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기준으로 미국 최대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 현재 월가에서 가장 힘이 센 인물이자 월가 금융기관을 대표하는 얼굴마담이다. 실제로 키도 훤칠하고 잘 생겼다. 미국 언론에서 핸섬한 다이먼(Handsome Dimon)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다. 카리스마도 장난이 아니다. 지난 2006년 JP모건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 자리에 오른 뒤 7년째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월가를 대표하는 다이먼 회장은 미국 재무장관 하마평이 나올 때마다 월가 출신 1순위 재무장관 후보로 꼽혀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잭 류 전 백악관 비서실장을 재임 2기 재무장관으로 낙점하기 전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다이먼 회장을 재무장관으로 밀었다. 버핏 회장은 “재무장관직에 가장 적합한 인물은 시장을 잘 아는 다이먼 회장”이라며 “다이먼 회장을 재무장관 자리에 앉히는 것만으로도 (월가와 불편한 관계에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월가에 (화해의) 신호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추천한 바 있다.
이처럼 제이미 회장의 능력과 막강한 영향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때로는 과도한 자신감 때문에 거만하고 오만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기자는 지난해 말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뉴욕타임스딜북컨퍼런스, 그리고 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연례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다이먼 회장을 직접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는 공식석상은 물론 사적인 자리에서도 좀처럼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처음에는 접근하기 쉽지 않은 인물이다. 그리고 그의 토론 스타일은 상당히 공격적이다. 면전에서 토론 상대방에게 면박을 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월가 은행권을 대변하는 백기사처럼 은행권에 대한 비판은 참지 못하고 발끈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다보스포럼 패널 토론 현장에서 이런 일도 있었다. 다이먼 회장과 유력 헤지펀드 엘리엇캐피탈 매니지먼트의 폴 싱어 최고경영자(CEO)가 대형은행의 불투명한 공시와 영업 관행을 놓고 가시 돋친 설전을 벌인 것. 싱어 CEO가 “대형은행 공시에 심각한 허점이 있고 불투명하다”고 지적하자 다이먼 회장은 곧바로 “은행보다 헤지펀드가 더 불투명하다”고 쏘아붙여 싱어 CEO를 무안하게 만들었다.
또 같은 자리에서 주민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가 “금융상품이 너무 복잡하고 투명성이 없다”고 꼬집자 다이먼 회장은 “우리가 비행기 엔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모르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복잡한 비행기 엔진 작동원리를 이해 못하는 것처럼) 금융서비스업도 그런 것”이라며 금융상품 복잡성은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다이먼 회장은 미국 규제당국과 정책결정권자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은행 때리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불만과 함께 규제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비효율적인 관료주의만 키울 뿐이라고 몰아붙인다. 그러면서 다이먼 회장은 “JP모건뿐만 아니라 많은 은행들이 폭풍우(글로벌 금융위기) 때 피항지 역할을 했다”며 은행의 사회적 기여를 인정해달라고 주문한다.
하지만 자신만만한 다이먼 회장이지만 지난해 호된 시련을 겪기도 했다. 바로 런던고래로 불린 파생상품 트레이더 때문이다. JP모건 런던지점의 브루노 익실 트레이더는 거래하는 파생상품 규모가 초대형이어서 런던고래로 불릴 만큼 유명세를 탔던 파생상품 트레이더였다. 그랬던 그가 지난해 7월 채권파생상품 투자 실패로 JP모건에 62억달러(6조70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손실을 안겨 다이먼 회장의 위험관리 능력에 흠집을 냈다. 다이먼 회장과 런던고래와의 악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JP모건 내에서 포스트 다이먼 회장 시대를 이끌어 갈 선두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혔던 제스 스테일리 JP모건 투자은행(IB) 부문 회장이 헤지펀드로 이직하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새롭게 자리를 옮긴 펀드회사가 바로 지난해 런던고래와 반대되는 파생상품 포지션을 취해 1억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렸던 블루마운틴 헤지펀드였다. 다이먼 회장 입장에서는 믿었던 임원이 JP모건에 굴욕을 안겨준 헤지펀드로 옮겨갔다는 점에서 충격이었다. 게다가 다이먼 회장 자신은 개인적으로 금전적인 손실을 봤다. 파생상품 손실 관리책임을 물어 JP모건 이사회가 지난해 다이먼 CEO 연봉을 50% 삭감(1150만달러)했기 때문이다.
런던고래 때문에 스타일은 구겼지만 JP모건은 지난해 4분기 순익이 53% 급증하는 등 지난 한 해 동안 213억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3년 연속 사상 최대 수익이다. 주택시장 회복으로 주택담보대출 이익이 늘어난 데다 구조조정을 통해 지출을 확 줄인 결과다.
다이먼 회장은 미국경제 낙관론자이기도 하다.
그는 “미국 정치권의 대타협(Grand Bargain)이 이뤄진다면 당장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2%가 아니라 이의 두 배인 4%대 성장을 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IMF 등 국제기구나 월가금융기관들이 올해 1~2%대 미국 경제성장률을 전망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또 매달 4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호황경제(Booming Economy)로 연결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택시장도 완전히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다.
주식투자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직도 미국 기업 주식을 아주 매력적인 가격대에 살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다이먼 회장은 “현시점에서 주식을 보유하는 것은 좋은 것”이라며 주식랠리가 지속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원래 씨티그룹 출신이었지만 지난 1999년 씨티그룹 샌디 웨일 회장과 마찰을 빚으면서 씨티그룹에서 밀려났다. 이후 곧바로 지난 2000년에 시카고 뱅크원 CEO자리를 꿰찬 그는 2006년 JP모건 체이스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