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 해외로 떠난 휴가자 수가 250만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태국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를 찾는다. 물가가 저렴하고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 동남아는 한국인들의 단골 휴가지로 자리잡았다.
필자도 매년 두세 차례씩 휴가나 출장으로 동남아를 방문하는데 최근 4~5년간 동남아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다. 중국의 고도성장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지만 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불안에도 흔들림 없이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방콕 호치민 등 대도시에선 30층이 넘는 고층아파트가 빽빽하게 올라오고 일주일이 멀다하고 첨단 쇼핑몰이 문을 연다. 세계적인 호텔과 레스토랑 체인도 앞 다퉈 진출하고 경쟁적으로 지하철 건설(또는 확장)이 추진되고 있다.
올여름 동남아로 가는 휴가객이라면 하루 이틀 시간을 내서 현지 부동산 시장을 노크해봄직 하다. 세계적인 금리인하 흐름에 맞춰 동남아 각국도 공격적으로 금리를 낮추고 있어 부동산 붐에 대한 기대가 높고 아직 한국이나 일본에 비해 아파트 보급률이 낮아 가격상승 여력이 크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주택구입을 허용하는 태국 베트남 필리핀 3개국의 부동산 시장을 분석해봤다.
방콕 상전벽해, 10년 만에 아파트 숲으로
태국에서 외국인이 아파트를 구입하는 일은 의외로 간단하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농지를 비롯한 토지에 대해선 규제가 까다롭지만 주상복합아파트(현지에서는 콘도미니엄이라 부른다)의 경우엔 외국인도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다. 유일한 규제는 해당 단지의 외국인 가구가 49%를 초과할 수 없다는 것뿐이다.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는 2000년대 들어 수백 곳에 달하는 주상복합아파트 단지가 새로 지어졌다. 탁신 전 총리 시절 지하철(MRT)이 개통된 데다 후임 아피싯 총리도 의욕적으로 경전철(BTS) 노선을 확장해 역세권 주변으로 개발사업 붐이 일었던 것.
태국부자들뿐 아니라 일본인들도 방콕 아파트 투자대열에 대거 뛰어들었다. 방콕 내 최대 외국인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일본인들은 엔화강세 등을 배경으로 단숨에 방콕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다.
가격도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올랐다. 2000년대 초반에는 수쿰윗대로 역세권에 새로 지은 방 2개짜리 아파트가 보통 700만~800만바트(약 2억5000만~2억8000만원)였다면 현재는 900만~1000만바트가 주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대홍수를 기점으로 태국 아파트 시장은 슬럼프를 겪고 있다. 방콕 시내까지 물이 차는 것을 경험한 뒤 건설사들은 신규 개발 사업을 대폭 유보했고 투자자들도 태국 정부의 방재대책을 지켜본 뒤 투자를 재개하겠다는 태세다. 정부는 현재 수조원을 들여 물길을 돌리는 운하를 증설하고 곳곳에 물막이벽을 설치하고 있다. 건설사나 소비자들은 이번 가을 우기 때 방콕의 홍수방재대책 효과를 지켜본 뒤 본격적으로 투자를 재개할 전망이다.
수영장 스파는 물론 임대대행 서비스까지
방콕 아파트에 투자할 때 가장 먼저 선택할 것은 완공된 아파트를 구입할지 분양 중인 아파트를 구입할지 여부다. 일장일단이 있다. 완공된 아파트의 경우 건물상태와 조망권, 편의시설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완공 전 아파트를 분양받는 경우엔 실제 완공상태가 조감도와 다를 수 있지만 불확실성에 비례해 가격 상승폭은 더 크다.
구매하기 전에는 여러 가지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먼저 투자규모를 미리 확정해야 한다. 방콕에서 가장 번화가인 수쿰윗 한가운데 역세권이라면 방 2개짜리, 지은 지 5년 이내 단지를 기준으로 1000만바트(약 3억6000만원) 안팎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에까마이나 온눗처럼 방콕 외곽 역세권은 도심에 비해 30~40% 정도 저렴하다. 외국인도 은행대출을 활용할 수 있다. 세를 놓을 경우 임대 수익률은 보통 5~7% 수준.
그 다음으로는 입지를 살펴야 한다. 방콕 아파트 매물이 게시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물건을 확인한 뒤 직접 지하철이나 경전철을 타고 가서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주변에 MRT역이나 BTS역, 쇼핑몰 등이 가까울수록 투자가치도 높다.
편의시설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방콕 아파트는 호텔식 로비와 수영장, 식당, 피트니스센터 등을 기본으로 갖춘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는 단지 내에 스파시설도 있다. 특히 주차장이 중요하다. 홍수피해를 입지 않도록 지상 2~5층대에 주차장을 설치한 단지가 많다.
요즘 방콕 아파트 시장의 트렌드도 미리 알아둘 만하다. 우선 중소형이 대세다. 2~3년 전만 하더라도 방 3개 이상 럭셔리 아파트 위주였다면 요즘은 방 1~2개짜리에 가격대도 약간 낮아진 상품이 많다. 시내 한복판에 개발이 끝나 개발사업 중심지가 외곽으로 옮겨간 영향으로 풀이된다.
또 한 가지 특징은 가구와 가전제품이 모두 완비된 ‘풀 퍼니쉬드’ 형태가 주류라는 것이다. 외국인들로선 반가운 현상이다. 손쉽게 임대를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편의시설도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전문 관리업체가 단순히 유지보수만 하는 게 아니라 수영장 세탁실 주차장 스파 등을 운영하고 심지어 임대업무까지 대신해주는 경우도 있다. 수쿰윗 같은 도심에서는 단지 내에 병원이 입주해 있는 아파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