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만 해도 그 누구도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얘기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의 국내 원유 생산은 10%까지 올라갔다. 앞으로 5년 이내에 미국의 석유 생산은 최근 20년 동안 최고조의 생산기록을 깨는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다. 그래서 세계 최고의 원유생산국 지위를 차지할 지도 모른다.”
지난 1월 3일 세계에너지기구는 현재 전체 에너지 수요의 20% 정도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에 대해 위와 같은 글로 시작하는 리포트를 냈다. 이에 앞서 세계에너지기구는 지난해 11월 ‘2012 세계 에너지 전망’에서 “미국의 에너지 르네상스가 글로벌 에너지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며 2020년이면 천연가스 순수출국이 될뿐 아니라 2035년엔 순에너지 자급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급증하는 석유와 셰일 가스, 바이오 에너지 등의 생산과 함께 연료 효율성이 향상돼 미국이 에너지 시장의 강자로 부상한다는 것이다. 특히 2020년대 중반이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석유생산국 지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며, 2030년이면 순 석유 수출국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 세계에너지기구를 비롯한 에너지 기구나 전문가들은 미국 에너지의 부상이 중동산 석유와 가스에 의존하고 있는 아시아 각국에 전략적으로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에너지 르네상스 맞은 미국
보고서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 세계 에너지 시장은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미국의 ‘에너지 독립’과 ‘에너지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는 사건은 지금 세계 에너지 시장의 판도는 물론이고 경제의 판도까지 뒤흔들고 있다.
세계 에너지 시장의 패러다임 이동과도 같은 대변혁을 부른 주인공은 ‘셰일 가스(Shale Gas)’와 ‘라이트 타이트 오일(Light Tight Oil)’이다.
이름조차 생소한 이들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지난해 1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연두교서를 통해 “미국은 앞으로 100년가량 쓸 수 있는 천연가스를 가지고 있다. 정부는 이 에너지를 안전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취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셰일 가스를 강조하면서 세계의 언론은 이후 셰일 가스에 초점을 맞춘 분석을 쏟아냈다.
그러나 지금은 라이트 타이트 오일이 셰일 가스와 같은 비중으로 성장해 세계 에너지 시장을 더욱 격동으로 몰아넣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기존의 천연가스를 전통 가스(Conventional Gas) 원유를 전통 석유(Conventional Oil)라고 부르고 셰일 가스를 비전통 가스(Unconventional Gas) 라이트 타이트 오일을 비전통 석유(Unconventional Oil)라고 구분한다. ‘비전통’의 굴레를 쓴 이들 에너지는 무엇이며 왜 주목의 대상이 됐을까.
값 3분의 1 불과, 싼 가스 널려 있어
지금 미국에서 셰일 가스는 거의 혁명적인 존재로 부상했다. 셰일 가스가 생산된 이후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1000입방미터당 10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러시아산 가스를 주로 쓰고 있는 대부분 유럽 국가 가스 비용의 3분의 1 수준이다. 한국이나 일본이 도입하는 가격에 비하면 거의 4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이다.
에너지 가격이 떨어지면서 가뜩이나 에너지 사용이 많은 미국 제조업에 엄청난 생산비 절감 효과를 안겨주었다. 전문가들이 값싼 에너지에 힘입어 미국 경제가 새로운 황금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할 정도다.
탐사나 채굴과 관련된 직접 고용만도 2010년 기준으로 60만명, 2035년에는 166만명에 달하고 경제적 부가가치는 2010년 769억달러에서 2035년에는 23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파생효과까지 계산하면 효과는 훨씬 크다.
컨설팅 회사인 IHS글로벌은 ‘미국의 새 에너지 미래’ 보고서에서 에너지 자급으로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 정부재정 수입 증가 등이 촉발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비전통 가스와 석유 생산 증가로 이미 17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으며 2020년에는 300만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바뀌는 미국의 산업 지도
셰일 가스와 함께 부상한 라이트 타이트 오일은 지금 미국 전역을 달구고 있다. 미국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노스다코타와 몬타나 일대는 서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황무지가 널려 있는 곳이다. 미시시피강 상류에 자리 잡은 윌리스턴시는 1950년대부터 전통 석유를 채굴하던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곳은 비전통 석유 덕분에 갑자기 뜨는 도시로 미국 전역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변방의 한적한 도시였던 곳이나 라이트 타이트 오일이 불러온 르네상스 덕분에 지금은 숙소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이 밀려들고 있다. 탐사업체들은 시추를 하는 것보다 직원들 방 구하는 게 더 어렵다고 할 정도다.
석유 탐사와 시추를 하는 거친 일을 해야 하니 도시엔 혼자 굴러온 남성들이 넘쳐난다. 얼마나 경기가 좋은지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의 스트리퍼들이 지금 이곳으로 모여들 정도라고 한다.
덕분에 노스다코타는 미국 전역에서 실업률이 가장 낮은 주로 부상했다. 어쨌든 세계은행은 노스다코타 탐사정의 가스 불이 급격히 늘어난 덕에 미국이 2011년에 가장 활발하게 경제가 회복된 나라가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텍사스 이글포드의 석유 생산은 2010년에 3배가 됐다. 2011년과 2012년에 생산량은 다시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 일산 40만 배럴을 넘었다. 이곳은 정유 센터와 인접한 데다 원유의 가스 성분이 높아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이곳 덕분에 미국의 경질유 수입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노스다코타 일대의 윌리스턴 분지나 텍사스의 페르미안 분지 같은 유전 지대가 미국 전역에 널려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오하이오나 뉴욕주, 뉴저지 펜실베이니아주 일대는 엄청난 매장량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콜로라도나 뉴멕시코 캘리포니아 중서부의 유전은 이미 부상한 지 오래다.
엄청난 부존량
셰일 가스나 라이트 타이트 오일이 얼마나 존재하는지는 누구도 정확히 모른다. 추정하는 기관에 따라 다르고, 추정하는 단체마다 또 저마다의 단위나 방법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현재 남아 있는 전통 가스나 전통 석유와 거의 유사한 정도의 양이 묻혀 있다는 것.
세계에너지기구는 다양한 데이터들을 이용해 조사한 결과 현재 기술적으로 이용 가능한 셰일가스의 양은 208조 입방미터라고 추정했다.
또 타이트 가스가 76조 입방미터, 탄층에 함유된 메탄이 47조 입방미터라고 했다. 러시아와 중동 국가들은 전통 가스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최대 자원부국이었다. 특히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가스 자원을 갖고 있는 나라다.
개발 가능한 비전통 가스의 대부분은 가스를 수입하는 나라나 앞으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나라에 묻혀 있다. 미국과 중국이 대표적이고 호주나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에도 상당한 양이 묻혀 있다. 아쉽게도 한국은 비전통 가스나 석유마저 비켜갔다.
미국의 라이트 타이트 오일 부존량은 2010년 기준으로 약 332억 배럴 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309억 배럴로 추정되는 전통 석유를 능가하는 양이다. 탐사가 진행되면 라이트 타이트 오일 부존량은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혁명 동참하는 세계
미국의 에너지 혁명은 세계로 확산될 조짐이다.
이미 중국이 셰일 가스 개발을 위해 주력하고 있고 유럽에선 폴란드가 앞서 나가고 있다. 중국은 험한 지형과 물 부족, 외국 업체의 참여 부진 때문에 아직 셰일 가스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풍부한 매장량을 바탕으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조만간 셰일 가스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로열 더치 쉘과 셰브론 등이 중국의 셰일 가스 개발에 참여했다. 중국의 셰일 가스는 세계 매장량의 5분의 1 정도로 추정된다. 대표적 부존층은 타림과 쓰촨 분지 일대로 알려졌다.
유럽에선 안전성 문제로 아직 관련 법규가 정해지지 않아 탐사가 지연되는데 폴란드가 그중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폴란드는 금년 내에 법규를 제정하고 빠르면 2015년 법을 발효시켜 채굴을 시작할 방침이다.
이미 다국적 기업과 폴란드 기업들이 관련 법규 제정을 기다리며 셰일 가스를 탐사하는 중이다. 폴란드 정부가 EU에 제출한 법규 초안에 따르면 셰일가스 채굴업체의 수입에서 40% 정도를 세금으로 거두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폴란드 정부는 셰일 가스가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낮춰 가스 가격을 끌어내리면서 자국 경제를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폴란드는 지난 1993년 체결한 계약 때문에 러시아산 가스를 유럽 평균보다 높은 수준에서 사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나 독일 불가리아 등에서는 환경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셰일 가스 탐사를 막거나 중지시킨 상태다.
그러나 안전성을 높인 새로운 탐사·시굴 방법이 개발된 데다 국제 에너지시장의 파워가 흔들리고 있는 만큼 셰일 가스나 라이트 타이트 오일 개발은 전 세계적인 추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뒤늦게 나선 한국
셰일 가스 혁명에 한국은 조금은 떨어져 있는 상태다.
이제까지 가장 구체적으로 추진된 사례는 E1이 셰일 가스에서 추출한 LPG를 들여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1은 지난 연말 미국 가스기업인 엔터프라이즈사와 셰일 가스에서 추출한 LPG를 2014년에 분기당 4만5000톤씩, 18만 톤을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E1 관계자는 도입가는 기존 LPG에 비해 10~15% 저렴한 수준이라면서 2015년 이후 추가도입 여부는 파나마운하 확장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4년으로 예정된 파나마운하 확장 공사가 끝나면 이제까지 50일 정도 걸리던 미국산 LPG 수송 기간이 1달 정도로 단축될 수 있다.
STX에너지는 캐나다 맥사미시 광구에서 셰일가스 부존층을 발견했다며 수평굴착이나 수압파쇄 기술을 가진 현지 업체와 협력해 단계적으로 셰일 가스를 개발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정부는 2020년부터 가스공사와 민간직수입 물량을 포함해 연간 800만 톤 이상의 셰일 가스를 도입해 동남아산 LNG와 경합하게 할 구상을 갖고 있다.
에너지·석유화학·소재에 영향
셰일 가스나 라이트 타이트 오일은 1차적으로 에너지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만 2차적으로 석유화학 전반과 에너지 다소비 소재산업이나 물류산업 등 다방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와 관련해 셰일 가스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세계 천연가스 가격이 장기적으로 안정되는 저가 가스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했다. 에너지 소비 확대는 세계 경제를 새로운 국면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 석유화학의 경우 석유에서 분리해낸 나프타 중심에서 가스 원료 중심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북미 지역 석유화학산업은 저렴한 원료를 바탕으로 수익성을 개선해 지금 부흥기를 맞고 있다.
셰일 가스는 가스 프로세싱 과정에서 부탄이나 에탄 프로판 등으로 분리되는데 에타놀의 기초 재료인 에탄을 제외한 물질들은 에너지원으로 활동된다. LPG는 전체 셰일 가스의 20% 정도로 추정된다. 천연가스 가격의 안정은 가스발전 비중을 크게 늘리는 방향으로 발전 산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삼성경제연구소의 전망이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이 적다는 점에서 가스발전 비중이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외에도 에너지 비용이 낮아지면서 알루미늄이나 철강, 유리 등 에너지(전기) 집약 산업과 석유화학 산업이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셰일가스가 지진 일으킨다고?셰일, 셰일 가스 & 라이트 타이트 오일
전문가들이 전통과 비전통으로 구분했으나 사실 전통 석유나 비전통 석유의 성분은 같다. 마찬가지로 전통 가스와 비전통 가스의 성분도 같다.
같은 성분의 석유나 가스를 전통과 비전통으로 나누는 것은 이들 자원이 어느 곳에 있느냐에 의해서다. 먼저 석유와 가스가 형성되는 과정부터 보자.
수백, 수천만, 아니 수억 년 전에도 비는 왔다. 빗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 호수에 고이거나 바다로 들어갔다. 이때 미세한 먼지 같은 것은 호수와 바다로 들어가 오랜 세월에 걸쳐 천천히 가라앉았다. 당연히 호수나 바다 바닥엔 틈이 거의 없을 정도로 미세한 점토질이 진흙으로 쌓였고 수백만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바위로 굳어졌다. 이렇게 진흙이 굳어서 된 바위를 혈암 또는 이판암이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셰일(Shale)이라고 한다.
그런데 진흙과 함께 어마어마한 양의 유기물질도 함께 퇴적됐다. 당연히 셰일층엔 케로겐이라고 부르는 유기질 물질이 포함됐다.
그런데 지구 내부의 운동으로 바위가 충분한 열로 덥혀지면 케로겐의 일부는 석유나 가스, 또는 석유와 가스의 혼합물 상태로 바뀌게 된다. 어떤 상태가 되느냐는 전적으로 그 지역 바위의 온도에 의해 결정된다.
바위와 함께 있던 덩이들이 액체나 기체로 바뀌면 부피가 늘어나 바위 내부의 압력을 높이게 되고 그 결과로 기름과 가스의 일부는 셰일층에서 솟아 나와 점점 위층으로 올라온다. 그러다가 위쪽에서 통과가 어려운 또 다른 바위를 만나면 석유와 가스는 갇히게 된다. 이것이 전통의 석유와 가스 자원이다.
당연히 셰일은 전통적인 석유나 가스 자원이 발견되는 원천 암질이다. 그런데 이렇게 위로 올라온 석유나 가스는 일부에 지나지 않고 대부분의 오일이나 가스는 여전히 밑에 있는 셰일층 내부의 아주 좁은 공간에 갇혀 있다. 이 중 가스로 있는 게 셰일 가스이고 석유로 있는 게 라이트 타이트 오일 자원이다.
한마디로 셰일 가스나 라이트 타이트 오일은 뿌리가 같은 에너지이다. 같은 셰일층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라이트 타이트 오일을 셰일 오일이라고 부르기도 했으나 오일 셰일과 혼동을 일으킬 수 있어 지금은 ‘라이트 타이트 오일’이 통용된다. 타이트 오일이라고도 한다.
혼동의 대상인 오일 셰일은 케로겐이 풍부한 셰일(혈암). 케로겐을 채굴해 가열해 석유를 얻는다.
기존 가스나 석유보다 심층에 위치 채굴 방법도 달라
일반적인 석유나 가스는 땅이나 바다 밑을 수직으로 뚫고 들어가 뽑아낸다. 심층부 웅덩이 같은 곳에 모여 있는 데다 아주 깊은 편이 아니라서 작업도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반면에 셰일 가스나 라이트 타이트 오일은 아주 깊은 곳에 있는 셰일 층에 있을 뿐 아니라 한 곳에 모여 있는 게 아니고 넓은 곳에 조금씩 퍼져 있다. 전통 가스층과 달리 셰일가스 부존층은 투과성이 매우 낮은 게 특징이다.
아주 미세하게 부서진 천연 유기물이 진흙과 함께 퇴적돼 형성된 것이라 가스가 쉽게 바위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한다. 마치 유리에 기포가 형성된 것처럼 셰일 곳곳에 형성된 아주 작은 구멍들 내에 가스나 석유 상태로 존재한다. 기포처럼 작은 이 구멍들의 체적은 대체로 총 체적의 10% 미만이다. 가스나 액체가 서로 단절된 공간에 들어 있기 때문에 회수 가능성도 낮다. 이 때문에 비전통 가스나 석유는 그동안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처럼 지하 아주 깊은 곳에, 그것도 바위 속에 조금씩 숨어 있어 좌우로 이동도 쉽지 않은 셰일 가스나 라이트 타이트 오일은 전통적인 수직 시추로는 캐낼 수가 없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이 수평굴착법(Horizontal Drilling)과 수압파쇄법(Hydraulic Fracturing)이라는 고난도 굴착기술이다.
유럽에선 지하수를 오염시킬 우려가 있다거나 지진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아직 셰일 가스 개발을 막고 있다. 왜 그럴까.
채굴 때 지하서 폭발할 수도
실제로 셰일 가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작은 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다. 영국 블랙풀 근처에 있는 콰드릴라 셰일 가스 현장에서 그런 일이 있었고 미국 오하이오주의 영스타운 근처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들 지진은 잠정적으로 수압파쇄와 유사한 공법으로 고압으로 물을 투입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제까지 셰일 가스 생산과 관련해 나타난 지진은 아주 소규모다. 리히터 지진계로 진도 2도 전후라고 한다. 사람들이 지진이라고 인지할 수 있을 정도였지만 지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는 게 세계에너지기구의 분석이다.
그런데 심층부 바위에 금이 가게 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소규모 지진 효과를 석유 엔지니어들은 시굴이 진전되는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특별한 관찰공에서 아주 민감한 장비로 모니터링을 하는 방법으로 확인한다는 것.
그런데 대규모 지진 효과는 유정이나 파쇄공이 우연히 겹쳐 기존에 있던 틈을 다시 급격히 확대시키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콰들릴라 사건이 이런 경우다.
인위적 지질변경은 수압파쇄만이 아니라 지하에 충격을 주는 어떤 행위라도 사실 작은 지진의 위험은 안고 있다. 대규모 건축물 건설이나 댐 건설도 그런 우려를 낳고 있다. 지열 발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열을 이용하기 위해 차가운 물을 지하 구멍에 집어넣을 경우 내부에 열에 의한 충격을 초래해 사람들이 인지할 정도의 지진을 일으킬 수도 있다. 광산의 심층 채굴 역시 그런 효과를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