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2년 헤지펀드 SAC캐피탈 어드바이저스를 설립한 이후 연평균 25%라는 기록적인 수익률을 올리며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 존 폴슨 폴슨앤컴퍼니 회장과 같은 헤지펀드 전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특히 코언 회장 외에는 지난 20년간 두 자릿수의 꾸준한 수익률을 올린 헤지펀드 매니저를 찾아보기 힘들다. 한때 최고의 수익률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던 폴슨 회장조차 3년 전부터는 두 자릿수 마이너스 수익률에 허덕이고 있을 정도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돈 냄새를 기가 막히게 잘 맡는 헤지펀드 고수라 할지라도 20년 넘게 꾸준히 그리고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코언 회장은 이 같은 불가능을 현실로 만들었다. 경이적인 수익률 덕분에 코언 회장 자신도 보유자산만 93억달러(10조6000억원)에 달하는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150억달러(17조원) 규모의 SAC캐피탈 운용자산의 10%를 코언 회장이 직접 운용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이후 코언 신화에 심각한 균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헤지펀드 수익률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펀드 수익률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20년 넘게 불가능에 가까운 두 자릿수 수익률을 유지한 것이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 경이적인 수익률 달성 배경에 추악한 거래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 공개되지 않은 특정 기업의 내부 정보를 취득, 이를 주식거래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SAC캐피탈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다른 헤지펀드들의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던 코언 회장의 경이적인 수익률과 평판이 모두 내부 정보를 가지고 장난을 쳐서 얻어낸 결과물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SAC캐피탈과 자회사 펀드매니저들이 내부자 정보를 가지고 주식거래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잇달아 제기됐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11월 이후 6명의 SAC캐피탈과 자회사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이 내부자 거래 혐의로 체포됐다. 이들은 유죄를 인정하거나 감형을 위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 피의자가 혐의를 시인하는 대가로 검찰이 가벼운 범죄로 기소하거나 형을 낮춰주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지난 3월 15일, ‘내부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로 SAC캐피탈이 거액의 부당이익을 올렸다’며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기한 민사소송을 법정 밖에서 해결하기 위해 SAC캐피탈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벌금을 납부하기로 했다.
SEC에 따르면 SAC캐피탈 자회사인 CR인트린식의 매튜 마토마 펀드 매니저는 지난 2008년 미시간대 신경학과 교수였던 시드니 길먼으로부터 아일랜드 제약회사 엘란(Elan)과 화이저 자회사 웨스(Wyeth)가 알츠하이머 신약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는 미공개 정보를 접한 뒤 이들 회사 주식을 사들였다.
하지만 이후 신약 임상결과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내부 정보를 추가로 확보한 뒤 보유 주식을 대거 처분하는 한편 공매도(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는 것)를 치는 등의 수법으로 2억스타인버그(40)는 지난 1997년부터 16년간 SAC캐피탈에서 펀드 매니저로 일 해온 코언 회장의 심복 중 한 명이다. 그동안 내부 정보를 활용한 불법거래 혐의로 체포된 SAC캐피탈 직원 중 최고위급이기도 하다. 스타인버그는 델컴퓨터 내부 정보를 활용한 불법주식매매 등 4건의 내부자 거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08년 스타인버그에게 델컴퓨터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내부 정보를 전달한 기술주 애널리스트 존 호바스와 주고받은 이메일을 확보한 상태다. 당시 호바스는 스타인버그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델컴퓨터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정보가 외부에 알려진 게 아니니 당신만 알고 있어야 한다”고 하자 스타인버그는 “이런 정보는 외부에 결코 유출하지 않는다. 조심하자”라는 답신을 보냈다.
내부자 거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이메일을 확보한 검찰은 스타인버그가 코언 회장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도록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스타인버그에 적용된 4개 혐의는 각각 법정 최고형이 20년이다.
전부 유죄로 인정될 경우, 최대 80년형을 감옥에서 보내야 한다.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지 않으려면 스타인버그 입장에서 검찰 수사에 협력할 수밖에 없다. 호바스 기술주 애널리스트는 이미 내부 정보를 불법적으로 취득해 활용했다고 자백한 뒤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내부자 거래라는 비윤리적인 혐의로 SAC캐피탈이 궁지에 몰렸음에도 코언 회장이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규모로 돈을 펑펑 써대는 안하무인격 행동을 지속하는 점도 규제당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SAC캐피탈이 내부자 거래혐의와 관련해 사상최대 합의금을 지불하는 굴욕을 당한 데다 수사당국과 규제감독 당국의 칼끝이 코언 회장을 향하고 있는데도 코언 회장은 지난 3월 피카소의 초상화 ‘꿈(Le Reve·1932)’을 1억5500만달러( 1750억원)에 사들였다. 피카소 작품 중 최고가였다. 또 6000만달러에 달하는 초호화 주택을 구입하기도 했다.
SAC캐피탈은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불법 거래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올 들어 2월 말 현재 전체 운용자산의 10%가 넘는 16억8000만달러가 빠져나가는 등 펀드환매가 계속되고 있다. 코언 회장이 앞으로 기사회생을 할지 아니면 날개 없는 추락을 할지 조만간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