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지영동에 자리한 고양경일에너지에는 하루 종일 각 지자체의 집하차량이 드나든다. 트럭 짐칸에는 각종 폐목재가 한가득하다. 건설현장에서 쓰던 목재부터 책상과 의자, 소파나 침대를 지탱하던 나무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너른 집하장에 산처럼 쌓아둔 폐목재는 이곳에서 그간의 존재 이유와는 전혀 다른 목적을 갖고 새롭게 태어난다. 목재파쇄기로 잘게 분해된 후 새로운 공정을 거쳐 갖게 된 이름은 ‘Bio-SRF(Biomass-Solid Refuse Fuel)’. 쉽게 말해 바이오매스 발전소의 연료가 되는 고형연료제품이다.
“바이오매스는 탄소배출량이나 온실가스 저감에 탁월한 연료죠. 저희가 생산하는 제품이 바로 그 바이오매스 발전소의 연료가 되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목재의 90%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이렇게 폐목재를 재활용한 친환경사업이 바로 선순환 아니겠어요. 그런 자부심이 있습니다.”
커다란 목재파쇄기 앞에서 제품 제조 과정을 설명하던 윤인구 대표는 “연 15만t의 고형연료를 생산해 각 발전소에 납품하고 있다”며 “13년간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그때부터 함께한 직원이 여럿”이라고 소개했다.
고양경일에너지에서 생산된 제품은 한국동서발전, GS EPS, 고려제지, 대산파워, 대성목재공업, 석문에너지, 동아기업, LX인터내셔널 등 여러 기업들이 운영하거나 참여하는 전국의 바이오매스 발전소에서 쓰이고 있다. 석유나 석탄 등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신재생에너지인 바이오매스(Biomass)는 화석연료에 비해 탄소배출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최근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제도)가 시행되면서 일정 발전 규모(500㎿) 이상의 한전자회사를 포함, 대규모 발전을 하는 24개 발전소가 의무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전력 생산과 공급에 나서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량 비율은 2012년 2%로 시작해 2022년 12.5%, 2026년 이후 25%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아직은 소규모지만 국내에서 바이오매스 발전소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인구 대표가 폐목재를 사업 아이템으로 삼은 건 50대 중반에 들어서였다. 남들 눈엔 늦어도 한참 늦은 나이였지만 목재를 이용한 친환경사업이 운명처럼 다가왔다.
“20여 년간 원단사업을 하다 국내에선 사양화되는 과정이라 공장을 동남아로 옮기려고 미얀마에 머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도저히 그 지방의 기후가 맞지 않더라고요. 다시 국내로 돌아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고 재활용 분류 공장을 인수했는데, 마침 폐목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많은 수업료를 치르고 폐목재에만 집중하기로 했지요.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RE100 캠페인도 저처럼 시작한 거 아니겠습니까.”
물론 윤 대표가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고비와 우여곡절이 있었다. 폐목재 집하장이다 보니 공장 허가도 쉽지 않았고, 집진시설 등 설비 투자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관련한 주변 민원도 여전하다. 윤 대표는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라며 “이 일을 하려는 젊은이들이 거의 없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사실 증여나 상속도 부담스러운 문제이긴 한데, 무엇보다 사람이 가장 안타깝죠. 중소기업이고 폐자재를 활용하니 일하려는 젊은이들이 거의 없습니다. 있어도 잠시 머물다 가는 쉼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작고 남이 보지 않는 분야라도 뜻을 두고 쉼 없이 전진하면 분명 기회가 찾아올 텐데 아쉬운 부분이죠.”
지난해 매출 100억원을 돌파한 고양경일에너지는 올해 소폭이지만 우상향한 성장세를 기대하고 있다. 올 초 국내외 금리가 요동칠 땐 그동안 운용하던 은행 대출을 모두 갚기도 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윤 대표는 “불경기의 여파가 있겠지만 지금보다 더 꿋꿋이 버텨내는 게 목표”라고 답했다.
“일하는 누구나 동기부여가 가장 중요합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저도 그렇고 저희 회사에서 일하는 분들도 그렇죠. 개인이나 국가 모두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요.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어야죠. 그렇게 만들어갈 거라고 믿습니다.”
[안재형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6호 (2022년 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