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두 국민의힘 의원(경남 창원시마산합포구)은 국회에서 “일만 하는 의원”으로 통한다. 다른 의원들도 열심히 하지만 최 의원은 좀 남다르다. 정치풍향계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고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인 정책 입법에 집중한다. 그래서 당 내 친윤-비윤 간의 갈등이 심하지만 최의원은 무채색이다. 성실성을 인정받아 3년 연속 국감 우수 의원에 선정됐다. 2024년 총선을 앞뒀지만 신년호에 최 의원을 인터뷰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인터뷰 일정을 잡던 중 갑자기 2차 요소수 파동 조짐, 31년 만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 등 중국발 여러 사안들이 불거졌다. 공교롭게도 최 의원이 속한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관련 이슈들이다. 역시 일만 할 팔자였다.
최 의원은 “31년 만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한·중 간 교역구조의 근간이 변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될 부분”이라면서 “이는 중국이 그만큼 성장했다는 뜻이고, 우리가 계속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핵심 기술의 초격차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이어 임기가 거의 다 된 21대 국회와 관련해 “국민 삶과 직접 연관된 정책 및 예산 관련 법률안들이 정쟁으로 논의조차 되지 않는 구태가 반복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Q 대중 무역수지가 3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고 합니다. 한·중간 산업구조의 변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A 지난 10년간 한·중간 무역구조를 보면 이미 그런 조짐이 있어왔습니다. 그동안 대중 무역수지가 괜찮았던 것은 반도체, 자동차 분야의 성과에 의해 유지된 측면이 강합니다. 잘나가던 산업 분야에서 둔화가 생기니 이것이 반영되는 거죠. 중국은 기술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그동안 계속 노력해왔습니다. 우리가 산업화 과정에서 수입 대체를 해나가면서 세계적 기술을 따라잡았듯 중국도 그 길을 똑같이 걸어왔고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는 것이죠.
Q 그렇다면 대처법은 있을까요.
A 핵심 기술의 초격차가 중요합니다. 한·중 관계를 돌아보면 아무리 그들이 심사가 뒤틀려 우리를 핍박하고 싶어도 자기들이 필요한 것은 꼭 수입을 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반도체입니다. 양국 관계가 악화됐어도 반도체만은 투자 유치를 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초격차 반도체와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중국이 단기간 내에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기술 격차가 있는 반도체 말이죠.
Q 이 와중에 요소수 사태가 2년 만에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였습니다. 정부가 급하게 대처에 나섰지만 뭔가 정리되지 않은 모습이 보입니다.
A 여전히 위기에 대응하는 시스템적 구축이 잘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서도 최근에서야 관련 법이 통과됐습니다. 사안이 터지면 시끄럽다가 지나가면 위기감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구태가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솔직히 지금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상임위 중심으로 돌아가야 법안 등으로 정책 뒷받침을 하는 능력이 빠르게 진행될 텐데, 그게 안 되고 있습니다.
전 이를 우리 정치가 당 대표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당의 김기현 대표 사퇴 건도 사실 모든 현안을 두고 당 대표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책임은 다 져야 되는 구조입니다. 민주당은 더합니다. 야당이니 국정 운영과 관련해 책임은 더 없고 무제한의 권한만 지금 행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국가적 현안 앞에 여야가 머리를 맞댈 수가 없습니다. 국회는 원내 중심으로 돌아가는 구조가 정착돼야 합니다.
Q 국회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관련 법안이 잘 통과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번 국회에서도 규제혁신은 말뿐인 것 같습니다.
A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통과된 규제혁신 법안은 91건 밖에 되지 않습니다. 정치적 대립이 있더라도 대국적 차원에서 민주당이 관련 법안을 들여다봐야 하지만 논의조차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특히 저희 상임위의 경우 경제 살리기 법안이 정말 많습니다. ‘산업단지 입지 킬러규제 혁파방안’인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 대형마트 영업휴무일 온라인 배송 허용을 담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 1인 창조 기업을 지원하는 법 등은 꼭 통과돼야 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야당의 협조를 다시 한번 구합니다.
Q 바이든 정부 들어 통상 문제가 글로벌 이슈화되면서 소속 상임위도 여느 때보다 바빴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2024년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점쳐지면서 또 다른 환경을 맞이할 것 같습니다.
A 맞습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그의 급진적 정책으로 세계 경제가 다시 한번 소용돌이에 휘몰릴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무역 전쟁의 서막이 올라갈 것입니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만반의 준비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트럼프 집권 시 가장 우려되는 산업은 전기차와 배터리입니다. IRA 수정이 예상되고, 보조금 혜택을 누리고 있는 한국의 배터리 업계가 맞이할 수 있는 악재를 대비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2024년 총선이 있지만 관계부처에서 부단한 관심을 가지고 사전 준비에 나서야 합니다.
Q 항상 통상 문제 관련 해법의 결론은 다변화입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변화 집중 지역이 달라지는데, 정파적 접근은 지양해야 할 것 같습니다.
A 중장기적인 무역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특정 지역의 쏠림현상은 안 된다고 봅니다. 국가 경쟁력을 고민하며 다변화 지역을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 정부들어 중동을 중시한다고 해서 ‘윤석열 정부 = 중동’이라는 프레임은 타당하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가 통상 다변화의 주요 대상으로 삼는 아세안도 중동 못지않게 중요한 지역이고, 정책적으로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은 현 정부의 미국과 일본 중심의 외교 정책에 대해 비난이 있지만, 이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한미일 관계가 강화됐다고 주요 수출국인 중국을 우리가 완전히 도외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과의 경제구조적 문제는 이미 대비를 했어야 하는 부분이고, 한미일 관계는 그대로 우리에게 중요한 사안입니다. 이런 인식 속에서 우리는 다변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Q 아세안 지역은 현재 추진 중인 이민청과도 밀접한 부분이 있습니다. 인구소멸 문제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이민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A 저희 지역에 소규모 조선소들이 많은데 현장 노동자들 상당수가 외국인들입니다. 농촌에서도 사람이 모자라 해외 이민 취업을 더 늘려달라고 합니다. 이민청은 꼭 추진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외국의 우수 인재들도 함께 유치해야 한다고 봅니다. 너무 노동 인력만 국내로 유입된다면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이민을 허용하더라도 다양한 계층의 커뮤니티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사회 안정성이 보장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인구소멸과는 별개로 기술 인재의 불균등한 분포도 문제입니다. 우스갯소리로 기술의 남방 한계선이 판교 이남이라고 합니다. 즉, 기술 분야의 젊은 인재들이 판교 이남으로 가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기술 인재들을 지방으로 고루 분산하는 것도 인구 문제와 관련해 들여다볼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지방에 사람이 오지 않는 이유는 수도권에 비해 불리한 교육 여건, 의료 환경 등이 한몫합니다. 그러다 보니 수도권 밀집 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부동산 문제 등도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지방을 수도권 못지않게 살기 편한 곳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서울에 살지 않아도 그에 못지않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지역에 살아도 서울 못지않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됩니다.
Q 생각하시는 방안이 있으신가요?
A 지금 경남도에 추진되고 있는 아세안공학기술원이 대표적입니다. 경남에는 고급 과학기술 연구기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관련 인프라는 어느 지역 못지않습니다. 4차 산업과 관련한 글로벌 기업이 수두룩합니다.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조선·해양), 한화에어로스페이스(우주·항공), 두산에너빌리티(풍력·원자력), 현대로템(방산), LG전자(스마트팩토리) 등이 지역에 있습니다. 첨단기술을 연구하는 기관과 이 같은 산업 인프라가 연계된다면 국가와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엄청난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봅니다. 양질의 우수 인재들이 지속적으로 배출된다면 수도권의 연구소들도 지역에 둥지를 틀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사람이 없습니다. 이를 아세안 인재들을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인구소멸 문제 해결과 지역 균형발전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란 것입니다. 이는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것입니다.
Q 결국 운영이 문제일 텐데요.
A 일단 관건인 예산은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을 활용할 예정입니다. 외교부와 과학기술정통부에 쓸 수 있는 관련 ODA 예산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선발 대상으로 고려하는 아세안 유학생은 각국 공대의 최우수 졸업생들입니다. 이들에게 학비가 전액 장학금으로 지원될 예정입니다. 수업은 국내 관련 국책기관의 연구진들이 영어로 진행하게 됩니다. 커리큘럼도 MIT, 포스텍, 카이스트 등 국내외 주요 공대들과 공유케 할 예정입니다. 아, 아세안공학기술원에는 국내 공대 출신들도 입학이 가능합니다.
Q 지역 현안으로 우주항공청 설립 문제가 있습니다. 상황이 어떻습니까.
A 정치가 경제와 혁신을 발목 잡는 대표적인 사안입니다. 해당 상임위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인데, 과학기술에 해당되는 우주항공청 설립 문제가 정치적 현안과 결부된 방송 지배구조와 맞물려 진척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수당이 나 몰라라 하니 법안은 표류 중입니다. 미래 먹거리인 우주산업에 빨리 뛰어들어 이니셔티브를 가져야 하는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2024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더 뒷전으로 밀릴 텐데 활로가 안 보여 걱정입니다.
Q 수행비서관을 두지 않고 지하철과 자전거로 이동하는 것으로 유명하십니다.
A 서울의 교통체증은 다들 너무나 잘 아실 것입니다. 그래서 방송 토론 출연이나 외부 일정이 적지는 않지만 웬만하면 혼자 움직입니다. 저를 수행할 시간에 차라리 정책 개발에 더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따릉이도 즐겨 이용합니다.
[문수인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