. 그야말로 자반고등어 뒤집어지는 별난 세상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게 보존과 운송을 위해 친 소금이 고등어를 황금으로 만든 자반고등어 이야기는 살아 있는 전설이 됐다.
소설가 한창훈은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에서 “도시 사람들은 바닷가에 와서 고등어조림을 맛보곤 깜짝 놀란다”고 썼다. 워낙 빨리 ‘물이 가는’ 고등어의 특성을 잘 설명했다. 선도 좋은 놈으로 만드는 산지의 고등어조림 맛에 도시 사람들이 놀랄 만한 일이겠다. 도시의 시장 통에서는 자반이 아니고서야 제대로 된 고등어를 구하기 힘들다는 뜻도 된다.
나는 우리 식당에서 고등어로 파스타를 만들어 판다. 어떤 이들은 이걸 ‘퓨전 파스타’가 아니냐고 한다. 무슨 말씀을. 이탈리아 사람들도 고등어요리를 즐긴다. 지중해 사람들은 그 바다에서 나는 고등어를 한결같이 좋아한다. 지중해 동쪽에 붙어 있는 터키에 가면 빵에 끼운 고등어버거가 있다. 이탈리아는 다양한 방법으로 고등어를 요리한다. 살을 발라 튀기기도 하고, 소금을 쳐서 말리거나-자반과는 다른 스타일로 수분이 완전히 빠지도록 절여서 양념으로 쓴다―그냥 굽기도 한다.
그중의 압권은 고등어 파스타다. 지중해 고등어는 살집이 퉁퉁하지 않고 날렵하고 더 단단하다. 고등어 특유의 물결무늬는 약하고, 푸른빛이 더 많이 돈다. 보기만 해도 바다의 생명력이 느껴진다. 툭, 치면 금방이라고 꼬리를 힘차게 저으며 헤엄칠 것만 같다. 그놈을 잡아서 파스타를 만든다.
지중해의 고등어는 값도 싸다. 그야말로 서민의 생선이다. 그걸 싸게 사서 우선 잘 드는 칼로 필레를 뜬다. 등 쪽에 검붉은 피가 몰려 있는데, 이걸 제거해야 비린내가 적다. 올리브오일과 허브에 절여 하룻밤 숙성시킨 후 스파게티 같은 파스타와 버무리면 기막힌 맛을 낸다. 고등어살이 퍽퍽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이때는 낮은 온도로 천천히 요리하면 살이 부드러워진다.
고등어는 한자로 ‘古登魚’라고 쓴다. 그러나 맛이 좋고 영양가치가 높으니 ‘高等魚’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자산어보'에는 ‘벽문어(碧紋魚)’라고 표기되어 있다. 고등어의 푸른 문양 때문이다. 고등어는 살 색깔에서 알 수 있듯이 매우 힘이 세고 원기왕성한 물고기다. 참치처럼 살이 붉다는 것은 근육에 강력한 힘이 숨어 있다는 뜻이다. 헤엄치는 속도가 빠르고, 몸체를 쥐면 터질 듯한 힘이 느껴진다. 이것은 맛에서도 드러나는데, 헤모글로빈의 약간 비릿하고 철분 특유의 맛을 감지할 수 있다. 반면 흰살 생선은 비교적 천천히 움직이며 맛은 담백하다. 광어나 대구 같은 생선이 이에 해당한다.
고등어를 보통 바다의 보리라고 부른다. 보리처럼 건강에 좋으며, 값이 싸다는 뜻일 것 같다. 요새 고등어 값이 많이 올라서 마냥 만만하지는 않다. 심지어 가격을 조절하느라고 정부에서 맛없는 냉동 수입 고등어를 시장에 풀기도 한다. 이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나 싶지만 그만큼 고등어가 서민의 생선으로 인식된다는 증거다.
요즘 고등어를 회로 먹는 게 유행이다. 살아 있는 고등어가 공수되어 횟집에서 팔리는 걸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게다가 과거와 달리 유통과정에서 최대한 온도를 잘 관리해서 횟감 수준의 고등어가 수산시장 위판장에 풀리기도 한다. 나는 종종 새벽 수산시장에 들러 생선을 보는데, 정말 횟감으로도 손색없는 고등어가 수북하게 경매되는 걸 확인했다. 부패를 막기 위해 소금을 쳐서 운송하던 자반고등어의 전설이 무색해지는 요즘이다.
고등어의 여러 영양물질 가운데 보통 DHA를 거론한다. 뇌세포를 활성화하고, 각종 성인병을 막는다. 바닷가 사람들이 과음과 고염도 음식만 즐기지 않으면 심장과 혈관질환에 걸릴 확률이 훨씬 낮다는 여러 연구결과는 이런 생선에 포함된 DHA의 가치를 말해준다.
고등어의 맛이 최고로 오르는 가을이다. 겨우내 월동을 준비하면서 새우와 오징어 같은 먹이를 많이 먹어 기름기가 잔뜩 오르기 때문이다. 요즘 고등어를 직화로 구우면 기름이 얼마나 많이 흐르는지, 연기가 가득 피어올라 절로 훈연이 될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