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권력을 가진 중국 공산당이 가장 신경 쓰는 경제 통계를 꼽으라면 바로 실업률이다. 중국은 매년 3월 한 해의 국가 운영 청사진을 발표할 때 경제성장률 목표치와 함께 실업률 목표치를 공개한다.
중국 공산당이 실업률에 민감한 이유는 일자리 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체제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국 국민들은 일자리가 있고 발을 뻗고 누울 집이 있다면 공산당의 무소불위 권력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70년 이상 중국 공산당이 절대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끊임없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뒤집어보면 안정적인 일자리가 사라지고 실업률이 치솟으면 돌처럼 단단해 보이던 공산당의 권력 기반도 무너질 수 있다. 특히 중국은 청년들의 실업률에 더 민감하다.
고도 경제성장의 성과를 누리며 자란 중국의 20~30대는 중국 공산당의 핵심 지지세력으로 분류된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우선 이들 세대는 학창 시절부터 철저하게 애국주의 교육을 받았다. 1989년 톈안먼 사태로 불안감을 느낀 중국 공산당이 청소년들에 대한 국가주의 교육을 대폭 강화했기 때문이다. 성장 과정에서 압축적 경제발전의 과실을 온전히 누리게 된 것도 이들에게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높여주는 기폭제가 됐다. 공산당 덕분에 미국에도 할 말을 할 수 있는 세계 2위 대국으로 성장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에서 벌어지는 서방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이다.
신장에서 생산한 면화 사용을 중단했다는 이유로 글로벌 패션 브랜드 H&M, 아디다스 제품 불매운동을 주도한 것은 공산당 청년 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었다. 중국 젊은층이 이에 적극 호응하면서 불매 운동 대상이 된 서방 기업들의 중국 내 매출이 급감했고, 일부 업체는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기도 했다.
이처럼 공산당의 확실한 우군 역할을 했던 청년들의 마음을 계속 잡아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질의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공급돼야 한다. 중국 당국이 청년실업률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발표된 중국 실업률 통계는 중국 공산당과 정부를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5월 기준 중국 16~24세 청년실업률이 20.8%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16.7%였던 청년실업률이 4개월 연속 상승하며 지난 4월 20%를 넘어선 데 이어 한 달 만에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청년실업률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중국 대학은 6월 말에 졸업식을 한다. 이 때문에 청년실업률은 여름에 더 높아지는 추세를 보인다. 특히 중국의 올해 대학 졸업 예정자는 지난해보다 82만 명 증가한 1158만 명에 달한다. 역대 최대 규모다. 청년실업률이 고공행진 하는 가운데 1200만 명에 달하는 신규 대학 졸업자까지 구직시장에 쏟아져 나오면 취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취업난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청년실업률은중국 젊은층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당장 중국 젊은이들의 애국주의에도 변화의 흐름이 감지된다. 공청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공청단원은 7358만 명으로, 1년 전보다 13만2000명이 감소했다. 공청단의 주축 세력인 학생단원이 전년보다 8.3% 급감했기 때문이다. 기업과 지역사회 단원들은 증가했지만, 유독 학생 단원만 감소한 것도 이례적이다. 지난해 11월의 무관용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발해 일어난 ‘백지 시위’를 주도한 것도 대학생들이었다. 백지 시위에 ‘시진핑 퇴진’이라는 구호가 등장한 것도 공산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대목이다.
고학력자들을 중심으로 사회에 대한 환멸을 드러내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의욕을 잃은 청년들 사이에 ‘탕핑(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추구하는 탕핑족이 많이 늘어났고 최근에는 문호 루쉰의 소설 <쿵이지(孔乙己)>에서 따 자신의 처지를 자조하고 체념하는 ‘쿵이지 문학’이 유행하고 있다. 청나라 말기 지식인인 쿵이지는 과거시험에 연연하다 밥벌이조차 제대로 못 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대학 졸업장에 걸맞은 직장을 얻지 못했지만 저임금 일자리는 외면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쿵이지에 빗대 자조하는 것이다. 당연히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중국 정부가 연일 청년 일자리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우선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실업 청년이나 졸업한 지 2년 미만인 미취업 대졸자를 1년 이상 고용하는 기업에 일회성 고용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또 많은 인력을 고용하는 기업에는 대출 금리를 우대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중국 당국의 직접적인 영향력 아래에 있는 국영 기업들에는 대학 졸업생 신규 채용 규모가 지난해 수준을 밑돌지 않게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청년 일자리가 부족한 것은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이후에도 경제 회복이 더딘 탓에 기업들이 신규 고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창업을 원하는 대학 졸업생들에게 창업 지원 대출과 이자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허위 채용 등 취업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불법 행위와 고용차별 행위를 엄격하게 단속하도록 했다.
하지만 기업 채용 확대와 창업 지원만으로는 쏟아지는 청년 구직자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는지 추가로 ‘농촌’과 ‘노점상’이라는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시진핑 주석은 5·4 청년절을 즈음해 중국농업대학에 다니는 학생 대표가 보낸 편지에 답신하며 “학생들이 농촌으로 가 일을 하면서 민생을 이해하고 학문을 연마한다니 내 마음이 매우 기쁘다”면서 신시대 중국 청년들은 이런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관영매체들은 이 같은 시 주석의 편지를 소개하면서 젊은이들이 사무직만 찾지 말고 땀을 흘리는 노동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는 취지의 보도를 쏟아냈다. 하지만 젊은이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취업난 해결을 위해 당국이 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농촌으로 가라는 것인데 이는 정부가 도와주지 않아도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비판의 글이 올라온다.
중국 정부는 과거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금지했던 노점상을 다시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노점상을 활용해 청년 일자리도 늘리고 내수도 진작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국 남부 최대 도시인 선전이 오는 9월부터 지정된 구역 내에 노점을 설치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상하이도 특정 시간에 일부 구역을 지정해 노점상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