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이벤트 테크 플랫폼 ‘온오프믹스(onoffmix)’.
이벤트 테크 플랫폼이란 수식어가 새롭다. 서울 강남구청역 인근에 자리한 온오프믹스는 행사, 공연, 이벤트 등 기업의 마케팅 행사를 돕는 비즈니스 플랫폼이다. 행사를 기획하고 온오프믹스에 접속하면 웹사이트 구축부터 초대 연사, 기념품, 행사참여자 모객, DB 구축까지 원스톱 해결이 가능하다. 최근엔 좌석예약 시스템까지 구축하며 현장 판매 통합 정산이 가능한 솔루션도 제공하고 있다. 2010년 온오프믹스를 창업한 양준철 대표는 “직접 서비스를 이용하고 행사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회원 145만 명이 든든한 후원군이자 파이프라인”이라고 소개했다. 행사에 필요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직접 행사를 운영하고 참여하는 소상공인이자 회원이란 의미다. 양 대표는 “팬데믹 시기에 주춤했던 수요가 엔데믹 이후 터지고 있다”며 “올해는 승부의 시기”라고 강조했다.
16세에 처음 창업에 도전했다.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다 이후 네오위즈/첫눈, 투어익스프레스 등 국내 인터넷 관련 기업에서 사업기획 및 연구개발(R&D) 부문 경력을 쌓은 뒤 2010년 온오프믹스를 창업했다. 온오프믹스는 그의 세 번째 도전작이다.
Q 새 사옥이 꽤 멋진데요.
A 지난해 초에 저희 고객사가 완성한 건물이에요. 마침 이사할 곳을 알아보던 중이었는데 조건이 맞아 입주하게 됐습니다. 이곳 지하 1층은 직원들의 회의공간이자 휴게공간이에요. 아, 대관도 가능합니다. 지하 2층에 7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그곳에선 매주 월요일에 뮤지컬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14주간 뮤지컬 넘버와 연기를 익히고 15주 차에 실제 공연까지 하는 수업이에요. 직장인들이 많이 참여하시는데, 기업 CEO나 임원 분들도 많이 오십니다.
Q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 오프라인 클래스를 연 셈이네요.
A 팬데믹 이후에 오프라인 모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거라고 예상했어요. 뮤지컬 클래스는 저희가 운영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이벤트를 기획 중이신 분들에게 콘텐츠부터 공간, 홍보, 모객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온오프믹스 플랫폼(www.onoffmix.com)에 들어오시면 다양한 분야의 유명 연사들을 만나보실 수 있어요. 바로 섭외할 수 있는 분들이죠.
Q 온오프믹스는 종합 이벤트 테크 플랫폼으로 알려졌는데요. 이건 어떤 의미입니까.
A 지금까지 온오프믹스가 성장을 시켜왔던 영역은 롱테일 고객 분야예요. 산업적으로 분류하면 공연, 축제 등의 문화 이벤트, 박람회 등의 마이스(MICE) 영역, 그 외 나머지 이벤트가 바로 롱테일 고객 영역이죠. 예를 들어 매경이 이벤트를 주최하면 그건 컨벤션 영역이 될 것이고 소소하게 구독자를 대상으로 이벤트를 한다고 하면 그건 롱테일 고객 영역이 되는 겁니다. 앞선 두 영역은 주로 대행사가 도맡아서 진행하고 있어요. 주최자들이 콘텐츠와 커리큘럼을 짜고 그걸 수행할 대행사와 이벤트를 만드는 거죠. 그런데 이 영역은 예산이 많이 듭니다. 대행사와 함께해야 하니 비용 부담이 크죠. 저희가 존재하기 전까진 웹사이트를 제작하고 홍보하는 영역도 비용이 엄청 높았어요. 온오프믹스의 회원이 현재 145만 명입니다. 요즘 어떤 행사가 있는지 발품 팔아 찾아오시는 분들이죠. 이분들에게 콘텐츠를 노출하고 모객할 수 있도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기존 온오프믹스라는 플랫폼입니다. 대행사까지 이용하는 비용을 10분의 1로 절약할 수 있죠.
Q 사업영역 확장이 사세 확장으로 이어졌다고 들었습니다.
A 팬데믹 기간 동안 좌석예약 시스템을 만들어서 공연, 축제, 정부 행사 할 것 없이 어떤 장소에든 좌석 지정제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지난해 초에 넥스트스토리의 레저사업부를 인수했는데, 150여 개 레저시설의 온라인 다채널 판매, 키오스크, 포스(POS) 등 현장 판매 통합 정산이 가능한 솔루션을 갖춘 팀이죠. 인수 후 레저시설뿐 아니라 문화이벤트, MICE, 롱테일 고객 영역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에는 행사 준비에 필요한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비즈니스 오픈마켓 ‘온오프믹스 커넥트’를 열었어요. 이벤트를 열 때 대행사에 의뢰하곤 하는데, 저희 플랫폼에 몇 가지 행사 정보를 입력하면 통합제안요청서(RFP)가 생성돼 다양한 서비스·상품 공급자들(소상공인)과 거래할 수 있습니다. 현재 RFP 관련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Q 대형 기획사나 대행사들의 틈새시장을 공략한 셈인데요.
A 그렇죠. 그리고 그 대행사들과 기술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웹이나 디지털 분야는 온오프믹스가 맡는 형식이죠.
Q 지난해 꽤 바쁜 한 해를 보냈는데, 성과가 궁금합니다.
A 통합 솔루션 등 다양한 분야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한 한 해였어요. MICE 분야에선 글로벌 스타트업 축제인 ‘COMEUP 2023’의 웹사이트와 비즈니스 매칭 프로그램, 실시간 통번역 솔루션 등을 제공했고, 연말에 진행된 글로벌 인플루언서 박람회 ‘서울콘’의 참가자 등록 시스템과 명찰 발급 솔루션을 제공했습니다. 이벤트 분야에선 엑시비션허브아시아와 MOU를 맺고 ‘반고흐 전시’와 ‘디노 얼라이브 전시’ 등 글로벌 IP 콘텐츠의 한국 진출을 도왔습니다. 전체적인 매출은 26억5000만원, 거래액 176억원의 성과가 있었네요.
Q 올해는 어떻습니까.
A 사실 팬데믹 시기에는 모임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암담한 상황이었어요. 지난해 거리제한이 풀리면서 매출과 거래액이 회복됐고, 올해는 50억~6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Q 국내시장에 온오프믹스의 경쟁자가 있습니까.
A 딱히 사업영역이 겹치는 경쟁사는 없습니다. 이 영역이 쉽지 않거든요. 롱테일 고객이 중심이다 보니 고객마다 요구사항이 달라요. 그 요구사항들을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어렵죠. 사실 약 15개 정도의 후발주자가 이 시장에 진입했다가 발을 뺐습니다.
Q 2010년에 창업했습니다. 당시와 지금의 기업 행사나 홍보 방식은 많이 다를 것 같은데요.
A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콘텐츠’예요. 온오프믹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이기도 한데, 당시 병역특례로 근무하던 회사가 행사를 개최하면서 웹사이트 제작이나 홍보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걸 봤어요. 웹에이전시를 이용하고 별도의 데이터베이스(DB)를 관리하지 못하니 홍보에도 별도의 비용이 들더군요. 그런데 그 당시에는 그게 일반적이었죠. 지금은 온오프믹스로 대부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모객 페이지(웹사이트) 제작부터 홍보, 연사 섭외, 기념품 등의 콘텐츠가 모두 온오프믹스에 있거든요. 행사 후 쌓인 DB도 이용자에게 제공되기 때문에 이를 통해 다음 행사의 홍보도 할 수 있습니다.
Q 홍보수단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하는 빈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팔로워를 늘리는 비법이라면.
A 이제는 ‘취향의 시대’라고들 하는데요.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많아지면서 원하는 걸 탐색하고 즐기려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대표적으로 내가 누리지 못하는 럭셔리한 삶이나 알고 싶었던 분야를 쉽게 설명해주는 콘텐츠를 팔로우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추세죠. 지름길이 있을까요? 결국엔 관련된 툴을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마르지 않는 샘처럼 꾸준히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해요.
Q 최근 스타트업 투자 성과가 눈에 띄게 악화됐다고들 합니다.
A 금리가 높아지면서 투자자들 입장에선 안전 자산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높아졌어요. 스타트업 입장에선 투자 혹한기죠. 사실 온오프믹스는 창업 초기에 이렇다 할 투자 혜택을 받진 못했습니다. 투자생태계가 없는 시기이기도 했고, 투자를 받으면 투자자들이 원하는 바를 이뤄야 한다는 생각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영했어요. 2022년까지 누적투자금이 20억원이었습니다. 그러다 엔데믹 시기에 30억원을 투자받아 레저사업부를 인수했고, 올해 약 50억원의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Q 그건 사업에 확신이 섰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A 팬데믹 시기는 이벤트 업계의 암흑기였다고 할 수 있어요. 저희가 그 시기를 버틸 수 있었던 건 145만 명의 회원분들 덕분입니다. 이분들은 저희 서비스를 한 번 이상 경험해보신 분들입니다. 직접 이벤트를 주최하거나 참여한 분들이죠. 입소문으로 알음알음 규모를 키웠습니다. 자연스럽게 모객이 가능한 후원군들이기도 하죠. 여기에 앞서 말씀드린 통합 솔루션 등을 활용한다면 올해는 충분히 승부를 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Q 고등학생 시절부터 창업에 뛰어들었다고 들었습니다.
A 제가 7살 때 아버지께서 MSX-Ⅱ라는 컴퓨터를 얻어 오셨는데, 그때부터 PC통신을 통해 리눅스라는 운영체제를 알게 됐고, 관련 커뮤니티 활동도 하게 됐어요. 어느 정도 컴퓨터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자신감이 생겼을 때 빨리 사업에 도전해서 경험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제가 중학교 때 아버지가 하시던 사업의 상황이 안 좋아졌거든요.
Q 창업 전문가로서 후배들에게 조언하신다면.
A 아직 큰 성공을 거둔 창업자는 아니라서.(웃음) 창업자는 초심을 잃으면 후발주자에게 추월당할 수 있습니다. 창업자는 끊임없이 성장을 위한 도전과 안정적인 운영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사명감은 커야죠. 세상을 바꿀 만한 아이디어와 실행이 아니라면 기존 사업에서 고객들을 유치해오기 쉽지 않거든요.
[안재형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