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모바일 앱으로 헌 옷 수거를 신청한 후 옷을 모아 집 문 앞에 놔두면 비대면으로 수거한 뒤 현금 리워드를 지급한다. 쌓아둔 옷의 무게를 달아 ㎏당 보상하는 게 아니라 일일이 옷 상태를 살펴보고 선별한 후 한 벌당 별도 금액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모바일 간편 헌 옷 수거와 프리미엄 리셀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클(Recl)’은 이러한 사업 전개로 의류 폐기물의 생명을 연장하고 환경오염 문제도 해결하고 있다. 데
이터를 기반으로 정책을 혁신해나가는 폴리시테크(Policy-Tech·정책기술) 스타트업 ‘웰로(Wello)’는 일반 시민에게 맞춤형 정책 추천·신청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정책에 어떤 것이 있는지 잘 모른다면 웰로 앱에서 자신에게 알맞은 정책을 추천받고 신청할 수 있다. 같은 상황에 놓인 기업을 위해 ‘웰로비즈’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지난해 6월 론칭한 웰로비즈는 6개월 만에 650개 기업이 가입했다.
두 스타트업은 최근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엘리베이터TV 광고 기업 포커스미디어가 주최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아윌비빽 시즌3’에서 최종 우승하며 PR·마케팅 컨설팅, 엘리베이터TV 영상 콘텐츠 송출 등 각각 20억원 상당의 혜택을 받게 됐다. 친환경 기업인 리클과 사회적 기업인 웰로 모두 ESG 경영에 점수가 높았다는 후문이다. 과연 스타트업의 ESG 경영은 무엇이 어떻게 다른 걸까. 서울 역삼동에 자리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사무실에서 양수빈 리클 대표와 김유리안나 웰로 대표를 만났다.
Q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A 웰로: 아무래도 성장에 집중하다보니 어떻게 하면 더 빨리 클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지내고 있어요.(웃음)
Q 창업하신 시기가 비슷하던데요.
A 리클: 2021년 11월에 법인을 설립했어요. 지난해 12월에 프리A 투자를 유치했고 약 30억원 규모의 브리지라운드 투자를 유치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A 웰로: 저희는 2021년 6월에 설립했어요. 웰로와 웰로비즈를 서비스하고 있는데 저희도 프리A 투자를 유치했고 3, 4월경에 이 투자가 완료될 것 같습니다.
Q 국내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가 많이 힘들어졌다고들 합니다. 두 분은 끄떡없어 보입니다.
A 리클·웰로: 절대 아닙니다. 정말 힘들었어요.
A 리클: 일단 시장이 전반적으로 쉽지 않아요. 벤처캐피털(VC)이 올해 펀드 규모를 축소하면서 스타트업끼리의 경쟁이 더 치열해졌어요. VC의 투자 보류 경향이 지난해 말부터 깊어졌는데, 만나 뵙고, 논의하고 계약서 작성하는 과정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요.
Q 그럼에도 VC 입장에서 투자를 결정한 이유가 있을 텐데요.
A 웰로: 저희는 소프트웨어 서비스이다 보니 서비스 초기부터 매출이 나오는 구조였어요. 드라마틱한 성장은 아니지만 매출과 순익이 발생하면서 그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었는데,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월 이용자 등의 규모를 좀 더 키워야 하지 않느냐고 하시던 VC분들이 하반기엔 수익을 챙기면서 성장하는 기업이란 점에 좀 더 무게를 두시더군요. 상·하반기의 VC의 투자 기준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걸 느꼈어요.
A 리클: 저희도 비슷한데, 지난해부터 지표가 올라가는 거에만 의미를 두진 않더군요. 실제로 수익성이 있는 비즈니스 모델인가에 초점을 맞춰서 평가했습니다. 그래서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 구조인지, 거의 모든 VC분들이 체크하셨어요.
Q 그럼 스타트업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환경 아닌가요. 시작부터 수익을 낼 순 없는데.
A 리클: 사실 얼리스테이지(Early-Stage·창업 후 초기 투자가 필요한 상태)에 투자하는 VC는 그런 리스크를 감안하고 높은 수익률을 노리는 구조라고 알고 있었는데, 수익성을 먼저 고려해서….(웃음) 리스크 테이킹을 꺼리는 분위기, 그런 게 많이 느껴졌어요.
A 웰로: 기존에 창업하신 분들이 온라인에 올린 글들을 보면 이런 시기가 계속 올 거라고 하더군요. 지금이 어렵다고 하지만 사실 앞으로 올 것에 비해선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Q 현재 매출이 궁금해지는데요.
A 리클: 저희는 지난해 매출이 약 4억5000만원이었어요. 현재 회원 수는 약 8만 명이고 누적 사용자는 5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A 웰로: 아, 저희는 좀 작은데(웃음) 2021년에는 약 6000만원이었고, 작년에 3억원 정도 나왔습니다. B2C 서비스를 전개하는 웰로는 현재 회원 수가 약 13만 명이에요.
Q 최근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포커스미디어가 주최한 ‘아윌비빽 시즌3’에서 양사가 최종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경영컨설팅과 엘리베이터TV 광고를 지원한다고 알고 있는데, 우승 후 달라진 점이 있습니까.
A 리클: 최근 관련해서 광고 촬영을 했어요. 아직은 송출 전인데 언론 보도 덕분에 제휴 제안이 많았습니다.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다는 걸 느꼈어요.
A 웰로: 저희는 정책을 소개하고 매칭하잖아요. 보도를 보고 지자체와 중앙부처에서 많은 연락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제휴가 맺어지기도 했어요. 광고 촬영은 하반기에 진행할 예정입니다.
Q 리클과 웰로는 최근 기업의 화두가 된 ESG 분야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이 어필했다는 의견도 있던데요.
A 리클: 비즈니스 모델이 친환경이란 점이 우선 호감을 준 것 같고, VC분들도 확실히 관심을 갖고 보시긴 해요.
A 웰로: 사회적 기업이란 점에 포커스가 맞춰지기도 하죠. 아윌비빽에서도 아파트 주민 분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모델이란 점이 고려된 것 같습니다.
Q 스타트업 입장에서 ESG 경영이 부담스럽지 않으세요?
A 리클: 저희 리사이클 사업과도 연결성이 있어서 고려하고 있는데, 사실 노력은 하지만 당장 중요한 건 생존이기 때문에 어디까지 지킬 수 있을지 고민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경제적인 흐름이잖아요. 리클은 실제로 몇 ㎏의 의류를 수거했고, 이걸 매립하거나 소각하지 않고 재판매했을 때 탄소 저감이 얼마나 되는지 등의 수치를 매월 관찰하고 있어요. 한국자원순환연구소 자료를 살펴보면 이와 관련한 수식이 있거든요. 젊은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ESG 경영의 혁신 사례를 지속해서 만들어내면 좀 더 진정성 있는 ESG 경영이 자리잡지 않을까요.
A 웰로: 올해부터 정부 지원 사업에 ESG 역량 강화와 관련된 항목이 또 추가됐어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결과를 가져올 거예요. 저희도 창업 때부터 체크하고 있습니다.
Q 결국 ESG를 실천하는 게 수익으로 연결된다?
A 리클: 일단 영리 기업이니까 당연하죠.
A 웰로: 그런 것 같아요. 지원 사업들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예요.
Q 한국에서 스타트업하기 만만치 않다는 말들도 하던데 어떠십니까.
A 웰로: 전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게 좋습니다. 폐업을 하고 나서도 재도전 성공 패키지라든지, 아니면 국가에서 지원하는 정책들도 꽤 있거든요. 이 생태계가 실패한다고 패가망신하는 게 아니라 다시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그런 면에서 여러 지원을 해줍니다.
A 리클: 전 10년 전에 첫 창업을 했었는데, 말씀처럼 그때보다 지금의 생태계가 훨씬 좋아졌어요. VC의 투자 기준이 좀 더 엄격해졌지만 지원 사업이 훨씬 많아졌다는 면에선 지금이 창업하기 좋은 시대인 것 같습니다.
Q 두 분의 비전이 분명할 것 같은데요.
A 리클: 리클은 배달의민족이 한국의 배달 문화를 바꿨듯이 옷을 버리는 습관과 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중고의류를 구매하는 것도 아직은 편견이 있지만 앞으로는 옷을 살 때 리클을 먼저 둘러보는 문화를 만들려고 합니다.
A 웰로: 아무래도 정책 혹은 정부 지원, 이런 단어를 들으면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너무 어렵다, 나와는 관계없는 것 아니냐. 그런데 결국 국가의 예산이나 지원은 국민과 기업을 위해 만들어진 거잖아요. 통계청 자료를 보면 이러한 지원이 제대로 쓰이지 않아 넘어가는 게 약 70%나 된다고 합니다. ‘나는 신청하면 안 될거야’란 생각을 바꾸는 데 웰로가 최선을 다할 겁니다.
Q 올해 목표라면.
A 리클: 저희는 현재 서울과 남양주, 구리 지역에서 서비스를 진행 중이에요. 올해 우선 수도권 전체로 서비스 지역을 확장하려고 합니다. 또 4개 이상의 물류센터, 3개의 오프라인 스토어 론칭, 매출 70억원 달성을 목표로 했습니다.
A 웰로: 저희는 정책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작년에 좀 무리하게 웰로비즈를 론칭했는데, 이 서비스를 3월까지 3000개 기업, 연말까지 1만 개 기업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성장하는 게 목표에요. 기업들을 위한 정책적 지원 매칭도 중요한데, 기업들이 첫 금융 대출 등을 시도할 때 신용보증이나 기술보증을 받게 되는 경우 웰로비즈에서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금융 기관과의 연계도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안재형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