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상에서 현재 내 상황에 대한 진단서비스를 실행하면 맞춤형 솔루션이 전달된다. 예를 들어 체중 감량이 목표라면 현재 식습관과 일상생활에 대한 분석이 이어지고 앞으로의 식단과 운동계획 심지어 내 몸 상태에 알맞은 건강기능식품까지 추천받을 수 있다. 앱을 통해 관련 제품을 구입하는 건 기본, 공동구매를 통해 최저가 구매도 가능하다. 이른바 ‘개인 맞춤형 웰니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가지랩(GAZILAB)’이 구상하는 사회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의사, 변호사, 창업가 등 특정 분야에 특화된 진단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관련 제품 추천에 나설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엔 스타트업 멘털 헬스케어 프로젝트인 ‘창업가들의 마음상담소’에 참여해 관련 진단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앞서 소개한 구상만으로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양대 포털의 투자를 이끌어낸 김영인 가지랩 대표는 “개인에 초점을 맞춘 웰니스 서비스는 좀처럼 찾기 쉽지 않다”며 “아직은 서비스를 개발하는 초기 단계지만 건강관리 전략을 제안하는 웰니스에 그치지 않고, 코칭이 개입돼 생활습관을 바꾸도록 도와주는 웰니스 큐레이션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의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눔(Noom)’에 입사해 한국과 일본 지사를 이끌었던 김 대표는 지난해 가지랩을 설립하고 올 하반기에 앞서 소개한 모바일 앱을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커뮤니티로 시작해 커머스로 성장한 ‘오늘의 집’이나 ‘무신사’처럼 가지랩도 새로운 웰니스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Q ‘눔’과 ‘가지랩’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겁니까.
A 눔에서 7년간 근무했습니다. 처음엔 메디컬 디렉터로 시작했는데, 한국과 일본의 대표이사를 맡았어요. 눔에 있으면서 좀 더 한국 시장에 맞는 형식으로 운영할 수 없을까를 고민했고, 가지랩을 창업하게 됐습니다. 가지랩은 눔과 결이 달라요. 눔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수익을 올리는 구조인데, 가지랩은 수요와 공급을 매칭시켜주는 플랫폼 역할에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눔 같은 서비스를 필요한 소비자에게 연결시켜주는 거죠. 이게 저희가 하려는 웰니스 큐레이션입니다.
Q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다른 점이다?
A 예를 들어 눔은 휴먼 코칭을 통해 체중 감량법을 제시하는데, 개인마다 상황이 다르고 니즈가 다르잖아요. 그런데 다이어트 방법이나 시중에 나와 있는 상품들은 천편일률적이에요. 이걸 개인 맞춤형으로 제공하자는 것이죠. 좀 민감한 이슈이긴 한데, 결국 광고를 많이 하는 제품을 사게 되거든요. 그런데 광고를 많이 하면 그만큼 원가율이 높게 책정됩니다. 오히려 좋은 재료로 공들여 만든 제품은 광고할 여력이 없다보니 놓치는 경우가 많거든요. 가지랩은 이런 수요와 니즈를 파악해 필요한 상품과 콘텐츠를 연결해드리는 일을 합니다.
Q 현재 진행 중인 서비스는.
A 우선 가지랩의 웹사이트에 개개인의 건강 위험을 파악하는 진단서비스와 건강 관련 콘텐츠들을 올려놓고 있어요.
Q MBTI 같은 진단을 말하는 겁니까.
A ‘나만의 건강 전략 찾기’란 서비스인데, MBTI처럼 직장, 일상, 성향, 건강관 등의 설문을 통해 자신의 건강 유형을 진단하는 서비스예요. 총 6가지로 유형을 나눴는데, ‘무기력한 피카소’ ‘야근하는 햄릿’ ‘칼퇴하는 데카르트’ ‘피곤한 마를린먼로’ ‘회식하는 돈키호테’ ‘초조한 오드리햅번’ 등이 있습니다. 이 유형을 바탕으로 영양, 운동, 스트레스관리 등의 전략을 제시합니다. ‘나의 귀찮음 유형 찾기’와 ‘나의 배고픔 유형 찾기’란 진단서비스도 있습니다. 여기에 웰니스 관련 상품을 구매하는 커머스 분야를 연결해 웰니스 플랫폼으로서의 얼개를 갖춰갈 계획입니다.
Q 오프라인 모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A ‘웰니스 런치 클럽’이라고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어요. 점심 한 끼도 건강하게 먹자는 콘셉트로 강남역 부근에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유료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같이 요가도 하고 또 저희가 소비자들에게 추천하는 좋은 상품에 대한 품평회도 하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에는 모바일 앱을 통해 온라인 경험으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Q 아무리 웰니스라 해도 콘텐츠에 전문성이 담보돼야 할 텐데.
A 가지랩의 콘텐츠는 저희가 직접 만들고 있습니다. 진단 서비스의 경우 눔에서의 경험에 비춰보니 통상 건강검진을 디지털로 옮겨놓는다고 해서 진단에 참여하진 않으시더군요. 오프라인 검진도 귀찮아서 안 하는데.(웃음) 스스로 공감할 수 있는 색다른 요소를 찾기 위해 리서치를 진행해 개발하게 됐어요. 웰니스에 관심이 높은 40여분을 한 분당 약 2시간씩 인터뷰했고, 그 내용을 기반으로 사람들이 건강 문제에 접근할 때의 의도, 동기부여, 기회비용 등의 건강관을 뽑아냈습니다. 지금까지 약 4만여 분이 진단에 참여하셨고, 설문에 참여해 완료하는 비율도 85%에 달하고 있습니다.
Q 건강 관련 콘텐츠도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겁니까.
A 현재 약 200여 개의 관련 콘텐츠가 가지랩 사이트에 업로드됐는데, 저희 구성원들이 의사를 비롯해 운동 전문가, 영양사 등 전문가들이 많아요. 제공하는 정보의 근거가 되는 논문이나 텍스트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Q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아산나눔재단이 주최하는 ‘창업가들의 마음 상담소’에 참여하고 있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 겁니까.
A 스타트업 멘털 헬스케어 프로젝트인데, 사실 현시점은 스타트업 혹한기라 불릴 만큼 관련 투자가 쉽지 않거든요. 그만큼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힘든 시기죠. 때로 우울증이 심해져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창업자들은 투자 우려 때문에 쉽게 현재 상황을 말하지 못합니다.
Q 정신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선입견이 걸림돌이군요.
A 그렇죠. 말이 돌까봐 혼자 전전긍긍합니다. 창업가들의 마음상담소는 그들을 돕는 프로젝트예요. 가지랩의 진단서비스를 창업자 버전으로 만들어 신체적인 측면 5가지, 경영적인 측면과 조직관리 측면 등 2가지 축을 제시해 각 축에 대한 점수를 참여자에게 제공하고 있어요. 가지랩 웹사이트에 무료로 공개된 진단입니다. 또 하나는 제가 일주일에 한 타임씩 대치동의 한 의원에서 진료를 하거든요. 그 의원에서 진행하는 특수한 검진을 창업자들에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평소 잘 안 보는 특수한 검사를 통해 어떤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돼 있고 그게 몸에 무슨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프로그램이죠. 상담도 같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실제 상담 현장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A 눈물 나는 경우가 절반을 넘어요. 주변에서 아무도 “너무 힘들겠다”는 말을 해주는 이들이 없는 거예요. “창업했으면 이 정도는 극복해야지”란 말이 우선입니다. 다른 창업자들과 만나는 세션이 있는데, 뭔가 엄청난 솔루션이 없어도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다들 힘들구나’란 공감이 큰 위로가 됩니다.
Q 창업 후 1년 6개월이 지난 시점인데, 그간 네이버와 카카오로부터 투자가 이어졌습니다.
A 2022년 1월에 법인을 설립했는데, 6월까지 눔코리아 대표이사를 겸임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니 이제 1년 정도 됐네요. 현재 저 포함해 15명이 가지랩을 구성하고 있는데, 절반 정도가 눔에서 함께 했던 분들입니다. 지난해 5월 네이버와 카카오벤처스에서 5억원 정도의 시드머니를 투자받았고, 이후에 다른 투자사들로부터 18억원가량을 더 투자받은 상황입니다.
Q 지난해 5월이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기 전인데요.
A 감사한 일이죠. 국내 시장 상황과 눔에서의 경험, 현재 구성원들의 경험치에서 가능성을 보신 것 같아요.
Q 사무실 이전이 예정돼 있다던데.
A 투자금으로 옮기는 건 아니에요.(웃음) 현재 사무실은 가지랩에 투자한 네이버의 ‘D2 스타트업 팩토리’인데 임대료 없이 지원을 받았습니다. 다음에 입주할 곳은 스마일게이트에서 운영하는 ‘오렌지플래닛’이에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데, 고맙게도 이번에 선정돼서 1년 간 임대료 없이 입주할 수 있게 됐습니다. 경기 불황에 스타트업도 투자 혹한기가 이어지고 있잖아요. 아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아끼려고 합니다.
Q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의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국내 시장과의 차이는.
A 웰니스도 헬스케어산업이죠. 국내외적으로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는데, 사실 해외에서의 발걸음보다 국내 상황은 더딘 편입니다. 관련 규제로 사업을 못 하는 경우가 있긴 한데, 그렇다고 미국과 일본에 비해 규제가 심하다고 말하기는 모호합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은 시장 규모가 크지 않다는 게 더 큰 이슈인 것 같아요. 헬스케어 분야의 규제는 오히려 한국이 선제적으로 대응을 잘한 경우도 있습니다. 디지털 치료기기의 경우 식약처에서 관련 인허가 프로세스를 3월부터 빠르게 진행해서 벌써 1, 2호 디지털 치료제가 나왔잖아요. 문제는 그 다음 스텝인 보험 적용 여부죠. 조금 조심스럽긴 하지만 규제를 풀자는 것에만 집중하기보단 시장을 만들자 쪽으로 정부의 정책이나 대화가 집중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그럼 가지랩의 수익구조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A 개개인의 맞춤형 진단을 통한 상품 추천서비스를 진행하려 합니다. 상품 추천은 현재 실험 단계인데, 제 궤도에 오르면 추천한 상품에 대한 수수료나 광고비가 수익이 될 겁니다. 라이프스타일 앱인 오늘의 집이 커머스를 하는 것처럼 가지랩도 웰니스에 진심인 분들이 활동하면서 서로 좋은 제품을 공유하고 이러한 수요를 기반으로 공급자를 연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제조사가 직접 자사몰을 운영하는 곳은 많은데, 그 많은 제품을 맞춤형으로 추천해주는 곳은 없더군요. 가지랩이 그 플랫폼이 될 겁니다.
Q 롤모델이 있다면.
A 이미 건강하게 성장한 플랫폼, 앞서 말한 오늘의 집도 있고 무신사도 커뮤니티로 시작해 커머스로 성장한 경우죠. 현재 가지랩은 웰니스에 적극적이신 분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을 운영해보니 이 분들이 활동할 만한 모바일 커뮤니티가 없더라고요. 양쪽을 잘 연결해서 운영하려고 합니다.
Q 가지랩의 목표는.
A 1차 목표는 웰니스 플랫폼입니다. 국내 시장에서 제대로 운영되면 일본과 동남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한국의 소비자는 트렌드에 굉장히 민감하거든요. 그 데이터가 해외 진출에 굉장히 유리한 면이 분명 있습니다. 올 하반기에는 사용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시장 트렌드와 성공 가능성을 파악하는 작업을 좀 더 빠르게 진행할 계획입니다.
안재형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