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동아시아연구원과 일본 국제문화회관이 실시한 공동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79%, 일본인 57%가 한일 관계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더욱이 미국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북중러밀착이 강화되는 정세 속에서 한일은 실질적 협력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시기에 연세대학교 한-일 교류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 바로 ‘GTK&J’. Gateway to Korea(‘GTK’)는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Gateway to Japan(‘GTJ’)은 일본 비즈니스를 성공 시키고 싶은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교류 프로그램. 권성주 연세대 미래교육원 교수가 맡고 있다. 그는 국내 유일 일본 뉴스 전문 채널 Japan Korea Daily의 편집장이기도 하다.
Q. GTK의 출발이 궁금합니다.
A. 어릴 적부터 한일관계에 많은 관심과 문제의식,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죠. 그래서 양국 사이 갈등과 마찰의 근원이 되는 역사인식 문제에 대해 연구했고, 도쿄대학에서의 박사학위 연구 주제로 ‘일본의 공식 역사인식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누가 대표하는가’에 대해 분석했습니다. 그 연구로 양국 관계 근본적 해결 위해선 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민간 기반이 필수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학위 후 한국에 돌아와 일본계 컨설팅 회사에서 기업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만난 수많은 국내 일본 기업이 GTK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일본의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 진출해 있었고, 그 기업들 마다 일본의 엘리트 기업인들이 주재원, 법인장으로 한국에 와서 우리 이웃으로 살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그들이 한국을 제대로 정확히 이해할 수단도, 다양한 한국의 친구를 만들어갈 기회도 없이 짧게는 2~3년, 길게는 7~8년씩 한국에 있다 돌아가는 것이 너무 아까웠습니다. 그래서 2016년도에 모교 연세대학교에 제안해 만들었던 것이 GTK의 시작이었습니다.
Q. GTK가 11년째 운영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A. 새로운 대학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꼼꼼한 일본 기업인을 대상으로 세상에 없던 프로그램을 지속시키기 위해선 끝없는 개선과 만족도 향상이 필수였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강의 커리큘럼도 과감하게 바꾸고 대학에서 해오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들을 계속했습니다. 그 결과, 점점 더 많은 프로그램 수료생들이 자신의 후임을 소개하고, 주변에 적극적으로 추천하게 되었고, 참가자 모집 홍보를 하지 않아도 정원 20명 모집이 금새 마감되는 국내 유일의 과정이 되었습니다. 올해 11기는 정원을 늘려, 한국에 진출해 있거나 이제 한국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일본 글로벌 기업 30개사 법인장이 참가 등록하였습니다.
지난 10년 간, 프로그램 수료생은 약 200명이 되었고, 한국 주재 기간을 마치고 일본에 돌아간 수료생들이 ‘GTK 일본 동문회’를 만들어 도쿄에서 매년 2회씩 정기모임을 갖습니다. 일본 동문회 소속만 100명이 넘었고, ‘한국 주재 경험’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한파 엘리트 기업인이 일본에 축적되어 가는 채널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Q. GTJ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A. 2019년부터 역사문제를 품는 경제 마찰로 크게 손상됐던 한일 관계가 2022년 즘부터 바뀌기 시작했고, 일본 정부의 적극적 기업 육성 정책과 맞물려 우리 기업들의 일본 시장 진출이 대단히 활발해졌습니다. 내수 시장이 작은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제도와 문화적 이질감이 적고, 시차 없이 가까운 1억 넘는 인구의 일본은 대단히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국내에서 어느정도 기반을 닦은 한국 기업이 일본 시장을 두드리는 건 당연한 수순일 수 있지만,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사실 일본은 우리와 비슷해 보이지만 알수록 대단히 다른 나라입니다. 기업의 실패는 국가와 사회적 손실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2024년에 시작한 것이 GTJ 였습니다. 일본에 가기 전에 한국에서 ‘진짜’ 일본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고, GTK로 축적해온 일본 네트워크를 제공할 수 있다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였습니다.
Q. GTK 와 GTJ 는 어떻게 연결되나요?
A. 제가 생각하는 ‘교류’의 핵심은 ‘먼저 친구가 된다’ 입니다. 그래서 GTK와 GTJ에서는 서로 어떤 사업을 하는지 보다, 어떤 사람인지 알게 하는 자리를 만듭니다. 합동 수업도 하고, 신촌 대학가에서 뒤풀이 하면서 20대 청년 때처럼 어깨동무 하고 한 잔 마시기도 하고, 등산과 바베큐를 함께하기도 합니다. GTJ의 핵심 프로그램인 ‘TOKYO BUSINESS TOUR’ 에서는 ‘GTK 일본 동문회’ 멤버들과 도쿄 도심에서 대규모 교류회를 갖기도 합니다.
그렇게 서로를 알고, 서로를 좋아하게 돼서 상대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러면 내가 직접 거래하거나 도와줄 순 없더라도, 상대가 필요한 정보와 사람을 찾아줄 수는 있습니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이라면, 고밀도 관계사회의 한일 양국에서 그 정도는 가능합니다.
Q . 10월 15일부터 GTJ 3기가 시작된다고 들었습니다. 1기 2기와 다른 특징이 있다면?
A. GTJ 3기의 특징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압축’입니다.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약하는 일본인 경영자, 기업을 지원하는 일본 정부기관 담당자를 강사로 섭외했습니다. 이들이 전체 커리큘럼의 절반 이상입니다. GTK 10년이 축적해온 네트워크와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구성이라 생각합니다. 일본 현장의 생생한 인사이트를 얻음과 동시에 강사들과의 교류로 든든한 현장 네트워크를 함께 확보하게 됩니다. ‘교육’과 ‘교류’라는 GTJ의 핵심 가치를 동시에 가져갈 수 있도록 압축한 겁니다.
두 번째는 프로그램 기간의 압축입니다. 시간이 가장 중요한 기업인들 위해 주 1일 2개 강좌 6주 과정으로 압축했습니다. 중요한 걸 빨리 끝낸다는 게 쉽지 않겠지만 실현해보려 합니다. 세 번째는 ‘테마’의 압축입니다. 스타트업 창업가부터 대기업 일본 비즈니스 담당자까지, 각자의 상황은 달라도 일본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라면 누구에게나 반드시 필요한 주제로 압축했습니다. 그리고 그 주제에 대해 차별화된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강사는 물론 참가 기업인들과 깊게 토론합니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 등, 굳이 GTJ가 아니어도 배울 수 있고 구할 수 있는 것은 다루지 않습니다.
Q.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지요.
A. “한일관계가 바뀌면 세계질서가 바뀐다”는 확신입니다. 이제 한국과 일본 모두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자 사회 문화적 선진국입니다. 지리적으로도 가장 밀접해 있는 이 두 국가는 다방면으로 넓게 비슷하면서 구체적으로 깊게 다릅니다. 그 다른 점으로 마주보면 이상하고 불편하지만, 비슷하게 넓은 등을 맞대면 내가 못하는 걸 상대가 할 수 있는 겁니다. 강력한 상생 보완의 시너지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지금 국제사회는 빠르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오랜 전통 동맹관계가 흔들리고, 약육강식 자국중심주의의 세계시장이 되어갑니다. 그럴수록 가장 가깝고 유사한 환경에 처해 있는 한일 양국의 협력은 필수 불가결합니다. 그렇게 서로를 믿고 등을 대고 함께 발전해가려면 ‘사실은 잘 몰랐던 서로’를 정확히 이해하려는 긴 호흡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GTK와 GTJ가 그런 무대가 될 수 있다 생각합니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