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3일(현지시간) 열린 2023년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는 충격 그 자체였다.
그동안 꾸준히 보수적인 금리 접근 방식을 취하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슈퍼비둘기’로 변해 순식간에 완화적인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그덕에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채권 가격이 급등하는 등 자산시장은 ‘연준발 호재’로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날 연준은 FOMC 성명서를 통해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음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점도표는 2024년에 3번의 금리 인하를 예고했다.
이날 FOMC에서는 만장일치로 금리를 5.25~5.5%로 동결했다. 지난 9월과 11월에 이은 3번 연속 동결이었지만 분위기와 그 효과는 금리를 인하한 것보다 오히려 훨씬 완화적이었다.
성명서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관측됐다. 지난 11월과 비교해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11월에는 “경제 활동이 3분기에 강력한 속도로 확장됐다”고 썼다. 하지만 12월 성명서에서는 이 부분이 “경제 활동의 성장세가 3분기의 강력한 속도에서 둔화됐다”고 표현을 확 바꿨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판단도 변했다. 지난 11월에는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썼다. 이 표현은 “인플레이션이 지난 1년 이상 동안 완화됐으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바꿨다. 인플레이션 ’완화(eased)’란 표현을 삽입하며 인플레이션이 하락했다는 표현을 첨가한 것이다.
이날 FOMC의 백미는 점도표였다. FOMC가 열리기 직전 페드워치는 2024년 5차례에 걸친 금리 완화를 시장에 반영하고 있었다. 반면 월스트리트의 주류 의견은 2차례 정도의 인하였다. 과연 성명서에 찍힌 점도표가 페드워치 예상에 가까울지, 월스트리트 주류 의견에 가까울지가 관전 포인트였다.
결과는 3번의 인하였다.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이 예상하는 2024년 말 금리 중앙값은 4.625%였다. 이는 4.5~4.75%로 3번의 금리 인하를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에 2025년에는 1%포인트 추가 인하돼 금리가 3.5~3.75%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2년에 걸쳐 금리 인하가 7차례 이뤄질 것이란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반면 금리가 1번이라도 인상될 가능성에 베팅한 연준 위원들은 1명도 없었다. 완전히 공식적으로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음을 연준이 선언한 것이다.
이날 나온 경제전망요약(SEP)에서는 연준은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연준은 실질 GDP 성장률이 2025년에 1.8%, 2026년에 1.9%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장기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8%로 지난 9월 수준에서 변함이 없었다. 실업률의 경우 2024년에는 경제 성장세 둔화에 따라 실업률이 4.1%로 올라갈 것으로 연준은 봤다. 장기 실업률 전망치는 지난 9월 4%에서 4.1%로 소폭 올렸다.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은 2024년 말에는 2.4%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9월 전망치 2.6%에 비해 소폭 내려갔다.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은 시장을 더 놀라게 했다. 특히 그가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데도 금리를 너무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면 경제에 불필요한 피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한 점은 달라진 연준의 온도를 체감하게 했다. 그는 “연준은 금리를 너무 오래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따르는 리스크를 인식하고 있다. 우리는 그러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매우 신경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은 “금리를 인하하기 위해 인플레이션이 2%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겠다. 그러면 너무 늦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2%로 돌아가기 전에 경제 제약적인 금리 수준을 완화하기를 원할 것이다. 경제가 2024년에 침체에 빠지지 않더라도 연준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이유에 대해 그는 “인플레이션은 고점에서 완화됐으며 이 과정에서 큰 폭의 실업률 상승은 없었다”며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선언하기는 너무 이르지만 현 수준의 금리를 오래 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물론 그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아예 배제한 것은 아니다. 그는 “필요하다면 통화정책을 더 긴축할 준비가 돼 있다”며 “FOMC 참석자들은 금리를 더 올리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있지만 그렇다고 추가 금리 인상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를 원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이 해석하기에 이는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날 성명서는 물론 파월의 발언 모두가 매우 비둘기적인 태도로 일관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2024년 초는 증시에서 강한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금리가 시나브로 내려가면서 주식이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그동안 고금리에 신음하고 있던 소형주들은 주가 상승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다. 윤제성 뉴욕생명 CIO는 “경제는 좋지 않아도 당분간 주식시장은 오를 수 있다. 금리가 내린다면 소형주에 유리한 투자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현재 미국 금융시장에서 단기금리는 장기금리보다 높은 상황이다. 이를 장단기금리 역전 현상이라고 부른다. 역사적으로 장기금리보다 높았던 단기금리가 장기금리 밑으로 내려오면서 장단기금리 역전 현상이 해소되면 매우 높은 확률로 경기 침체가 왔다.
이런 추세라면 2024년 장단기금리 역전 현상 해소가 될 공산이 크다. 실제 이날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후 시장의 2024년 금리 인하 전망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페드워치는 3월에 첫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을 매우 높은 확률로 베팅하고 있다. 파월 기자회견 직전 페드워치는 2024년 금리 인하 횟수를 5번으로 전망했지만 연설 이후 페드워치는 이 가능성을 6번으로 늘렸다.
이는 시장이 연준보다 빨리 단기금리를 내리는 방향으로 대응할 수 있음을 뜻한다. 장기금리과 단기금리가 모두 내려오지만, 단기금리가 더 빠른 속도로 내려오면서 장단기금리 역전 현상이 해소되는 시나리오가 가동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