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4일 부산 보수동 책방 골목에 새롭게 단장한 책방이 문을 열었다. 아담한 장소에 세련된 인테리어로 마무리된 이곳의 이름은 ‘북톡 팝업 스토어’. 글로벌 숏폼(1분 미만의 짧은 영상) 플랫폼 ‘틱톡(TikTok)’이 내년 1월까지 3개월간 운영하는 이 팝업에선 숏폼 체험존, 유명 작가 사인회, 독서모임, 틱톡 우체부 도서배송, 상품권 이벤트 등이 진행된다. 개장 첫날 풍경은 그야말로 북새통. 조용했던 책방 골목에 꼭 한번 가야만 하는 맛집이 생긴 것처럼 누구랄 것도 없이 스마트폰을 들고 촬영 삼매경이다. 틱톡이 북톡을 차렸다는 소식에 달려왔다는 한 초보 크리에이터는 “숏폼이 대세인 시대에 새로운 팝업은 꼭 가야하는 핫스폿 중 하나”라며 “게다가 틱톡이 차린 팝업이라고 해 서둘러 나왔다”고 전했다. 북톡 팝업 스토어가 개장한 날 틱톡코리아는 ‘월드 크리에이터 페스티벌(World Creator Festival) @부산’에 단독 파트너사로 참여해 부산의 매력을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축제 현장에서 만난 정재훈 틱톡코리아 운영총괄은 “뮤직비디오가 듣는 음악을 보는 음악으로 바꿔놓았다면 이제는 숏폼 덕분에 하는 음악으로 변하고 있다”며 “이용자의 참여도가 높은 틱톡이 숏폼을 이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1973년생. 서울대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후 미국 다트머스대에서 석사를 마쳤다. KBS, MBC, 구글을 거쳐 지난해 10월 틱톡에 합류했다.
Q 이번 월드 크리에이터 페스티벌에 틱톡코리아가 다양한 행사를 기획했다고 들었습니다.
A 이번 행사에 단독 파트너사로 참여했어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미국, 캐나다, 인도네시아, 태국 등 총 10개국 250여 명의 틱톡 크리에이터를 초청해 세바시 틱톡 크리에이터 특집 강연, 보수동 책방 골목 틱톡 팝업 스토어 등의 이벤트로 부산의 매력을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로컬 인플루언서들을 양성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는데, 부산의 인플루언서 50여 분이 참여한 워크숍도 진행했습니다.
Q 보수동 책방 골목의 틱톡 팝업 스토어가 인기라던데.
A 틱톡은 해외에서도 ‘북톡’이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어요. 틱톡 영상을 통해 도서 평론이나 모임을 찍어서 좀 더 많은 책을 읽자는 캠페인이죠. 지난 8월에 국내에도 론칭했는데, 이번엔 자그마한 북톡 팝업을 마련했습니다. 1월 31일까지 운영할 예정인데, 좀 더 많은 분들이 찾을 수 있게 작가와의 대화 같은 이벤트를 열 계획이에요.
Q 틱톡은 지난 2017년에 국내에 진출했습니다. 현재까지 성과는 어떻습니까.
A 회사 정책상 구체적인 수치를 말씀드릴 순 없지만 매년 발전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세 가지 측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첫째는 콘텐츠적인 발전이에요. 아시다시피 틱톡은 K팝이 유명하잖아요. 지금은 K드라마와 K영화가 틱톡을 통해 해외에 알려지고 있습니다. 또 북톡을 통해 인문학적인 면도 확장했어요. EBS, 스포티비와의 제휴로 교육과 스포츠 콘텐츠로도 영역을 넓혔지요. 둘째는 지역의 확장이에요. 한국의 콘텐츠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소비될 수 있도록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연령대의 확장을 들 수 있는데요. 사실 국내 진출 초기에 틱톡의 이용층은 MZ세대가 중심이었는데, 지금은 40대 이상도 많이 들어옵니다. 국내서 활동하고 있는 틱톡 크리에이터 중에 직장인 비율도 높아졌어요.
Q 국내에서 활동 중인 틱톡 크리에이터가 60여 만 명으로 알려져 있고, 그들의 활동 목적 중 하나는 분명 수익일 텐데.
A 수익 면에서도 굉장히 유의미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도 지난해와 올해 크리에이터 수익화 프로그램을 3개나 론칭했어요. 예전에는 틱톡에서 직접 수익을 얻기보다 광고 스폰서십에 의존했는데, 지금은 직접 수익이 가능한 부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아무래도 크리에이터가 플랫폼 내부에서 얻게 되는 수익이 많아지면 창의성 등 여러 부분에 훨씬 많은 도움이 되죠.
Q 수익이 많아진다는 건 그만큼 시장도 넓어졌다는 의미인데, 국내 광고 시장의 특징을 짚어주신다면.
A 한국의 틱톡 광고는 지역에 국한된 게 아니라 상당 부분이 글로벌 광고예요. 이건 틱톡에서 보이는 한국 콘텐츠의 해외 소비량이 굉장히 많다는 증거죠. 국내 틱톡 크리에이터도 여타 국가에 비해 조직화돼 있다고 할까요. MCN(Multi Channel Network·인터넷 스타를 위한 기획사)에 소속된 분들이 많습니다. 해외에는 아직 MCN이 활성화되지 않았는데, 국내에선 또 다른 생태계를 만들고 있어요. 광고 수익 면에서 일종의 대행사 역할을 하는 것이죠. 이건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인 것 같아요.
Q 대행사 역할이 필요할 만큼 각 브랜드가 주목한다는 방증일 수도 있는데요.
A 이번 행사의 슬로건 중 하나가 ‘우리의 일상이 지구의 트렌드’예요. 틱톡이 곧 트렌드세터(Trend Setter)죠. 트렌드를 선도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주목도가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Q 그래서인지 올 들어 숏폼이 국내 SNS 산업을 달구고 있습니다. 틱톡을 비롯해 구글의 유튜브, 메타의 인스타그램, 최근엔 네이버까지 출사표를 던졌는데요.
A 전쟁이죠.(웃음) 각 플랫폼별로 몇 명의 크리에이터를 보유하고 있는지가 기밀일 정도예요.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 크리에이터를 발굴, 육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가 됐습니다. 저희도 크게 세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데요. 우선 크리에이터 아카데미는 정규 교육이에요. 상·하반기에 크리에이터를 모집해 약 3개월간 교육을 하고 졸업식까지 진행합니다. 무료로 진행되죠. 지난해 시작해 올해 2기 교육을 마쳤어요. 참가한 분들의 콘텐츠 조회수가 약 2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또 서울경제진흥원(SBA)과 협업해 크리에이터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공공기관과도 협업을 진행 중입니다. 로컬 인플루언서 프로그램이라고 각 지역의 크리에이터를 양성하는 교육이죠. 현재 서울과 부산에서 진행했습니다.
Q 여타 SNS와 차별점이라면.
A 틱톡은 영상을 쉽게 제작하고 전파할 수 있습니다. 또 ‘이어찍기’나 ‘필터기능’처럼 사용할 수 있는 툴이 많아요. 여기에 사용자들이 좋아요나 댓글 공유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Q 참여도가 가장 큰 시장은 어딥니까.
A 아무래도 미국이 가장 큰 시장이에요.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곳이잖아요. 한국보다 이용자도 많고 콘텐츠도 다양해 저희가 벤치마킹하고 있는 시장입니다. 북톡의 경우도 미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어요. 지금은 꽤 높은 영향력을 갖고 있죠.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Q 가장 큰 시장이지만 논쟁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합니다.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여파로 관련 동영상이 이슈가 되기도 했는데요.
A 틱톡은 다른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지만 그럼에도 문제되는 콘텐츠에 대해선 굉장히 많은 인력을 동원해 확산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1차로 기술적인 필터링을 거치고 2차로 신뢰와 안전팀이 24시간 콘텐츠 심의에 나섭니다. 국내도 마찬가지 시스템이 적용되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10월 7일부터 10월 25일까지 팩트가 아닌 7만 7500개 이상의 관련 동영상을 삭제했고, 1만 4000건 이상의 폭력, 증오 발언, 허위 정보 등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내용들의 라이브 스트림을 중지시켰습니다. 또 중국으로 정보가 넘어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에 대해선 아직까지 단 한 번도 그에 관련한 요청을 받은 바가 없고, 넘긴 적도 없다고 쇼우지 추 CEO가 직접 밝히기도 했어요.
Q 이러한 상황 때문인지, 일각에선 틱톡의 리스크는 중국이란 말도 나옵니다.
A 틱톡만이 아니라 미·중 갈등은 난제죠. 틱톡은 글로벌 플랫폼입니다. 그리고 중국에는 틱톡 사용자가 없어요. 중국에선 운영을 안 합니다. 틱톡의 모기업은 바이트 댄스인데 중국에선 ‘더우인(抖音)’이란 중국판을 서비스하고 있어요. 아예 틱톡 앱을 다운받을 수 없습니다. 물론 더우인과 틱톡은 완전 별개의 플랫폼이에요. 완전히 분리돼 있습니다.
Q 최근 이슈 중 하나가 유료화인데요. 틱톡의 입장은.
A 저희는 유료화보다 새로운 수익화 모델로 ‘시리즈’를 론칭했습니다. 좀 더 고급 콘텐츠랄까요. 특히 교육 분야의 콘텐츠를 틱톡에서 살 수 있게 했어요. 서비스 유료화보다 다양한 수익화 모델로 크리에이터가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현재 틱톡의 방향입니다.
Q 앞서 올해 드라마틱한 성장을 말씀하셨는데, 내년 계획이 궁금해집니다.
A 일단 저희가 올해 진행한 아카데미나 크리에이터 교육, 로컬 인플루언서 프로그램을 좀 더 확장하려고 합니다. 또 내년에는 해외 크리에이터와 협업해 해외에서 K컬처 앰배서더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수익화 프로그램의 시동을 걸었는데, 이러한 프로그램이 좀 더 알려지고 안착되도록 발전시키려고 합니다.
부산 = 안재형 기자 · 사진 틱톡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