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마무리의 계절이자 시작의 계절이다. 학생들에겐 휴식(방학)의 계절이요, 직장인에겐 정산의 계절이다. 하지만 이 시기가 이른바 ‘대목’인 곳도 있다. 우선 스키장과 빙상장이 그렇고 호빵 등 겨울철 먹을거리가 성수기다. 극장가도 다르지 않다. 해마다 설날, 여름방학, 크리스마스, 겨울방학을 최대 대목으로 꼽는 영화계는 충무로와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가슴 뭉클한 멜로드라마와 로맨틱 코미디가 겨울을 녹인다. 눈 오는 겨울밤, 극장 주변이 붐비는 이유다.
화제 만발, 관심집중
쓰리데이즈 / 라스트 갓파더 / 러블리, 스틸
쓰리데이즈
'글래디에이터'의 러셀 크로우와 '테이큰'의 리암 니슨, '크래쉬'와 '007 퀀텀 오브 솔러스'를 연출한 폴 해기스 감독이 만났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던 존(러셀 크로우)과 라라(엘리자베스 뱅크스). 어느 날 라라가 살해혐의로 종신형에 처하게 되자 존은 결국 아내를 탈옥시키기로 결심한다. 전설적인 탈옥의 대가 데이먼(리암 니슨)을 찾아가 탈옥 성공 미션 5가지를 전수받는 존. 교도소 이송조치로 아내를 구할 수 있는 시간은 단 3일뿐, 5가지 미션을 완수하고 35분 안에 도시를 탈출해야 한다.
영화는 끊임없이 긴장을 유발한다. 연기와 액션이 가능한 두 남자 배우의 호흡이 볼거리.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영화다.
감독 폴 해기스 출연 러셀 크로우, 엘리자베스 뱅크스 개봉 12월22일
황해
2008년 800만 관객을 모은 '추격자'의 세 히어로 나홍진 감독, 김윤석, 하정우가 다시 뭉쳤다. 빚을 갚기 위해 중국에서 살인의뢰를 받고 서울에 잠입하지만 일이 틀어지며 순식간에 또 다른 살인청부업자에게 쫓기게 된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전작의 탄탄한 내러티브가 과연 진화할 수 있을까를 놓고 나홍진 감독의 두 번째 영화에 충무로의 시선이 집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영화 관계자들의 입소문은 기대 이상이란 반응. 배우 하정우의 말마따나 “'추격자'를 능가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던 전 스태프들의 염원이 6개월간의 로케이션을 뜨겁게 했다.
올 겨울 한국영화 중 최대 기대작이다.
감독 나홍진 출연 하정우, 김윤석 개봉 12월22일
트론 : 새로운 시작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이후 ‘획기적인 3D 비주얼’이란 수식어는 이제 전혀 새롭지 않다. 하지만 '트론: 새로운 시작'은 파격적인 설정이 눈길을 끈다. 컴퓨터 속 가상현실에서 슈퍼컴퓨터와 죽음의 경기를 펼치는 프로그래머들의 이야기. 컴퓨터가 프로그램까지 집어삼키고 그 안에서 프로그램이 죽음을 불사한다는 설정이 이채롭다. 특히 가상현실 공간을 비주얼화한 CG와 3D가 눈을 즐겁게 한다. 문제는 내러티브. 볼거리와 적절하게 조화된 스토리 라인이 흥행 포인트다.
감독 조셉 코신스키 출연 제프 브리지스, 개럿 헤들런드 개봉 12월30일
아메리칸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로 입지를 굳힌 조지 클루니가 주연을 비롯해 제작과 투자에 참여했다. 냉혈한 킬러 잭(조지 클루니)은 스웨덴의 살인청부 은폐를 위해 이탈리아로 은신한다. 그곳에서 무기 제작 요청을 받고 일을 처리하지만 점차 인간적인 감정에 눈뜨게 되는 잭. 그런 그에게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진다. 2010년 9월 북미에서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작품. 연출을 맡은 안톤 코르빈 감독은 데뷔작 '컨트롤'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했다. U2 등 유명 밴드들이 뮤직비디오 작업에 참여해 촬영 단계부터 영화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감독 안톤 코르빈 출연 조지 클루니, 브루스 알트만 개봉 12월30일
라스트 갓 파더
농담처럼 “할리우드에 영구를 출연시키겠다”던 심형래 감독의 일성이 현실화됐다. ‘영구 없~다!’ 대신 ‘영구 있~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실없는 코미디가 아닐까 넘겨 짚어보지만 '라스트 갓 파더'의 출연진은 국내 관객의 선입견을 거부한다.
하비 케이텔, 마이클 리스폴리, 조슬리 도나휴 등은 할리우드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 배우들이다. 게다가 '토이 스토리' '에반 올마이티' 등을 집필한 조엘 코헨, 알렉 소코로브 콤비가 시나리오를 맡았다. 이쯤 되면 ‘에이~’가 아니라 ‘오우~’가 어울린다. '디 워'의 연출 이후 심형래 감독의 일취월장이 관건이다.
감독 심형래 출연 심형래, 하비 케이텔, 마이클 리스폴리 개봉 12월30일
가슴 뭉클 vs 즐거운 로맨스
'러블리, 스틸' 이 영화는 뭉클하다. 어쩌면 중장년층에게 어울린다. 고령의 마트 점원 로버트(마틴 랜도)는 이웃집 메리(엘렌 버스틴)로부터 데이트 신청을 받는다. 사춘기 소년처럼 설레는 로버트. 첫 데이트 후 혹시 전화가 오지 않을까 좌불안석인 그의 순진함이 풋풋(?)하다. 청혼을 결심한 로버트, 영화는 젊은 시절로 돌아가 두 사람의 인연을 이야기한다.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변함없이 사랑하겠다는 사랑의 메시지가 눈시울을 적신다.
메가폰을 잡은 니콜라스 패클러 감독이 2008년 23살의 나이에 집필한 작품이다.
감독 니콜라스 패클러 출연 마틴 랜도, 엘렌 버스틴, 애덤 스콧 개봉 12월23일
러브&드럭스
제이크 질렌할과 앤 헤서웨이의 알몸(?) 포스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넘치는 바람기 발휘하며 자유롭게 사랑을 즐기는 남자와 진지한 사랑을 두려워하며 가벼운 관계만을 쫓는 여자의 색다른 연애를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스타로 꼽힌 두 배우의 출연 자체가 화제를 낳았다. 두 사람은 이안 감독의 '브로큰백 마운틴'에서 이미 부부로 출연하기도 했다. 겨울철 로맨틱 코미디의 포인트는 여운. 재밌거나 톡톡 튀거나 그 이상의 아련함이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