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에 집중하다 쉬고 싶을 땐 큼직한 소파에 기대 잠시 눕는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휴대전화 진동벨이 울리면 세련된 폰부스로 이동해 업무를 해결한다. 회의가 필요하면 언제든 화상회의가 가능한 회의실로 이동해 재택이나 외근에 나선 구성원들과 협업한다. 업무에 따라 거대한 책상이나 책장을 재배치해야 할 땐 혼자서 가볍게 옮길 수도 있다. 팬데믹 이후 달라진 사무실 풍경이다.
사무실 근무자와는 대면으로, 재택 혹은 외부 근무자와는 원격으로 협업할 수 있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오피스’. 1912년 미국 매사추세츠에 설립된 세계 최대의 사무가구 기업 ‘스틸케이스(Steelcase)’가 제안한 사무환경 트렌드이기도 하다.
팬데믹 이전이나 이후나 여전히 사무가구 분야 전 세계 매출 1위를 수성하고 있는 이 기업의 애칭은 ‘사무용 의자의 끝판왕’. 실제로 애플과 구글, 골드만삭스가 선택한 의자로 이름을 알리며 국내에서도 인지도를 넓히고 있는 사무가구의 명가(名家)다. 200만원에 달하는 의자 가격도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
서울 성수동에 자리한 쇼룸에서 만난 이승택 스틸케이스코리아 지사장은 “사무용 가구는 인체공학적 설계를 기본으로 공간이 활성화될 수 있는 전략까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팬데믹 이후 협업의 활성화를 도모하면서 개인의 업무 성향을 고려한 (집처럼) 편안한 공간에 대한 컨설팅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스틸케이스는 올해 설립 111주년을 맞았습니다. 100년 넘은 가구 회사의 제품이 혹 빈티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무색할 만큼 진보적인 기술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1912년에 설립됐어요. 아마도 유럽 쪽 분위기를 떠올렸다면 빈티지하고 럭셔리한 감성일 수 있는데, 스틸케이스는 미국 매사추세츠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태어났고 적을 두고 있지요. 사용자의 업무와 신체를 연구하고 인체공학을 적용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쇼룸의 분위기가 지금까지 방문해본 여느 사무실과 전혀 다른데요.
▷올해의 사무환경 트렌드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동안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많아지면서 사무실엔 특정 목적이 있어야 오곤 했는데, 다시 출근이 일상화되면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와 협업 환경이 화두가 됐어요. 카페 테이블 같은 캐주얼한 공간에서 가벼운 미팅을 하고 잠시 쉴 수 있는 공간, 전화로 업무를 볼 수 있는 조용한 통화 부스를 사무실 내에 마련했어요. 어느 곳에 있건 구성원 간에 얼굴을 보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화상회의 공간도 필수가 되겠죠. 지금껏 알고 있던 전형적인 사무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될 겁니다.
▶이 모든 아이템을 스틸케이스에서 제작하는 겁니까.
▷스틸케이스는 사무용 가구를 만드는 기업인데, ‘코어리스(Coalesse)’ ‘디자인택스(Designtex)’ ‘폴리비전(PolyVision)’ ‘턴스톤(Turnstone)’ ‘스미스시스템(Smith System)’ ‘오렌지박스(Orangebox)’ 등 관련 자회사가 있어요. 이 모든 브랜드가 함께 공간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점유율 1위 기업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네. 사무용 가구 세계 1위 업체죠. 지난해 매출이 28억달러(약 3조6000억원)였어요. 팬데믹 시기에 매출이 줄었다가 현재 회복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시장은 역시 북미지역이고, 그 다음이 유럽, 그리고 아시아 순입니다. 그중 한국은 성장세가 높은 시장이죠.
▶한 분야에서 100년이 넘은 기업이라면 분명 생존의 원동력이 있을 법한데요.
▷스틸케이스는 끊임없이 리서치합니다. 그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인사이트를 완성하고 디자인을 시작해 제품을 완성하죠. 그래서 저희는 단순히 예쁜 가구를 만드는 데 포커스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리서치라면?
▷팬데믹 당시엔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어떤, 무엇을 제공해야 하는지를 연구했어요. 실제 사용자(직원)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게 뭔지 알아나가는 작업을 했습니다. 리더가 원하는 건 어떤 점인지, 실무자들은 어떤 점을 고려하는지 꼼꼼히 체크하고 데이터를 쌓아갔습니다. 제품을 디자인하기 전에 먼저 선행하는 작업이죠.
▶대표상품인 ‘제스쳐’(의자)도 그런 과정을 거친 겁니까.
▷제스쳐는 개발 기간만 2년 넘게 걸렸어요. “이 세상에 수많은 의자가 있는데 우리가 또 다른 의자를 만들어야 해? 왜?”란 질문이 시작점이었지요. 전 세계 11개국, 2만여 명의 사용자가 연구 대상이 됐고, 그들이 의자에 앉았을 때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자세로 일하는지 꼼꼼히 조사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같은 장비를 많이 쓴다는 점에 착안해 의자에 앉아서도 이런 기기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팔과 목, 머리의 자세를 최대한 편하게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암패드를 예로 들면 제스쳐는 암패드가 사용자의 안쪽 방향으로 꺾입니다. 팔을 걸치고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기에 최적화된 자세를 유지할 수 있죠.
▶제스쳐의 경우 가격이 200만원에 이를 만큼 고가인데요. 비싼 의자를 써야 하는 이유라면.
▷몸을 의자에 맞추는 게 아니라 의자를 내 몸에 맞춰야죠. 하루 6~7시간을 보내는 침대에는 예민한데, 그보다 긴 시간을 보내는 의자에는 아직 덜 민감하더군요. 하루 10시간 이상 보내는 의자가 척추와 목, 머리에 훨씬 더 중요합니다.
▶최근 스틸케이스의 사무실 디자인 인사이트를 담은 매거진 ‘워크 베터(Work Better)’ 한국판을 발간했습니다.
▷그동안 스틸케이스는 계간지 ‘360°’를 통해 사무실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360°는 각 기업의 사무실 배치를 결정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업계가 주목하는 매거진이다.) 이제는 그 역할을 ‘워크 베터’가 대신할 계획입니다. 1년에 2번 발행되는데, 최근 한국어판을 발간했습니다.
▶스틸케이스가 제시하는 올해의 사무환경 트렌드가 담긴 셈인데요. 경쟁사 입장에선 벤치마킹의 수단일 수도 있는데.
▷스틸케이스가 선도하는 트렌드를 소비자들과 공유하는 하나의 방법이죠. 인체공학적 설계, 효율적인 사무환경을 위해 이러한 제품이 나왔다는 걸 알 수 있고, 앞으로의 전망도 확인할 수 있는. 경쟁사의 벤치마킹이요? 큰 의미가 있을까요. 스틸케이스는 이미 다음 단계, 다음 시즌을 준비 중이거든요.(웃음)
▶포스트 팬데믹 시기의 사무환경 트렌드를 짚어주신다면.
▷국내외에서 사무실 근무와 원격 근무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방식의 유연 근무 형태가 새로운 흐름으로 떠올랐습니다. 업무 효율성과 구성원 간 원활한 소통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이 조성돼야 하죠. 쉽게 말해 사무실 근무자와는 대면으로 원격 근무자와는 원격으로 손쉽게 연결해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이 우선돼야 합니다. 국내 몇몇 대기업과 글로벌 외국계 기업에선 이미 실천하고 있는 방식이에요. 물론 스틸케이스도 출근할 때보다 더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퇴근할 수 있도록 공간을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고 하셨는데, 스틸케이스코리아의 올해 목표가 궁금합니다.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홈 오피스의 중요성도 많이 회자되고 있어요. 회사에서 쓰던 의자를 구입해 집에서 쓰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저희 입장에선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는 시장이죠. 실제로 저희 쇼룸에 시간을 예약하고 직접 방문해 의자를 테스트하는 고객들이 늘었어요. 국내 대기업들과의 비즈니스와 함께 홈 오피스 분야도 주력할 계획입니다.
이승택 스틸케이스코리아 지사장
3M, 질레트코리아, P&G 등 외국계 기업에서 세일즈,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쌓았다. 스토케코리아 대표이사를 거쳐 2015년부터 스틸케이스코리아 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