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는 중소기업이 세계 각지에 있는 우수한 개발자를 채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깝다. 채용공고부터 비자 문제, 부족한 인지도에 무엇보다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까지 모든 단계가 가시밭길이다. 반대로 한국의 취업준비생이 해외 기업에 바로 취업하는 것 역시 낙타가 바늘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기업이 있다. 2012년 설립된 G-P(글로벌리제이션 파트너스·Globalization Partners)는 새로운 형태의 고용 문화인 ‘기록상 고용주(EOR·Employer of Record)’ 시스템을 통해 글로벌 유니콘으로 등극했다. 기록상 고용주란 기업의 해외 사업을 위한 법적 인력 고용의 주체가 되어 채용, 노무, 복리후생 관리, 급여 지급 등을 대행하는 업체를 의미한다.
생소한 시스템이니 예를 통해 살펴보자. G-P의 파트너인 원더무브는 현대자동차의 사내벤처를 통해 창업한 기업으로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한다. 원더무브는 상대적으로 국내에 비해 IT 서비스가 느린 자동차의 본고장 독일에 진출하기 위해 현지 직원을 채용하고자 했다. 비자 문제가 바로 발목을 잡았다. G-P와 제휴를 맺은 원더무브는 직원 고용은 물론 독일 내 자동차 OEM, 모빌리티 기업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해졌다. 이때 채용한 현지 직원은 기록상 G-P에 고용되었지만 원더무브의 직원과 같은 연봉과 복지를 누리는 것이 특징이다.
얼핏 간단한 사업구조로 보이지만 속은 그렇지 않다. 국가나 인종, 기업 문화별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인사 문제와 비자, 계약 문제, 국가별 노동규정 등을 살펴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G-P의 노하우라 할 수 있다.
최근 한국을 찾은 밥 케이힐(Bob Cahill) G-P 대표는 “우리는 고객을 가장 잘 지원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계속해서 변화하는 급여 정책 및 현지 노동법에 관한 규정 관리를 포함해 글로벌 인재 채용에 따르는 복잡성을 최소화하고자 기술 및 운영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G-P는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글로벌 채용 플랫폼 서비스의 선도 기업으로 매출 1조원, 기업가치 6조원의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팬데믹 상황이었던 지난 2년 동안 G-P는 전 세계적으로 비즈니스와 조직 규모 모두 로켓 성장을 이루었다.
밥 케이힐 대표는 “모든 고용 뒤에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간과하지 않는다”라며 “우리의 글로벌 토털 채용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모든 기업이나 직원이 지리적으로 어디에 있든 관계없이 고용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하여 우수한 직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유수의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한 밥 케이힐 대표는 올해 4월 신임 글로벌 대표로 임명된 이후 아시아의 주요 성장 시장인 한국을 방문해 대한민국 정부 기관, G-P 고객 및 파트너와의 미팅, 국내 언론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한국 기업들은 G-P를 통해서 한국 외 국가에도 자회사나 지사 없이 직원을 즉시 고용할 수 있고 해외진출 계획이 있는 한국 사업도 지금 당장 가능하도록 실현해준다”라며 “또한 사스(SaaS)를 활용해 인재 확보, 계약 체결, 급여, 직원 교육 등 직원 채용에 관련한 모든 사항을 현지 규정을 준수하며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G-P는 대한민국을 포함한 전 세계 187개국에 지사가 있으며, 수천 명의 인재와 기업들이 자사의 플랫폼을 통해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전 세계에 있는 글로벌 인재들을 쉽고 빠르며 안전하게 고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G-P 플랫폼을 활용하는 기업들은 글로벌 IT 기업을 비롯해 제조, 패션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있다. 넷플릭스, 테일러메이드, 줌, 파파존스 등 다양한 기업이 제휴사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글로벌 확장을 위한 자금 확장에도 열심이다. 올해 초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데이터·기술 시장 투자에 중점을 둔 ‘비스타 크레디트 파트너스(Vista Credit Partners)’가 2억달러(약 2400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G-P는 최근 한국 시장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빠른 스타트업 시장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매출이 300% 증가할 정도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찰스 퍼거슨(Charles Ferguson) G-P 아태지역 총괄은 “아시아 지역으로 한정하면 고객사 중 70%가 스타트업일 정도로 그 수요가 높은 편”이라며 “최근 스타트업은 대부분 기술 분야가 두드러지고 인재 경쟁이 치열하고, 대기업과 비교해 자금 여유가 충분하지 않아 직접 해외 진출 조건을 검토하기 어렵고, 해외 인재를 모셔 오는 것도 쉽지 않다”라며 한국 시장의 스타트업의 성장에 주목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대기업들의 관심도 크게 늘었다고 답했다. 그는 “최근에는 대기업들도 G-P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법인이나 지사를 세우기 전에 현지 시장 성공 여부를 테스트하는 형태가 많다”라며 “G-P와 협업해 먼저 시장을 점검하고,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직접 뛰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용의 주체가 G-P가 되는 만큼 보이지 않는 위험도 존재한다. 회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성적인 비위 문제, 노동규정 위반 등이 문제가 되어 소송이 진행될 수 있는 부분이다. 찰스 퍼거슨은 이와 관련된 질문에 “1차적인 책임은 모두 G-P가 부담하며 고객사와는 별개다”라고 답했다. 직원 해고, 직장 내 괴롭힘 등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도 G-P가 법적으로 대처하고, 소송으로 발전해도 G-P가 나선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고객사와의 계약에도 별도 협상이 있어 관련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한 사항에 따라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한국 시장의 무궁한 발전 가능성에 대해 여러 번 강조한 찰스 대표는 다양한 분야의 한국 기업이 해외 시장에 데뷔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찰스 대표는 “현재 G-P의 파트너에 기술 기업들의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패션, 제조, 유통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과 함께하고 있다”라며 “분야를 막론하고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에너지를 지닌 한국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을 돕는 스마트한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7호 (2022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