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SaaS(구독형 소프트웨어) 서비스 ‘그리팅’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두들린’이 최근 106억원 규모의 후속 투자를 유치했다. 2021년 시리즈A 투자 유치 후 14개월이란 짧은 기간에 거둔 성과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만 총 159억원. 야놀자, 쏘카 등 스타트업부터 KT, LG디스플레이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까지 3000여 곳의 국내 기업이 두들린의 고객사이자 그리팅을 사용하는 기업이다.
그런데 웬걸. 정작 대중에게 그리팅은 생소한 서비스다. 여러 채용 플랫폼으로 들어온 지원자 이력서를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그리팅은 오로지 기업의 인사팀과 인사담당자를 위한 구독형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지원자별 평가, 일정 조율, 채용 결과 통보까지 모든 채용 과정이 하나의 서비스에서 가능한데, 쉽게 말해 그동안 하나하나 엑셀로 작업해야 했던 업무가 클릭 몇 번으로 마무리되는 셈이다.
이 신통방통한 기업형 채용관리 솔루션을 개발한 이는 올해 스물여덟 살이 된 이태규 대표. 대학생 때 창업해 취업 경험이 없는 이 대표는 “인사 분야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여러 기업의 인사 문제를 다양한 방면으로 고민할 수 있었다”라며 “운이 좋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과연, 운만 좋았을까. 가파른 성장 비결이 궁금했다.
Q 투자 유치 후 달라진 게 있다면.
A 요즘은 채용인 것 같네요. 투자를 유치하면서 현재 구성원이 50명으로 늘었고, 올해 안에 60명이 될 예정입니다. 한 달 뒤 사무실도 공유오피스로 옮길 예정이에요.
Q 사실 올 들어 스타트업의 빙하기가 시작됐다고들 합니다. 두들린의 어떤 점이 투자 유치로 이어진 겁니까.
A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지난 1년간 성과 지표가 꽤 괜찮았어요. 저희는 유료 구독자의 충성도를 나타내는 월간 반복 매출(MRR) 지표가 중요한데, 지난해에 매달 평균 15%씩 성장했거든요. 투자자들도 저희처럼 구독 서비스를 하는 글로벌 상위 25% 기업들이 저희와 비슷한 시점이었을 때보다 약 3배가량 빠른 성장이라고 하더군요. 두 번째는 지난해 좋은 구성원들이 많이 합류했어요. 그 점이 좋은 서비스로 이어졌습니다. 또 그 서비스를 이용하신 고객이 또 다른 고객에게 권하면서 고객사가 늘었어요.
Q 좋은 구성원의 기준이 있을 법한데요.
A 학력 높은 분들이 일도 잘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저희는 자기 일을 좋아하고 그 일에 자부심 가진 분들을 좋아합니다. 어떤 느낌이냐면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보면 등장인물들이 자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 강하잖아요. 임무를 해낸다는 것에 굉장한 즐거움을 느끼고. 그런 사람들 수십 명 모여 있는 집단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 혹 못하더라도 방법은 찾을 수 있겠다 싶어서 그런 분들을 모시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따로 영업에 나서지 않았는데 고객사가 늘었습니다.
A 2021년 1월에 서비스를 론칭해서 약 2년 정도 됐는데, 현재 고객사가 3000여 곳이에요. 론칭 후 7~8개월간 서비스를 베타로 운영했습니다. 그러다 2021년 7월에 정식 출시했는데, 마케팅이나 영업 대신 기존 고객들이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만드는 데 온통 집중했어요. 고객 한 분 한 분을 자주 만났고 문의가 들어오면 전사적으로 공유해서 빠르게 해결해 나갔습니다. 그런 면을 좋게 봐주셨는지 기존 고객이 또 다른 인사담당자에게 그리팅을 소개했고, 그런 식으로 서비스가 퍼지기 시작했어요.
Q 정작 대표님은 취업 경험이나 인사 경험이 없습니다.
A 아, 맞아요. 대학생 때 취업보다 창업을 택했습니다. 그것도 제겐 행운이었다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의 지식은 없었지만 저희가 빨리 만드는 건 엄청 잘하거든요. 전혀 모르는 분야에 나름의 미션을 갖고 문제를 접해보니 귀가 열리더군요. 저희가 한 기업만을 상대한다면 경험이 중요했겠지만 수많은 기업의 인사 문제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백지 상태에서 출발한 게 더 주효했어요. 창업 후 생존을 위해 꽤 절박했기 때문에 고객사의 요청을 단 하나도 허투루 대하지 않았어요. 밤이건 새벽이건 들어온 문의는 바로바로 해결했습니다.
Q 굳이 HR 시장을 겨냥한 이유는.
A 2020년 3월에 처음 창업을 했는데, 그때 만든 게 취업준비생들의 자기소개서나 면접 준비를 인공지능으로 도와주는 서비스였어요. 예를 들어 면접 영상을 인공지능이 분석해서 이때는 말이 빨랐다, 눈을 너무 깜빡인다, 표정이 좀 안 좋다, 이런 식의 분석을 해주는 거죠. 취업준비생들에겐 반응이 굉장히 좋았는데, 정작 재방문율은 안 좋았어요. 취업하면 다시 돌아오지 않거든요.(웃음) 이직할 땐 면접이나 자기소개서 준비를 하지 않으니까요. 그때는… 실패했습니다. 좀 더 큰 임팩트를 내려면 (취준생을 뽑는) 기업 인사 담당자 쪽으로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채용 과정에서 필요한 여러 서비스를 검토해 그리팅을 만들었습니다.
Q 그리팅이 여타 서비스와 다른 차별점이라면.
A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빠른 업데이트예요. 그리팅은 출시 첫해에 매일 한 번꼴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했습니다. 지금도 1~2주에 한 번씩 새 기능을 장착한 업데이트 버전을 내놓고 있어요. 고객이 그리팅을 쓰다 이런 점이 불편하다고 피드백을 주면 매일 저녁 체크해서 문제 해결에 집중합니다. 고객 입장에선 요청했던 기능이 보통 한 달 있다 업데이트되니 그만큼 신뢰도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이죠.
Q 공개 채용 대신 수시 채용으로 이동하는 추세인데요.
A 2020년 12월 즈음에 나온 기사가 기억나는데요. 전체 상장사 중 49%가 수시채용에 나선다는 내용이었어요. 그 속도를 계산해보니 앞으로 5년 후면 공개채용이 없어질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럼 수시채용이 일상화된 해외 기업은 어떤지 살펴봤더니 대부분 ATS(Applicants Tracking System)라는 지원자 관리 시스템을 사용하더군요. 당시 한국은 아직 공채 위주라 적합하진 않았는데, 수시채용과 공개채용을 모두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어서 한번 만들어보자 했습니다.
Q 해외 진출도 기대되는데요.
A 채용은 국내와 글로벌 시장이 크게 다르지 않아요. 1차 서류전형, 2차 면접 같은 전형 개수가 늘거나 줄 수 있고, 평가 방식이 조금 다른 것 외에 채용 과정은 비슷하거든요. 글로벌 진출이 엄청 어려운 일은 아니어서 시장 조사를 하고 있어요. 내년 중에 계획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시장이 큰 미국으로 갈 수도 있지만 현재 한국과 비슷하게 공개채용에서 수시채용으로 바뀌고 있는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쪽도 관심 있게 살피고 있습니다.
Q 아직 20대이십니다. 목표가 궁금해지는데요.
A 투자사 대표님들도 제게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으냐고 물으시더군요. 모두가 오고 싶어 하는 엄청 크고 좋은 회사가 되는 게 가장 큰 일이죠. 그러려면 회사도 잘나가야 하고 돈도 많이 벌어야 하고 구성원들도 행복하게 일해야 되고, 여하튼 이 세 가지를 잘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인 목표이면서 두들린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Q 스타트업의 최종 목표는 더 키울 것이냐 아니면 엑시트(Exit·매각 등 투자금 회수)할 것이냐로 나뉜다는데.
A 투자자들에게 엑시트에 대한 고민도 해봐야 한다는 말을 듣곤 하는데요. 그동안 여러 번 인수 제안이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전 아직 그런 고민을 하고 있진 않습니다. 지금은 당근마켓이나 타다 운영사인 브이씨엔씨(VCNC)처럼 크고 좋은 회사를 만드는 과정의 여러 선택지를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안재형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51호 (2023년 4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