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차이나(중국 정점론)’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내수 및 소비 부진과 부동산 침체 등에 따른 성장 둔화는 각종 지표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30년 만에 최저 수준에 그쳤고 소비자물가는 연일 하락하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웠다. 수치로 나타난 위기는 실생활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팍팍해진 삶에 지갑을 닫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데다 극심한 취업난에 도서관을 찾는 청년들도 많아지고 있다.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121조207억위안(약 2경2270조원)으로 1년 전보다 5.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애초 중국 당국이 목표치로 삼은 ‘5% 안팎’에는 부합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3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팬데믹 기간 이전에는 2013년부터 매년 6~7%대 성장률을 기록해왔다. 앞서 민간 연구소인 로디움그룹은 지난 1월 7일 발표한 중국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약 5%라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할 게 거의 확실하다”며 “실제 성장률은 1.5%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해 0.3% 하락했다. 지난해 10월(-0.2%)과 11월(-0.5%)에 이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간 것이다. 중국 CPI는 지난해 7월 0.3% 떨어지며 2년 5개월 만에 하락한 뒤 8월 0.1% 상승하며 반등했지만 10월부터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 대한 경고등이 커진 것이다.
중국 경제를 떠받치던 수출 감소세도 심상치 않다. 최근 중국 세관당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수출은 1년 전보다 4.6%줄어든 3조3800억달러(약 4442조원)를 기록했다. 중국 연간 수출액이 감소한 것은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특히 미국, 유럽연합(EU) 등으로의 수출이 각각 두 자릿수 줄었다. 다만 지난해 12월 수출액은 3036억2000만달러(약 399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2.3% 늘었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연속 ‘기준치 50’ 아래로 떨어지면서 경기 수축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전체 GDP의 25%가량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도 장기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12월 중국 내 70개 주요 도시의 기축 주택 가격은 1년 전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별로 보면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등 4개 도시를 일컫는 1선 도시에서 0.4% 하락했다. 각 성의 성도(省都)와 직할시인 청두·항저우·난징·선양·충칭 등 2선 도시와 2선 도시보다 규모가 작은 3선 도시의 하락률은 각각 0.8%를 기록했다. 특히 기축 주택 가격이 70개 주요 도시에서 모두 하락한 것은 10년만에 처음이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중국 주택 가격이 아직 바닥에 도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축 주택도 70개 도시의 89%인 62개 도시에서 가격이 하락했다. 전국 70개 주요 도시의 기축·신축 주택 가격이 모두 하락한 것은 2014년이 마지막이다. 신축 주택 가격도 1년 전에 비해 1선 도시와 2선 도시는 각각 0.4%, 3선 도시는 0.5% 하락했다.
그러다 보니 중국 부동산 시장 내 거래는 줄고 매물만 쌓이고 있다. 실제 12월 부동산 판매(면적 기준)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3% 줄었다. 돈이 급한 집주인이 가격을 낮춰 매물을 내놓고 있고, 그 여파로 집값 하락 압력도 커지는 형국이다. 시장조사기관 중국지수연구원(CIRI)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0개 도시의 연간 기축 주택 가격 하락률은 3.5%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집값도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리위지아 광둥성 도시계획연구원 주택정책연구센터 수석 연구원은 “중국의 거시경제와 부동산 시장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 긍정적 요인도 사라져 올해 1분기 주택 가격은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물경제도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에서 최근 ‘짠물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실제 최근 방문한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 위치한 ‘3위안(약 550원) 조식뷔페’는 아침부터 식사를 하러 온 동네 주민과 출근 전 끼니를 해결하려는 직장인들로 꽉 찼다. 주문을 하고선 자리를 잡으려고 매장을 한 바퀴 돌았지만 빈자리는 없었다. 1~2분가량 서성인 끝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그마저도 ‘혼밥’하러 온 다른 손님과 합석해야 했다. 식당에서 만난 손님 리 모 씨는 “가격이 싸고 음식 맛도 좋아 종종 이곳에서 아침식사를 한다”고 전했다.
‘2위안(약 350원) 빵집’도 인기다. 중국에서도 대중적인 빵집으로 자리잡은 ‘파리바게뜨’의 빵 가격이 보통 10위안(약 1800원)을 웃도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저렴하다. ‘10위안 미용실’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030세대에서는 최근 ‘사재기 여행’이 유행하고 있다. 당장 여행을 떠날 계획이 없음에도 특가로 나온 여행상품을 미리 구매하는 것이다.
높은 청년실업률도 부담 요소다. 지난해 6월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고치인 23.1%를 기록했다. 고령화에 인구 감소도 중국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 중국 총 인구는 14억67만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8만명 감소했다. 2022년 이후 2년 연속 인구가 줄어들며 세계 인구 1위 국가 지위를 인도에 내줬다.지난해 연간 출생 인구도 902만명으로 2년 연속 1000만명을 밑돌았다. 출생아 감소는 전체 인구 감소로 이어지며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