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초 저녁 일본 혼슈의 북단 아오모리시. 시내를 행진하는 거대한 네부타(역사·전설·고사·경전 등을 모티브로 철사 뼈대에 종이를 붙여 만들고 채색한 큰 조명 구조물)를 따라 흥을 돋우는 다이코(太鼓·큰북)와 피리 소리, ‘랏세 랏세 랏세라’를 외치는 하네토(네부타 수레의 앞뒤를 따르며 춤추고 흥을 돋우는 행렬) 등은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장관이었다. 수백만엔(수천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엔 이상을 들여 6개월여 준비·제작한 거대한 네부타의 규모와 섬세함·화려함에 압도되기도 하고 북소리와 랏세라 구호, 춤사위 등은 보는 사람들이 축제의 한복판에 참여하고 있다고 느끼게 했다.
미무라 신고 아오모리현(현-광역지자체) 지사는 “코로나19 때문에 3년 만에 네부타 마쓰리(축제)가 개최된다”며 “박물관에서도 살짝 맛볼 수 있지만, 실제 움직이는 걸(거리에서 행진하는 걸) 보면 굉장히 다르고 박력이 넘친다”라고 자부심을 거침없이 표현했다.
네부타 마쓰리는 아키타현의 간토 마쓰리 등과 함께 도호쿠(동북) 지방 3대 마쓰리 중 하나로 꼽히는데 볼거리나 열기, 집객, 경제효과 등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축제 중 하나이다. 네부타 마쓰리는 아오모리시·히로사키시 등 아오모리현의 여러 지역에서 열리는데 그중에서도 아오모리시에서 개최되는 게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축제이다. 2019년까지 매년 여름 열려 지역을 대표하는 이벤트로 자리 잡았고 지역 경제를 띄우는 역할을 해왔지만 코로나19로 2년간 중단됐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2019년, 아오모리 네부타 마쓰리의 집객효과는 국내외를 합쳐 280여만 명. 아오모리시 인구의 10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재유행 영향으로 105만 명가량의 관광객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는 대형 크루즈선 3척이 입항해 승객들이 네부타 마쓰리를 즐겼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신용금고가 일본 광역지자체(도·도·부·현) 47곳의 대표 마쓰리 48개를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이전의 경제효과는 연간 5302억엔가량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역 경제를 뒷받침하는 산업 중 하나인 니혼슈(일본 청주) 제조업의 2019년 출하액(4099억엔)을 뛰어넘는 수치이다.
경제효과의 규모 면에서는 도쿄의 ‘산자 마쓰리(628억엔)’가 1위이고 홋카이도의 ‘유키(눈) 마쓰리’가 뒤를 이었다. 네부타 마쓰리의 경제효과는 382억엔. 하지만 지역의 총생산(GDP)에 대한 마쓰리의 경제효과 비율을 바탕으로 측정한 지역 경제 기여도인 ‘지역경제효과지수’에서는 네부타 마쓰리가 8.7로 전국 평균인 7.4를 크게 앞지르며 선두에 섰다. 네부타 마쓰리는 관광객의 호텔·교통·식당 등 이용, 지역 특산물이나 각종 복장 구입, 마쓰리 용품 구입 등으로 이어져 지역 경제를 부양해왔다.
아오모리 네부타에 대한 기록은 18세기 초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한다. 아오모리 네부타 마쓰리의 경우 매년 8월 2~7일 개최되고 보통 20여 개 안팎의 단체가 만든 네부타를 시내 3㎞가량의 거리를 행진하며 연도의 관객에게 선보인다. 거대한 네부타 외에도 현청·기업 등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작은 규모의 작품들도 많다.
올해는 17개 단체에서 대형 네부타를 선보였다. 특히 올해 작은 규모의 작품 중에는 아오모리현청에서 준비한 대한항공 네부타도 있었다. 대한항공 항공기를 테마로 했는데, 지금은 코로나19로 중단돼 있지만 1995년부터 아오모리 노선을 운항해온 것에 대한 고마움과 노선 재개의 기원을 담아 아오모리현청이 네부타를 준비했다.
거대한 네부타는 수레에 얹어 수십 명을 인력이 끌고 이 수레의 앞뒤를 대북과 피리 연주대, 하네토 등의 행렬이 따른다. 한 단체의 네부타 행렬은 적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2000여 명에 달하기도 한다. 평소 같으면 복장만 갖추면 관광객을 비롯해 누구나 하네토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사전에 등록한 사람만 하네토로 참여할 수 있게 해 인원을 조정했다.
축제 기간 행진하는 네부타를 심사해 대상작 등을 선정하고 마지막 날에는 수상작 등을 선보이며 불꽃 축제를 벌인다. 네부타 대상을 받은 작품은 아오모리역 인근의 네부타 박물관인 ‘와랏세’에 전시된다. 올해 대상은 아오모리 능후회가 출품한, 다케나미 히로오씨의 작품 ‘용왕’에게 돌아갔다.
행렬의 규모나 열기 등도 대단하지만 네부타 마쓰리의 꽃은 역시 네부타이다. 대형 네부타의 크기는 높이 5m, 폭 9m에 달하고 이를 옮기는 수레를 포함하면 무게가 4t에 달하기도 한다. 19세기에는 높이가 20m에 달하는 네부타가 등장하기도 했다.
아오모리 시내의 해안에는 ‘네부타 코야(임시건물)’가 자리하고 있고 여기에서 출품되는 네부타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전시된다. 축제 기간 저녁시간에는 네부타의 시내 행렬이 진행되지만, 낮에는 관광객도 네부타 코야에서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다. 대형 네부타 등은 주제 선정에서부터 제작까지 전문적인 기술·지식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네부타시’라고 불리는 전문가와 명인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만든다.
대형 네부타 제작에는 500만엔가량 들고 축제 기간 운영하는 인건비 등까지 포함하면 총 비용은 1000만엔을 넘는다. 따라서 출품에 나선 단체만으로는 비용 충당이 만만치 않아 기업의 이름을 네부타 수레에 붙여주는 방식으로 ‘지원’을 받는다. 수레 전면의 간판광고는 100만엔 안팎, 측면의 간판은 40만엔 안팎이라는 게 네부타 마쓰리 관계자의 귀띔이다.
네부타의 제작은 ▲역사·전설·고사 등에서 주제 선정 ▲뼈대와 전기배선 제작 ▲종이 붙이기 ▲밑그림 그리기 ▲채색 ▲수레에 얹기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미무라 아오모리현 지사는 “아오모리현은 (관광) 콘텐츠에서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중 하나가 네부타 마쓰리”라며 “마쓰리 외에도 자연·문화 등에서 다양한 교류를 해나가고 싶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