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5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에서 리커창 총리가 2022년 성장률 목표를 5.5%로 제시하자 주요 외신들은 이런 제목으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 중국이 6% 미만 연간 성장 목표를 제시한 것은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 유혈 진압 사태의 여파가 지속되던 1991년 이후 31년 만에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던 중국이 31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제시했지만 당시 경제 전문가들의 평가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2022년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전문가들의 예상치 5.1%보다 높다”고 했고 BNP파리바는 “현재 중국 경제 성장 모멘텀은 5.5% 이하인 만큼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더 많은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2년 절반이 훌쩍 지난 시점에서 중간점검을 해보면 당시 전문가들의 예상처럼 중국의 성장률 목표 달성 가능성이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외부 악재에 이어 무관용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도시 봉쇄 등으로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상반기 중국 경제가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실제 7월 발표된 중국 2분기 성장률은 0.4%를 기록하며 0%대로 주저앉았다. 우한 사태 충격이 가장 컸던 2020년 1분기(-6.8%) 이후 가장 낮은 분기 성장률이다. 시장에서 예상한 수치보다도 크게 낮았다.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는 1.0%였다. 중국 분기별 성장률 추이를 보면 2분기 경제 충격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 중국은 지난해 1분기 성장률이 코로나19 기저효과로 인해 30년 만에 최고치인 18.3%를 기록하며 V자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2분기부터 7.9%, 4.9%, 4%로 점진적인 하향세를 보였다.
이에 중국 정부가 각종 부양책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올해 1분기인 4.8% 성장률을 기록하며 일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결국 제로 코로나 청구서가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으며 2분기에 0%대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블룸버그는 “코로나 감염을 박멸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고집으로 경제가 큰 대가를 치렀다”고 전했다.
중국 경제가 이처럼 2분기에 급격히 무너진 가장 큰 이유는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주요 도시가 봉쇄되면서 생산, 소비, 투자 등이 급격히 악화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역별 2분기 성장률 지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중국 경제 수도로 불리는 상하이의 2분기 성장률은 -13.5%로 중국 31개 성급 행정구역 중 꼴찌를 기록했다. 중국의 금융·상업·무역 거점인 인구 2500만의 초거대 도시인 상하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3월 말부터 5월까지 두 달 넘게 전면 봉쇄되면서 경제가 완전히 마비됐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준봉쇄 상태 조치를 단행했던 수도 베이징도 2분기 성장률이 -2.9%로 크게 낮아졌다. 중국 유명 관광지인 하이난성도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다. 주요 도시 봉쇄 등으로 관광객이 급격히 줄면서 2분기 경제가 -2.5%로 역성장했다.
이제 세계 경제는 중국이 하반기에 얼마나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일단 간단한 추정치부터 살펴보자.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중국은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5.5%로 정했다. 중국의 올해 상반기 성장률은 2.5%다. 중국 정부가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하반기에 최소 7%대의 성장률을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성장률 목표치 달성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우한 사태 이후 중국 경제는 V자 반등에 성공했지만 이번에는 경기 침체가 좀 더 장기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소비와 부동산 시장의 회복이 여전히 더딘 데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 대외환경도 여전히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 도시 봉쇄로 바리케이드가 설치된 중국 상하이 거리. <사진 연합뉴스>
실제 로이터와 블룸버그가 집계한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4.0%, 4.1%다. 세계은행은 4.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4.4%, UBS는 3% 미만, 바클리스는 3.3%를 제시했다. 이 같은 전망치는 중국 정부 목표와 큰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여전히 5.5% 성장률 목표치를 고수하고 있다. 슬그머니 목표치를 낮출 수도 있지만 아직은 자존심을 버리고 목표를 낮출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목표치를 낮추지 않는 배경에는 정치적 상황도 자리 잡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올해 가을 당대회를 통해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확정할 예정이다. 시진핑 주석의 대관식을 국가적 축제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중국 당국은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경제 충격이 장기화되면 민심이 동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 정부가 하반기에 동원 가능한 모든 경기부양책을 쏟아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얻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더 많은 부양책을 내놓는다면 현재 진행 중인 성장률 둔화에 대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미 중국 정부는 지난달 정책은행의 인프라 프로젝트 대상 대출을 8000억위안(약 156조원) 늘리겠다고 밝히는 등 대규모 재정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하반기 인프라 투자에 쓰이는 지방 정부 특수목적채권(특별채)을 앞당겨 발행하거나 특별국채를 발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금리 인하, 지급준비율 인하와 같은 통화정책 카드도 거론된다. 경제전문가들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하반기에 최소 한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부동산 대출 활성화에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5년물 대출우대금리(LPR) 인하 가능성이 대두된다.
중국 경기 둔화가 하반기에도 개선되지 못할 경우 세계 경제에도 큰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중국 경제는 빠른 속도의 회복력을 보여주면서 세계 경제 하방 압력을 둔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현 시국에서 중국의 역할이 크게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급격한 통화 긴축과 함께 중국의 경기 둔화를 올해 하반기 글로벌 경제의 최대 위협 요인으로 꼽고 있다.
중국 경기 침체는 한국 경제에도 큰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지면 우리나라 성장률도 0.1~0.15%포인트 하락한다. 특히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인데 중국 경기가 어려워지면 한국의 수출액도 줄 수밖에 없다. 올해 대중국 무역수지가 28년 만에 첫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