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 개막을 앞두고 있는 도쿄올림픽의 개최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여론·야당의 반대와 국제사회의 염려가 적지 않지만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일본 정부가 의지를 보이며 개최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대회 성사에 대한 뜻을 거듭 밝히고 있어 일본 언론에서 ‘사실상 개최의 길로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림픽 개최에 대한 스가 총리의 의지는 최근 영국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정상회담에서도 확인된다. 스가 총리는 이 자리에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스가 총리는 G7 정상회담 후 “(올림픽 개최에 대해) 모든 정상으로부터 강한 지지를 받았다”며 “제대로 개회해서 성공으로 이끌어야만 하고 이런 결의를 새롭게 했다”고 설명했다. G7 정상회담 기간 중 스가 총리를 만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도쿄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할 방침이라는 뜻을 전했다. 차기 올림픽을 개최하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스가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개회식 참석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1년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성차별 발언에 조직위원회 회장이 교체되는 등 갖가지 우여곡절을 겪어온 도쿄올림픽. 스가 총리가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 가능성 등을 염려하는 목소리는 적지 않다.
우선 도쿄올림픽 개막일이 다가오면서 개최에 부정적 여론이 줄고는 있지만 아직도 반대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NHK방송이 6월 11~1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 형태를 묻는 질문에 ‘취소’라고 답한 비율은 31%로, 한 달 전 조사 때(49%)와 비교해 18%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무관중 개최’를 지지한 비율은 23%에서 29%로, ‘관중 수 제한 개최’라고 응답한 비율은 19%에서 32%로 상승했다. 요미우리신문의 조사(6월 4~6일)에서는 무관중(26%)이나 관중 수 제한(24%) 조건으로 개최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50%,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은 48%로 나타났다. ‘취소’라고 응답한 비율은 한 달 전 조사에 비해 11%포인트 줄었다. NHK와 요미우리신문 조사 모두 개최 반대 의견이 감소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일본 국민이 올림픽 개최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걱정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의료전문가, 지자체장, 경제·사회 관계자 등으로 구성한 코로나19 대책 분과회의를 운영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이 분과회의 전문가들은 ‘무관객 개최’나 ‘개최 시 도쿄 의료 압박’ 등의 견해를 갖고 있으나 이를 정식 논의해 정부에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미 시게루 분과회의 회장은 최근 “팬데믹 상황에서 (올림픽을) 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라며 “그래도 한다면, 강한 각오를 해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가 총리와 일본 정부는 올 초부터 하루 수천 명씩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는 날이 속출해 여론이 극히 악화된 상황에서도 ‘올림픽 개최’에 대한 의지를 거듭 표명해왔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적지 않은 여론의 반대와 전문가들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스가 총리와 일본 정부가 올림픽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가 총리와 일본 정부가 올림픽 개최를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올림픽에 대한 투자와 취소 때 발생할 경제적 손실 ▲IOC와의 불평등한 계약과 취소 때 손해배상 가능성 ▲가을 중의원 선거 등 정치 일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게 ‘돈’이다. 일본 올림픽조직위원회는 행사 개최에 들어가는 비용을 총 1조6440억엔(약 16조6800억원)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도로를 비롯한 인프라 구축 등 간접비용까지 포함하면 3조원가량을 쏟아부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노무라 종합연구소는 올림픽이 취소될 경우의 경제적 손실이 1조8108억엔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미야모토 가쓰히로 간사이대 명예교수는 손실 규모를 좀 더 크게 추정했다. 그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 해외 관중을 받지 않고 국내 관중을 50%로 제한했을 때 경제적 손실을 1조6258억엔으로, 대회 취소 때의 손실액을 4조5151억엔으로 추정했다. 일본 정부입장에서는 지금까지 투입한 돈과 대회 취소에 따른 경제 손실 등을 감안할 때 ‘대회 취소’를 선택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쿄올림픽 준비 상황을 감독하는 존 코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정위원장이 6월 15일 일본을 방문했다.
불평등한 계약으로 일본 정부가 취소를 요청할 경우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수 있는 상황도 운신의 폭을 좁힌다. 니혼게이자신문(닛케이)은 최근 IOC와 일본 정부가 맺은 올림픽 개최 계약서를 분석하고 ‘대회 취소에 대한 권리와 절차가 (계약서에) 규정돼 있는데, IOC에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게 핵심’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올림픽의 취소 결정권을 일본이 아닌 IOC만 갖고 있으며 취소의 사유로는 ‘참가자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는다고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 등이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만약 일본 측의 요청으로 올림픽을 취소할 경우 IOC나 방송사 등에 손해가 나지 않도록 일본이 보상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게 닛케이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국제스포츠 계약에 정통한 일본 변호사는 “IOC가 일본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IOC 수입의 75%가량이 올림픽 중계권료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미국 NBC가 도쿄올림픽 중계권료로 내는 돈만 14억5000만달러 정도라는 추정이 나온다. 특히 IOC는 수입의 90%가량을 종목별 국제경기연맹(IF)과 국가·지역올림픽위원회(NOC) 등에 배분하기 때문에 올림픽이 취소되면 이들에게도 금전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IOC는 일본의 대회 취소 요청이 있을 경우 회원·경기연맹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손해배상 청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의 정치 일정도 ‘개최 강행’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스가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오는 9월이다. 또 중의원의 임기 만료는 오는 10월이다. 일본의 국내 상황을 감안할 때 가을께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치를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스가 총리의 입장에서는 자민당 총재를 연임하고 총선에서도 승리해 ‘총리’직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올림픽을 잘 개최해 지지율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일본은 이번 올림픽에 대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피해의 극복과 부흥’ ‘코로나19를 이겨낸 증거·대회’ 등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의 조사(6월 4~6일)에서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37%로 지난해 9월 출범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