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훈 카카오 대표 | 김범수 창업자의 복심… 구원투수로 투입됐지만 계열사 매각 놓고 리더십 시험대에
김병수 기자
입력 : 2022.08.01 15:55:24
수정 : 2022.08.01 15:55:55
지난 연말 카카오의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지난해 11월 여민수 당시 카카오 대표와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공동대표로 내정했다가 류 대표를 비롯한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주식 대량 매도 사건으로 ‘먹튀’ 논란에 휩싸이자 이를 철회했기 때문. 게다가 골목상권 침해 등 논란에서 자유로운 새로운 먹거리를 빠르게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내놓은 수습카드가 남궁훈 대표였다. 김범수 창업자는 직접 사내 게시판을 통해 “엔케이(남궁 대표)가 카카오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적극 사업적 비전을 리드해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김범수 창업자의 복심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고 풀이했다.
남궁훈 대표는 곧바로 미래전략을 제시하며 수습에 나섰다. 지난 3월 공개한 ‘비욘드 코리아·비욘드 모바일’이 그것이다. 그는 “비욘드 코리아는 한국이라는 시작점을 넘어 해외 시장이라는 새로운 땅을 개척해야 한다는 카카오 스스로의 미션이자 대한민국 사회의 강한 요구”라고 말했다. 국내 대표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국내 메신저 기반으로 성장한 카카오가 글로벌로 확대하는 전략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고, 이에 남궁 대표는 ‘메타버스’로 답했다.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카카오 새 전략인 ‘비욘드 모바일, 비욘드 코리아’ 계획을 수립해나간다는 것. 관심사를 중심으로 모인 전 세계 50억 명의 이용자가 텍스트를 넘어 다양한 멀티미디어로 소통할 수 있도록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이들이 카카오 생태계 안에서 콘텐츠를 생산하게끔 하는 게 그의 구상이다.
실제 남궁 대표는 본인의 강점을 비교적 잘 살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이전부터 콘텐츠와 글로벌 투자 분야 전문가로 통했다. 실제 픽코마를 필두로 카카오재팬-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사업이 힘을 발휘하고 있고, 남궁 대표의 친정인 카카오게임즈의 게임 사업 또한 연일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딘: 발할라 라이징에 이어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라는 새 캐시카우까지 탑재했다.
핵심사업인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한 톡비즈 역시 나쁘지 않다. 2분기 기준, 톡비즈 매출은 커머스가 비수기를 맞아 부진함에도 성장세를 지속 중이다. DB금융투자는 최근 카카오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8300억원, 16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4%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현준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광고 및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성 둔화로 톡비즈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서도 “모빌리티·게임·스토리 등 카카오의 성장을 이끌 요인들이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컨트롤타워’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 역할도 재정비했다. 카카오 공동체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는 공동체 차원에서 5년간 3000억원의 상생 기금을 마련해 소상공인과 창작자, 디지털 약자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콘텐츠·글로벌 진출 일부 성과
암초는 의외의 분야에 있었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 게임즈 시절부터 직원들과의 소통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카카오 직원들의 새로운 근무제를 두고 직원들이 반발에 부닥쳤다. 내부에서 시작된 비판으로 남궁 대표의 쓰라림은 더 컸다. 새 근무제도가 사전 의견 수렴 없이 공지된 데다가 집중근무 시간, 실시간 음성 대기 도입 등이 문제가 됐다. 남궁 대표는 간수가 수감자 감시를 용이하도록 설계된 ‘판옵티콘’이라는 비판까지 감수해야 했다.
결국 남궁 대표가 직접 진화에 나섰다. 남궁 대표는 새로운 근무제 발표 하루 만에 재검토를 선언했다. 그 결과 ▲2~5시 집중근무제(코어타임) ▲주1회 오프라인 만남 권장으로 새 근무제는 조정됐다. 집중근무제는 1시간으로 줄었고, 여기에 격주로 놀금 제도를 도입하며 복지는 강화됐다.
새로운 근무제는 시행에 들어갔지만 이 과정에서 남궁 대표가 입은 상처는 작지 않다는 게 카카오 주변의 평가다. 카카오의 한 간부급 사원의 얘기. “새로운 근무제를 놓고 반발이 이어지자, 남궁훈 대표가 ‘내가 직접 나서겠다’고 했다가 직원들의 반발을 산 게 대표적이다. 대표가 논란이 많은 근무제에 대해 지금까지는 나와는 상관없다는 사실상의 책임회피로 비춰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남궁 대표가 사내 커뮤니티에 안식 휴가를 없애고 2주마다 놀금제도를 도입한다고 했다가도 비판을을 받았다. 이미 게임즈 대표 시절에도 직원들의 안식 휴가를 없앤 전례가 있기 때문인데, 이런 식으로 직원들의 의사를 떠보는 듯한 행보가 되레 불신을 높였다.”
▶새 근무제 놓고 소통 이미지에 상처
카카오의 최대 현안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각과 기업가치 회복이다. 이를 얼마나 원활하게 처리해 가느냐가 남궁 대표의 리더십 시험대로 간주된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을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매각설이 논란이 되자 카카오는 공시를 통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애초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중 IPO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장 상황으로 인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결국 차선책으로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의 매각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다.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추진에 대해 카카오 노조는 단체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언은 “매각 논의 과정과 매각 추진 의사를 전하지 않은 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건 무책임하다”며 사측과의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을 놓고 카카오 경영진과 카카오모빌리티 경영진의 입장 차이가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여기에 직원들 역시 찬반이 나뉘는 상태다. 무엇보다 카카오 본사와 모빌리티 경영진에 대해 직원들의 불신이 커진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전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계열사 정리 작업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올해 말까지 계열사를 100여 개로 줄인다고 선언했지만 올해 5월 기준 국내 계열사는 136개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도 136개사를 계열사로 보유했다. 올해 지속적으로 계열사 흡수합병을 시도하며 교통정리에 나섰으나 숙원 과제인 ‘글로벌화’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신규 인수가 발생해 전체 계열사 수는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복잡한 내부 사정이 안 좋은 대외 경제 여건과 맞물려 주가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 주가는 최근 6만~7만원대를 오르내린다. 지난해 7월 1일 기록했던 52주 신고가(16만5500원)와 비교하면 약 60% 낮아진 것이다. 남궁 대표는 내정자 시절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법정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밝힌 바 있다. 책임경영 의지를 강하게 밝힌 것이지만 최근 주가를 보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선 남궁 대표가 상당기간 월급을 받기 힘들 것이라는 비아냥 섞인 비판도 나온다.
A애널리스트는 “잡음이 있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첫 흑자 전환, 매출이 90% 이상 성장해 5000억원을 돌파한 회사다. 기존 주력 사업인 온라인 광고와 커머스 시장의 둔화가 예상되는 것과 맞물려 앞으로 카카오에서 모빌리티 사업이 빠지면 향후 플랫폼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남궁 대표가 내세우는 ‘메타버스’ 생태계는 말 그대로 ‘청사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카카오가 남궁훈 단독대표 체제에서 남궁훈, 홍은택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한 것도 같은 맥락에 놓여있다. 2018년 이후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하던 카카오는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먹튀’ 논란 이후 올해 3월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그러나 4년 만에 출범한 단독대표 체제는 3개월여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김범수 창업자 국회 또 불려 가나
카카오 측은 각자대표 체제로의 전환에 대해 “사회적 책임 강화와 기업가치 제고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홍은택 대표가 ESG 경영을 강화하고, 지속가능성장 전략을 총괄하는 반면 남궁훈 대표는 기존과 동일하게 카카오 서비스와 비즈니스를 총괄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김범수 창업주의 성향상, 이번 경영체계 개편을 매우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한번 지휘봉을 맡기면 최소 2년 이상 두고 보는 과거 전례를 깼기 때문이다. 카카오 안팎에선 경영 최일선에 카카오 공동체의 성장 전략을 총괄하는 공동체얼라인먼트(CAC) 센터장을 내세운 이번 재편이 확장 일변도였던 그간의 사업 기조를 점검하고 보다 긴 호흡으로 공동체의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홍은택 대표의 등장이 가을 국정감사를 대비하는 포석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을 놓고 플랫폼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김범수 창업자가 다시 한 번 국회에 불려 갈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다.
▷He is…
▲1972년 출생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99~2007년 한게임 한국 게임 총괄 ▲2007~2009년 NHN USA 대표이사 ▲2009~2012년 CJ인터넷 대표이사 ▲2012~2013년 위메이드 대표이사 ▲2015~2016년 ㈜엔진(구 카카오게임즈) 인수/대표이사 ▲2016~2021년 카카오게임즈 대표이사 ▲2021~2022년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센터장 ▲2022년~현 카카오 대표이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