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꾸준히 나눔을 실천해 온 안경사다. 2014년 이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비전케어 등 다양한 단체에 기부한 금액은 약 1억 4,000만 원에 이른다. 2000년 IMF 당시 직원으로 근무했던 아이닥안경원을 인수하며 경영 위기를 이겨냈다. 안경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아이웨어 전문 사이트를 개설해 안경, 선글라스, 스포츠글라스, 누진다초점렌즈 등 콘텐츠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일본 3D 계측 커스터마이징 안경 제작 시스템 아이메트릭스를 도입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화려한 간판들이 즐비하고 세계 각지 관광객으로 꽉 찬 명동 거리 한복판. 오피스 빌딩 11층에 자리한 안경원이 있다. ‘여기에 안경원이 있다고?’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하는 이곳은 까다롭기로 소문난 기업 CEO부터 고위 공무원, 전문직 종사자는 물론이고, 마라톤 애호가들도 즐겨 찾는 안경의 성지로 알려져 있다. 김영근 대표가 20년 넘게 운영해온 이곳은 바로 ‘아이닥안경원’이다.
간판도 찾기 힘든 오피스빌딩 고층에 자리잡은 아이닥안경은 외부 홍보를 최소화하고 온라인 판매도 없이 고집스러운(?)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이면 안경 문제는 해결된다’라는 믿음으로 찾는 까다로운 고객들은 전국에 포진되어 있다. 김영근 대표는 ‘안경은 과학’이라는 구호 아래, 자기 기술과 검안 철학을 바탕으로 전혀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 분야의 선도자로 알려져 있다.
“안경에 대해 평생 고민해 온 분들이 검색이나 지인의 추천 등을 통해 알음알음 아이닥안경까지 찾아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저희도 어쩔 수 없이 손님을 돌려보내는 일도 있어요. 예를 들어 고객분들이 원하는 안경테를 가지고 오셨는데 눈 상태나 맞는 안경알을 넣을 수 없는 일이 있거든요. 장기착용에 적합하지 않은 테도 있고요. 그냥 해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희는 그럴 수는 없어요. (웃음)”
아이닥안경은 명동에 넘쳐나는 외국인 관광객을 배제하고 순수 국내 고객들만 대상으로 한다.
이유는 역시 고객과의 신뢰 문제다.
“사람의 시력은 3년이 지나면 보통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후 불편함이 생기면 다시 안경원을 찾아 교정해야 하는데 외국인 관광객은 사실 그런 측면에서 쉽지 않죠. 또 안경테를 처음 딱 맞게 맞춰 구매했더라도 쓰다보면 불편한 부분이 생길 수 있어요. 이때 다시 교정하지 않고 불편한 그대로 초점이 맞지 않아 눈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죠. 이런 측면에서 국내 고객들을 대상으로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닥안경원을 이끄는 김영근 대표는 검안과 제품 선정, 그리고 고객 응대에 이르기까지 ‘과학적인 접근’을 강조한다. 흔히 다초점 렌즈나 고도 근시 렌즈를 맞추는 과정에서 고객에게 장점만 피력하기 쉽지만, 김 대표의 철학은 정반대다.
“보통 안경을 맞추는 데까지 1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그 과정에서 고객에게는 장점만큼 단점을 충분히 설명합니다. 주입식 정보 전달이 아닌, 고객이 스스로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고객들이 아이닥안경원이 가진 가장 큰 무기가 정직함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아이닥안경은 별도의 브리핑룸을 마련해놓고 측정 데이터로 고객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설명을 넘어 고객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하게 함으로써, 실패 확률을 줄이고 장기적인 만족도를 높인다. 이러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과정은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안정된 고객층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아이닥안경원은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지 않으면서도 커뮤니티는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도 독특하다. 김영근 대표가 이끄는 온라인 카페 ‘유리알 속 맑은 세상’은 1만 5000명이 넘는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 홍보를 위한 카페는 아니고 회원들이 조금씩 모아서 기부도 하고 취미도 함께 하는 곳입니다. 자전거를 타는 분들이 많아서 함께 지방에 있는 보육시설에 자전거를 기부하기도 하고 서울에 아이들을 초청해서 놀이공원이나 아쿠아리움 나들이를 가기도 합니다.”
20년 넘게 이어온 기부해 온 김영근 대표와 그 진심을 알아준 카페 회원들은 매년 몇 차례씩 선행을 실천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외에도 아이닥안경원은 유튜브와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로 안경에 관한 이야기나 교육 콘텐츠를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탄탄한 온라인 기반을 갖추고 있음에도 김 대표의 철학은 확고하다.
“안경은 결국 착용자의 눈 건강과 편안함을 책임지는 의료기기적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편하게 팔 수 있다면 당장 매출은 오를지 모르지만, 저희가 추구하는 가치는 구현하기 어렵습니다.”
김 대표는 온라인 판매를 통한 단발적인 매출 확대 대신, 고객 한 명 한 명과 직접 대면하며 축적한 신뢰, 정직한 원칙, 기술로 쌓은 명성을 더 소중히 여긴다. 이런 일관된 철학은 소비자가 아이닥안경원을 떠나지 않게 만든다. 그 결과 모두가 힘들었던 코로나 시기에는 단골들이 시기마다 일부러 찾아와 구매하며 ‘힘내라’라는 의미의 구매를 이어가기도 했다.
“코로나 때는 매출이 일부 줄어들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 고객분들이 찾아와 일부러 안경을 맞춰 가셨어요. 한 분은 해외에서 선글라스 50개를 가져와 렌즈를 모두 한꺼번에 맞춰달라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말렸습니다. 몇 개만 하시고 다음에 시력이 변하면 또 교체하시라고 말씀드렸어요. 나머지 선글라스는 아직도 저희 안경원에 보관 중입니다. (웃음)”
아이닥안경원은 수년 전부터 ‘개인 맞춤형 안경’이라는 개념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최근 출시한 ‘SIEM 무테 안경’은 그 결정판이다.
아이닥안경원이 국내 가장 먼저 들여온 SIEM은 일본 아이메트릭스사의 무테안경 브랜드로, MK2 스캐닝 장비를 통해 동공 간 거리, 귀 높이, 코 높이까지 정밀 측정한다.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렌즈, 코 받침, 템플과 템플팁 등을 얼굴 형태에 맞게 조정해준다. 특히 템플팁은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되어 충격 시 안경이 떨어져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고, 최초 피팅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 스위스, 일본 등 정밀과학 기술이 집약된 이 3차원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은 고객 얼굴을 0.1mm 단위로 3D 스캔한 뒤 가장 알맞은 안경테를 만들어낸다.
“SIEM은 첨단과학과 숙련된 안경사의 조제 기술이 만난 결과물입니다. 한 개의 안경을 만드는 데 10단계 공정이 들어갈 정도로 정성이 필요하므로 소비자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이 방식은 3세대 안경 제작 방식으로 분류되며, 기존 1세대(용접 기반 부품 조립)나 2세대(핸드메이드 오더 방식)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다. 3세대 제작 방식은 디지털 계측으로 얼굴 데이터를 확보해 규격화된 다양한 크기의 부품을 최적 조합한다. 코 높이, 귀 높이, 눈동자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안경을 맞추므로, 기존 안경테의 문제점인 흘러내림 현상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장시간 착용 시에도 편안한 시야를 제공한다. 소재 역시 특별하다. 베타티탄과 하이트렐 소재를 사용해, 피부가 예민한 소비자도 문제없이 착용할 수 있다. 하이트렐 은 고무의 유연성과 플라스틱의 강도, 그리고 열가소성 수지의 가공성을 동시에 갖춘 소재로 찢김, 굴곡 절단, 내마모성과 내충격성이 탁월하다. 이러한 소재가 가진 특징이 SIEM 안경의 내구성과 편안함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저희가 온라인 판매나 원거리 고객들을 대상으로 서비스할 수 없었던 어려움을 상당한 부분 해소해 줄 수 있는 기술입니다. 일반 안경원에서 측정기기를 일반 안경원에 보급해 그 데이터를 통해 저희가 제작해 납품해 드리는 형태로 서비스 확장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박지훈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