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소멸 너무나 익숙한 말입니다. 너무나 흔히 보이고 너무나 흔히 쓰이는 말입니다. 저는 이 말을 진심으로 생각해본 날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비어가고 있습니다. 학교도, 회사도, 한국이 점점 없어지고 있습니다. 불과 10년 전 1.2%라는 숫자를 보고 모두가 느꼈던 위기감이, 지금은 0.78%라는 숫자가 되어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무감각해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넘나들며 안보,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목소리를 내온 작가 김진명이 ‘인구절벽’이란 화두를 가지고 돌아왔다. 신간 <풍수전쟁>을 통해서다. 인구절벽 문제를 일본의 조선에 대한 풍수 저주와 엮어 우리 사회 가장 시급한 문제의 공론화를 시도했다. 김진명 작가는 매경럭스멘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제기했던 어떤 국가적•사회적 문제보다 절박함을 느꼈다”면서 “국가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 이 문제를 더 이상 도외시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이파 이한필베’라는 수수께끼의 주문을 푸는 것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인구절벽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국가 경쟁력 저하로 2050년 선진국 안착은커녕 나이지리아•이집트•파키스탄 등에도 뒤처지는 국가가 될 것 이라는 경고를 담았다. 우리의 국가경쟁력이 인구 부족으로 저하될 것이라는 분석은 골드만삭스 등 세계 유수의 컨설팅기관들이 내놓은 바 있다.
김 작가는 ‘AI 등 기술이 지배하는 사회가 도래하면 인구 문제의 비중이 줄어들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중일러 등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안보 지형상 일정 정도의 인구는 국가의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면서 “인구 문제는 대한민국이 직면한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거듭 역설했다.
김 작가의 인구절벽과 관련한 절박한 심정은 소설 속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의 이전 작품들과 달리 ‘현재형’으로 위정자에게 호소를, 때로는 질타를 하는 장면들로 곳곳이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읽다보면 꼭 현 대한민국 최고 지도자에게 들으라는 투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 정치 구조상 권력의 정점이 나서지 않으면 쉽게 해결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인구절벽 문제가 점점 벼랑 끝으로 가고 있는 것은 “그동안 표만 의식한 정치인, 위정자들의 인기 영합적 행태가 단단히 한몫했다”고 진단한다. 장기적으로 밀어붙여도 성과를 낼까 말까 한 이슈지만, 여기에 집중하기보다 빠른 시간 안에 결과가 담보되는 정책들에만 치중해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고 지도자가 의지를 갖고 밀어붙여야만 그나마 희망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인구가 줄어들면 국가의 역량 자체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웃 일본의 사례에서 잘 볼 수 있지 않느냐”면서 “임기 5년 대통령 또한 기본적으로 정치인의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깨어 있는 지도자라면 현 인구절벽이 보내는 경고음을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작가가 인구 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여 년 전 모 일간지에서 관련 기고를 부탁받으면서다. 이후 대한민국의 인구 문제를 시간 나는 대로 관찰해왔다는 그는 자기 나름의 해법도 제시했다.
그는 “사실 출산을 통해 인구 증가를 단기간에 이뤄내기란 힘들다”며 “인구가 많은 국가들과 손을 잡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했다. 소설에서는 이를 동아시아공동체로 칭했다. “유럽의 소국들이 그 자체로는 전혀 힘이 없는 나라들이지만 EU라는 연합체 속에서 최대한의 능률을 발휘하는 모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후보군으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이 있다”면서 “이 두 국가는 각각 약 2억 8000만 명과 약 1억 명에 가까운 인구를 보유하고 있어 우리와 합친다면 4억 명을 넘기는 단일 경제권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규모는 전 세계 인구 4위에 해당한다. 단 조건이 있다. 이들이 가진 시장과 자원 등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성장’이라는 기조 아래 국가동맹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동맹은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까지도 같이 묶는 개념이다. 그는 “4억이 넘는 인구를 보유한 집단이 EU와 같은 연합체를 이룬다면 중국, 러시아 등 주위 강대국들도 지금처럼 우리를 함부로 하지 못한다”면서 “우리는 지정학 상 힘이 없으면 먹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인구를 늘리는 것은 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했다.
김 작가는 두 번째 해법으로 소설 속에 나오지 않는 내용도 소개했다. 그는 “인구 문제와 관련한 정책을 실기한 상황에서 그나마 해볼 수 있는 것이 현금을 과감하게 지원하는 방법”이라면서 “신생아 1명당 2억원씩 주는 파격적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자체 연구에 따른 결과물이며, 육아나 복지 관련 예산과는 별개라고 했다.
현금 지원 정책은 재원 마련이 숙제인데, 그는 “장기 국채 발행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인구를 1000만 명 늘린다고 가정하면 2000조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이런 막대한 돈을 국채를 통해 마련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또한 후대의 빚이 된다.
김 작가는 “맞는 말”이라면서도 “하지만 빚이 없는 대신 인구가 점점 소멸되는 것과 빚이 늘어도 인구 증대로 인한 부가가치를 더 크게 만드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나은지에 대한 해답은 명확하다”고 했다.
김 작가는 “물론 쉽지 않은 방안인 것은 안다”면서도 “현 젊은 세대가 아이를 낳게 하려면 앞 세대가 독차지했다고 여겨지는 부를 이들에게 옮겨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중요한데, 이런 측면에서 적극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작가는 “대통령은 인구부총리직을 신설해, 포항제철 건설을 뚝심 있게 밀어붙인 고 박태준 회장 같은 인물을 자리에 앉히고 전권을 줘야 한다”면서 “시간이 갈수록 인구가 경쟁력이 되기 때문에 이를 통해 혁신적인 인구 대책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신간 <풍수전쟁>은 이중 플롯의 구조를 띠고 있는데, 일본의 한반도 풍수 저주를 인구 문제와 엮었다. 김 작가는 “두 문제의 본질이 같다”고 강조했다.
인구가 감소하면 국가적 역량이 낮아지듯이 우리의 시선을 한반도 안에만 국한하려 한 일본의 불순한 의도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역사 교과서 속 한반도의 영토 범위를 당연하게 여기도록 만든 일본의 식민사관 또한 인구절벽 못지않게 우리가 시급하게 깨어 있는 의식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그는 소개했다. 그는 책에서 고려와 조선의 국경선과 관계있는 철령의 위치가 함경도와 강원도 사이가 아닌 중국 요녕성 일대라는 재야 사학계의 주장을 끌어올렸다.
원을 이은 명나라는 당시 고려를 향해 철령 이북의 땅이 원나라의 것이었으므로 이를 자기네 영토라고 주장한 뒤, 이를 관할하기 위해 철령위를 설치하려 했다. 고려는 이 같은 움직임에 반발해 철령에 새로 성을 쌓고 명의 철령위 설치 중지를 요구했다. 철령 이북이 고려의 땅이라는 주장도 명확히 했다. 하지만 명은 철령위 설치를 강행했고, 고려는 이성계를 보내 군사행동으로 맞서기로 했다. 이성계는 이를 위해 위화도까지 갔지만 회군해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을 세웠다. 철령위는 우리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위화도회군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이상이 역사 교과서 등에 나와 있는 내용인데, 재야 사학계는 철령위의 설치 장소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재야 사학계의 주장대로 중국 요녕성에 철령이 있었다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려의 국경선은 압록강 이북으로 확장된다. 재야 사학계는 철령위 설치 장소가 함경도와 강원도 사이에 있다면 ‘왜 고려는 이성계를 앞세워 굳이 영토 밖에 있는 요동을 향해 진격을 결정했는가’라는 질문도 던진다. 물론 주류 사학계에서는 재야 사학계의 주장을 ‘터무니없다’고 반박한다.
이에 김 작가는 “철령위 위치를 한반도에 갇혀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일본의 식민사관에 얽매여 있는 것”이라며 “철령위는 명나라가 설치한 기관이기 때문에 명나라의 기록에서 관련 근거를 찾는 것이 제일 정확한 것 아니겠느냐. 명나라의 사료들은 모두 철령이 요녕성에 있다고 정확하게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193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조선사편수회가 철령의 위치를 함경도와 강원도 사이에 있는 철령으로 못을 박았다”며 “공교롭게도 철령이란 지명이 강원도 일대에 있었고 일제가 이를 이용해 우리의 영토를 확 좁혀 놓았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우리의 시야가 반도에 갇혀버려 대외적으로 더 뻗어나갈 기상이 꺾여버렸다는 것이 그의 인식이다.
그는 “이 문제가 중요한 것은 중국의 역사왜곡 시도인 동북공정이란 악마를 우리가 스스로 초청하는 꼴”이라면서 “철령위 문제는 반드시 공론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일본 식민사관의 잔재 논란이 계속되는 것과 관련해 “해방 직후 바로잡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그렇더라도 해방된 지가 언제인데 제 나라 역사를 일본인들이 써준 것을 가지고 그대로 고집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 대목에서 김 작가가 인구절벽 해법으로 내놓은 동아시아공동체와 관련해, ‘일본은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
김 작가는 “이 구상이 현실화되면 인구 부족으로 역시 고민이 많은 일본도 자발적으로 같이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식민사관 논쟁, 이념적으로 양분된 국가적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되묻자 “앞으로 일본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는 지금의 현실을 우리가 어떻게 운영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면서 “물론 과거를 덮자는 것은 아니고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고, 필요로 하는 부분에서는 서로 고민을 하는 관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비약적 경제 도약을 이뤄낸 시기는 한미일 삼국의 관계가 좋았을 때였다”면서 “인구대국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서라도 세 나라는 힘을 합치는 것이 맞고 그것이 시대정신이라고 본다”고 했다.
김 작가는 소설 속 한 대목으로 마지막 말을 전했다.
“그런데 어째서 아무것도 안 하십니까? 정권을 잡고 있는 동안 효력을 거둘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까? 대통령님의 업적으로 남지 않기 때문입니까? 바로 그렇게 모든 정권이 외면했기에 이런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대통령님 탓은 아닙니다. 그러나 대통령님의 책임입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일이야말로 바로 대통령이 짊어져야 할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수인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