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모바일 쇼핑 부문 최다 다운로드 앱 ‘테무(TEMU)’. 지난 2022년 설립된 테무는 중국 3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핀둬둬의 해외판이다.
핀둬둬는 중국을 이미 지배 중이다. 핀둬둬는 중국에 8억 7000만 명의 이용자가 있으며 판매처가 1300만이 넘는다. 핀둬둬에 따르면 중국에서 배송되는 택배의 3분의 1이 핀둬둬 제품이다. 중국의 성공을 넘어 테무 역시 설립 2년이 채 안 돼 세계 49개국으로 판매 지역을 확장했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보다 더 빠르고, 더 간소하고, 더 저렴한 플랫폼으로 쇼핑 방식을 바꾸겠다는 신념이 먹히면서 미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테무 모기업인 핀둬둬홀딩스는 미국 나스닥 상장사로 시가총액 기준 알리바바그룹과 뉴욕 증시 내 중국 기업 시총 1위를 번갈아 차지하고 있다.
테무의 성공 배경은 막대한 마케팅 투자와 초저가 상품으로 요약된다.
테무가 광고 마케팅에 쏟아붓는 돈은 상상을 초월한다. 테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비싸기로 유명한 전미 프로풋볼(NFL) 결승전 슈퍼볼에 광고를 게재했다. 1초당 650만달러(약 85억원)에 달하는 가장 비싼 광고판을 차지하고 ‘억만장자처럼 쇼핑하라’라는 고유 홍보문구를 선전했다. 이에 따라 테무가 올해 미국 슈퍼볼 경기에 쓴 광고비 지출은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을 뛰어넘었다. 테무의 디지털 광고는 미국 소셜미디어(SNS) 업체의 실적을 좌우할 정도로 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핀둬둬홀딩스는 지난해 메타에 광고비로 20억달러(약 2조600억원)를 지불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매출 기준 메타의 최대 광고주가 되었다. 테무는 또한 지난해 구글의 5대 광고주 중 하나가 되었다.
미국 디지털 광고계의 양대 산맥인 메타와 구글의 임원들도 놀랄 정도로 테무가 광고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는 것은 신생 회사로서 미국 소비자들을 빠르게 끌어당기고, 전자상거래 기업들 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테무의 초저가 상품들도 빼놓을 수 없다. 테무는 10달러(약 1300원)짜리 청바지나 헤드폰 등 값싼 물건들로 가득하다. ‘억만장자처럼 쇼핑하라’는 테무의 콘셉트와 맞아떨어진다. 100달러로 물건 30개는 거뜬히 살 수 있다. 게다가 배송은 ‘무료’다.
테무 앱을 사용하면 초저가 상품과 할인쿠폰 공세로 거의 쇼핑 중독을 일으키는 정도다. 기자가 앱을 다운로드해서 설치하니 200달러 경품에 당첨됐다는 말이 나온다. 회원가입을 하니 10분 내 상품 3개를 사면 쿠폰이 200달러에서 300달러로 올라간다고 유혹했다. 제시된 상품들은 양말, 휴대폰 충전기, 시계, 선글라스, 농구공 등 대부분 10달러 미만의 싼 물건들이었다.
이어 ‘최대 90% 할인’ 기회를 잡으라는 광고가 튀어 오른다. 이 광고를 누르니 다시 경품 추첨에 당첨됐다. 이번엔 공짜 상품을 30분 내에 구매하라는 내용이었다. 초저가 상품과 할인쿠폰으로 끊임없는 공세가 펼쳐지면서 넋을 잃고 테무 앱을 사용하게 된다.
테무는 초저가 상품을 내세울 수 있는 이유로 유통과정을 대폭 줄여 판매자와 소비자를 거의 바로 연결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테무의 무서운 확장세에도 불구하고 우려스러운 시선도 있다. 테무 운영 및 경영 방식이 다른 기업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비공개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테무는 창고 수나 크기, 서버 규모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알리바바와 같은 다른 중국 전자상거래와 비교할 때 차이도 많이 드러난다.
우선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는 핀둬둬홀딩스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거의 2배 늘어난 94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수치를 보고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는 알리바바가 “변해야 하고 개혁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핀둬둬홀딩스는 테무의 확장에 많은 비용을 지출했음에도 불구하고 25억달러의 현금 흐름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 같은 업적을 고작 1만 2992명의 직원으로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는 아마존의 직원 150만 명의 1% 수준이고 알리바바와 비교해도 월등히 적다.
테무의 물류 등 외형도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와 비교하면 난쟁이 수준이다. 아마존의 경우 물류 통제를 경쟁력으로 간주했다. 빠른 배송을 할 수 있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알리바바만 해도 1100개 창고 유지를 포함해 자산 및 장비에 50억달러를 지출한다. 반면 핀둬둬홀딩스는 고작 1억4600만달러 규모의 유형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 사무실 장비와 전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다. 결국 테무의 물류는 공개되지 않은 외주라는 말이다. 비밀스러움은 회사 내부 운영에도 적용된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테무 직원들은 가명을 사용하며 다른 팀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게 없다. 조직 구조는 소수의 의사결정 집단이 절대 다수를 지배한다.
사실 이 같은 비밀주의는 지난 2015년 핀둬둬를 창업한 구글 엔지니어 출신인 콜린 황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 기업의 주요 지표인 총거래액(GMV)을 2021년까지만 공개하고 이후엔 공개하지 않아 회사가 얼마나 커졌는지 알 수 없다. 한편 테무에 투자한 뉴욕 소재 금융사 하이든캐피털 관계자는 “기업이 투자자에게 정보를 모두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기업이 투자자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과거 행동들을 통해 분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중 갈등이 지속되면서 미국에서는 테무와 같은 중국 기업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테무의 개인정보 유출이다. 테무는 회원 가입 시 개인정보 처리 방침에 대한 동의를 받고 있지만 필요한 경우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중국 정부가 테무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국가정보법 등에 따라 공안과 국가보안기관이 민간 기업에서 언제든지 개인정보를 제공받도록 법제화되어 있다.
일부에서는 테무의 자금이 돈세탁에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재무정보가 투명하지 않은 가운데 상인과 고객으로 위장 등록한 사람들이 가짜 거래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3호 (2024년 4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