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체임버스 스탠더드앤푸어스(S&P) 국가신용평가위원회 의장은 유럽 재정위기 중에 ‘위기에 강한 한국’의 면모가 더욱 부각됐다고 호평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S&P에서 신용등급을 총괄하는 체임버스 의장이 내놓은 평가라 한국 펀더멘털(기초체력) 낙관론에 한층 무게가 실린다.
체임버스 의장은 지난달 11일 열린 제13회 세계지식포럼 특별강연에서 “한국 경제 회복력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통한 경제개혁 이후 더 강해졌다”며 “유로존도 외환위기를 극복한 한국처럼 강해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현재 세계 경제 충격을 방어할 능력이 있다”면서 “다만 내부적으로는 급증하는 가계부채가 경제 부담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체임버스 의장은 “한국은 넉넉한 외환보유액과 낮은 정부부채 등을 기반으로 대외 충격을 상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며 “세계 경제가 지금보다 더 악화하지 않는 이상 한국은 침체 리스크에 대처할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약점도 안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변수는 가계부채와 추가적인 세계 경제 쇼크다.
체임버스 의장은 “가계부채가 높은 수준까지 증가할 수 있다”며 “자산 규모가 있는 부유층 부채도 있지만 2008~2009년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실업 증가 등으로 채무상환이 어려워진 가계부채도 포함됐다”고 진단했다.
또 그는 “세계 경제가 S&P 위기 시나리오보다 더 악화하면 한국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면서 “이 경우 한국 신용상태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P는 최근 7년 만에 한국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끌어올렸다. 이는 S&P가 부여하는 등급 중 5번째 높은 등급이다.
체임버스 의장은 “당시 평가 과정에서 대북 리스크 감소와 제한적인 유럽위기 영향력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이 개방경제이고 세계무역 변동 영향을 크게 받지만 유럽과 교역량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며 “만약 유럽 재정위기가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봤다면 신용등급을 올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체임버스 의장은 이날 S&P가 신용등급을 2단계나 깎은 스페인에 강도 높은 비판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재정위기로 인해 독립을 시도하려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 영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 “오늘 스페인 신용등급을 강등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지방정부의 동요”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런 움직임이 예민한 시기에 나오고 있어 스페인에 대한 신뢰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체임버스 의장은 “실제 카탈루냐가 독립에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며 “독립 움직임은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를 상대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이용하는 협상 카드”라고 혹평했다.
성장 정체에 직면한 유럽이 역내 노동력 이동을 활성화하는 데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제언도 잊지 않았다.
체임버스 의장은 “유럽은 금융시장이 굉장히 빠르게 통합된 데 비해 노동시장이 파편화돼 있었다”며 “문화 등의 차이로 인해 유로존 내 국경 간 노동력 이동이 적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앞으로 유럽이 임금 유연성을 높이고 역내 근로자 이동성을 향상시켜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방식으로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생산과 소비가 일치할 수 있게 되고 근본적으로 역내 재정수지 불균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