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Perspective]새출발 글로벌 리더, 새로운 세계 질서…만만찮은 2013년 시험대 오른 리더십
입력 : 2012.12.28 14:15:54
수정 : 2013.01.25 11:36:07
2012년 한 해는 세계 50여개 지도자가 교체되는 글로벌 리더십 빅뱅의 해였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국 중 영국을 제외한 4개국(미국·중국·러시아·프랑스)에서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고, 인도 핀란드 대만 홍콩 멕시코 베네수엘라 등 주요국이 줄줄이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같은 해에 권력을 교체한 것은 20년 만의 일이다. 유럽에서는 경제위기로 기존 정권의 실책을 심판하는 정권교체가 줄을 이었다.
이뿐 아니다. 2010년 튀니지에서 촉발된 중동지역 민주화 바람, 이른바 ‘아랍의 봄’은 이집트, 리비아, 예멘 등 북아프리카, 중동의 권력교체 도미노로 이어졌다.
이 같은 전 세계 각국의 리더십 교체는 2013년 국제 정세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세계 슈퍼 파워들은 하나같이 ‘강한 국가’를 내세우며 강경외교 전략을 구사할 기미를 내비치고 있다. 국민적인 관심을 밖으로 돌려 국내 경제위기와 그로 인한 혼란을 극복하려는 계산이다. 단적인 예로 일본은 권력 교체기를 앞두고 국민 지지 확보를 위해 지역 긴장을 고조시켜 주변 정세에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게다가 유럽발 재정위기로 촉발된 경제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심화하면서 ‘경제회복이냐, 침체냐’의 기로에서 지도자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G2 ‘OX체제’… 요동치는 동북아
실업률은 9%까지 치솟고 AAA로 최고등급이던 국가 신용등급마저 한 단계 강등된 미국은 지난11월 오바마 대통령에게 다시 4년의 시간을 줬다. 재집권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은 안으로는 미국 경제 위기극복의 미션을 수행해야 하고, 밖으로는 약해진 외교적 영향력을 강화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미국에 이어 중국도 지난 11월 제18기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 국가부주석을 차기 중국 지도자로 당 총서기에 임명했다.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에서 시진핑-리커창 체제로 중국의 지도자가 10년 만에 교체됨에 따라 4세대에서 5세대로 중국 권력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오바마 재선과 시진핑 당 총서기 임명으로 미국과 중국이 중심이 된 G2체제는 이른바 ‘OX(Obama-Xijinping) 시대’를 맞아 세계 초강대국의 패권을 잡기 위한 팽창외교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시진핑 시대를 맞은 중국은 그동안의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 전략을 버리고 대국굴기(大國崛起·큰 나라로 우뚝 선다)의 면모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중국이 군사력을 강화하면서 남중국해에서 이웃나라와 영토 갈등을 심화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가만히 앉아 있을 리 만무하다. 2012년 초 발표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중심의 신국방정책이 바로 팽창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신흥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마련한 전략이다. 장기 경기침체에 빠진 일본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아베 역시 강한 일본의 부흥을 내걸고 있다. 특히 외교·군사 분야에서 그는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해 사죄한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를 모두 수정하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겠다고 밝혀 동아시아 주변국들을 자극했다. 아베 집권으로 일본 우경화와 그로 인한 동북아 정세가 요동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시진핑 중국 지도체제와 한국의 새 정부와의 관계 역시 원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3선에 성공하며 러시아의 현대판 ‘차르’로 불리는 푸틴 대통령도 대외적으로 과거 소련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고 구소련 해체 후 쪼개진 15개국을 경제 연합체로 묶는 ‘유라시아연합(EAU)’ 창설을 추진하며 옛 소련 재결합에 나서고 있다. 또 블라디보스토크를 러시아의 동북아 수도로 삼고 중국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동북아 지역에서 입지를 다지는데 주력할 전망이다.
이처럼 미-중-러 슈퍼파워의 팽창외교가 충돌하게 되는 지역이 바로 동북아시아다. 최근 심화되고 있는 영유권 분쟁이 그 단적인 예인데, 이 지역의 패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내년 동북아 정세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긴장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리더십 체인지 일정
문제는 경제… 분리 독립·보호주의 극성
국가 지도자로서 리더십이 발휘돼야 할 부분은 뭐니 뭐니 해도 국민들의 민생고 해결이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시위의 대부분 겉모습은 다를지언정, 결국 파고들어 보면 모두 먹고 사는 문제로 귀결된다.
정치리더십에 실망한 유럽 각국 국민들은 경제 위기에 대해 집권당에 준엄한 책임을 묻고 리더십 교체 러시를 이뤘다. 유로존 2위 경제대국인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31년 만에 처음으로 연임에 실패한 프랑스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안고 올랑드 후보에게 대권을 넘겼다.
국가부도 위기의 그리스와 재정적자 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도 각각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전 총리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전 총리를 낙마시켰다. 경제 위기 속에서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태까지 겹쳤지만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던 일본도 결국 예정에 없던 정권교체의 수순을 밟고 있다.
이처럼 경제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각국의 지도자들에게 발등에 떨어진 불은 모두 자국 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이로 인해 국가 간의 무역 마찰과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 총리 아베 신조는 “일본은행의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 내겠다”고 공언했다. 중앙은행이 직접 국채를 매입하게 해서 시장에 돈을 풀겠다는 것이다. 즉, 일본의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자국 기업들의 수출을 지원하고 나서는 등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곧 한국 기업들의 수출전선에 악재로 작용하게 된다.
최근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은 무역을 비롯한 경제적 우위로 상대국을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해 일본에 타격을 입혔다. 권력 교체를 마무리한 미국과 중국, 이른바 주요 2개국(G2)이 동시에 무역수장도 교체할 예정이어서 양국 무역관계에 어떤 변화가 초래될지 주목된다.
경제문제로 인한 마찰은 국가 간의 무역 분쟁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 나라 안에서도 소득격차에 따라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가 하면, 특정민족이나 세력을 배척하는 경향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남유럽과 동유럽에서는 이민·망명자를 상대로 한 극우세력의 폭력과 살인이 갈수록 늘고 있다. 여기에 포퓰리즘을 앞세운 유럽 극우정당들은 경제 살리기 정책 대신 분열과 증오를 낳는 반(反)이민 정책으로 대중들을 자극하고 있다. 고실업, 빈부격차 확대, 복지 축소 등의 정부 실책을 모두 이민자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와 독일 벨기에에서도 경제난 때문에 부유한 지역과 가난한 지역 간의 갈등이 커지면서 분리 독립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영국의 스코틀랜드는 2014년 독립을 묻는 주민투표를 하며, 스페인 카탈루냐는 중앙정부로부터 분리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추진하고 있다.
비단 유럽만이 아니다. 미국 텍사스주는 “미국 연방정부가 지출을 방관해 재정 곤란을 겪고 있다”며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냈다.
계속되는 ‘그레이 스완’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글로벌 정권교체 도미노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유럽위기가 해소되지 않았고 중동지역의 혼돈도 심화하고 있다.
경제위기국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재정부채 감축을 위한 긴축정책 시행과정에서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언제든 또다시 정권교체 심판을 받을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 이 때문에 유럽은 내년에도 그레이 스완(Grey Swan·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나 마땅한 해결책이 없고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주는 사건)이 예상된다.
재정 긴축 대신 부자 증세와 성장을 외쳤던 올랑드 정권도 앞길이 순탄치 않다. 부자증세를 피해 주변국으로 이사하는 사회지도층들이 줄을 이으면서 부자증세는 프랑스 내에 부자와 빈자 간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중국 역시 빠른 경제 성장에서 비롯된 불균형 발전, 양극화, 민족 갈등 등으로 곳곳에서 시위가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5세대 지도부는 경제성장과 함께 소득격차 완화, 균형발전 등을 통한 사회 안정 문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아랍의 봄’이 들불처럼 번졌던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 역시 내년에도 그레이 스완이 예상된다. 2012년 초 예멘의 대선을 시작으로 이집트, 리비아 등에서 새로운 지도자가 선출됐지만, 경제난과 종교·이념 대립으로 여전히 유혈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독재정권이 사라진 자리는 이슬람 세력이 채워지면서 화합보다는 다시 갈등과 혼돈을 낳고 있다.
반미-반이스라엘의 구호도 거세다. 과거 중동지역의 친미 독재 정권 등이 민주화 과정에서 무너지면서 지난 독재 정권 시절 탄압받았던 이슬람 세력들이 집권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동 각국 정부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은 더욱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