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8년차인 김윤수 과장은 올 초 달력을 보곤 내심 든든했다. 김 과장만이 아니라 부서 직원 모두가 붉게 물든 달력을 바라보며 기쁜 그대 떠올렸더랬다. 하지만 막상 닥친 현실은 각박했다. 탈탈 털어 먼지만 날리는 지갑 얘기가 아니다. 길고 긴 경기침체에 축 처진 어깨 얘기도 아니다. 이번엔 뭔가 달랐다. 왠지 죄스러웠다. 갑갑한 마음에 병원을 찾은 김 과장은 ‘외상성 스트레스 증후군’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생명의 위협을 받은 사고를 직접 경험하진 않았지만 심적 외상이 생각보다 깊었던 것 같다”며 “푸욱 쉬는 게 가장 좋은 명약”이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후죽순으로 터져 나온 사건 사고에 가슴 쓸어내리는 이들이 늘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피할 수 없는 인재(人災)에 억장이 무너졌다. 피해자와 유가족뿐만 아니라 언론 보도로 사건을 접한 일반 국민들까지 우울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일부 학계에선 이러다 ‘전 국민 집단 우울증세’로 번질 수 있다고, 이젠 잠시 쉬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과연 마음의 안정을 위한 진정한 해법은 무엇일까.
의사에게 명약을 처방받은 김 과장은 7월 중순 경 여름휴가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 8년간 단 한 번도 꽉 채워 쓰지 못했는데, 올해는 주말까지 무려 9일간 가족과 함께 섬 여행에 나서기로 했다. 디데이 한 달 전, 김 과장은 휴가지에서 보려고 구입한 책의 한 문단을 직접 편지지에 옮겨 아내에게 선물했다. 이번엔 왠지 설레었다.
“에스키모는 자기 내부의 슬픔, 걱정, 분노가 밀려올 때면 무작정 걷는다고 한다. 슬픔이 가라앉고 걱정과 분노가 풀릴 때까지 하염없이 걷다가 마음의 평안이 찾아오면 그때 되돌아선다고 한다. 그리고 돌아서는 바로 그 지점에 막대기를 꽂아둔다. 살다가 또 화가 나 어쩔 줄 모르고 걷기 시작했을 때 이전에 꽂아둔 막대기를 발견한다면 요즘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뜻이고 그 막대기를 볼 수 없다면 그래도 견딜 만하다는 뜻이 된다. 휴식은 내 삶의 막대기를 꽂는 일이다. 내 안의 나와 끝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평화로움이 찾아올 때까지 가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막대기를 꽂고 돌아오는 일이다.”(김정운 <노는 만큼 성공한다> 중)
실리콘 밸리 CEO들의 훈련, 연결을 위한 단절
디지털 세상을 주도했던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영자들 사이에서 ‘Disconnect to Connect’, 즉 연결을 위한 단절 훈련이 유행입니다. 내 뇌로 끊임없이 유입되는 외부 자극을 잠시 차단하고 내 내면과 연결하는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죠. 왜 그런 훈련을 할까요.
이 훈련은 자신의 내부를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인데, 이를 ‘자아의 분리(Ego-Splitting)’라고 합니다. 이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자아는 내가 나를 나라고 인식하는 영역이죠. 살면서 주변과 반응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주체입니다. 이걸 두 개로 나누는 훈련을 하는 것인데, 하나는 삶을 경험하고 실제 살아가는 자아이고 다른 하나는 그 삶 속의 자아를 관찰하는 자아로 나누는 겁니다. 내가 나를 모니터링하는 건데, 이 능력이 커지면 삶에 여유가 생기고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채찍질만 해대는 무의식과 시스템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하나의 정보로서 그것을 다룰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이죠. 내가 내 인생을 살기 위해 한 발짝 떨어져 내 뇌가 만드는 생각과 감정을 모니터링 하는 연습. 실제 우리는 뇌에서 무언가를 지시하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데 익숙해져 있죠. 내 마음을 잘 모니터링하기 위해선 우선 뇌에서 흘러나오는 내용들에 즉각 반응하는 것을 잠시 끊고, 그저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몇 가지 팁을 정리하면 7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P125 ‘연결을 위한 단절’ 박스 참조)
단순해 보이지만 이런 연습을 하다 보면 내 뇌가 만들어 내는 생각과 감정이 하얀 스크린에 비추어지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이죠. 심리학적 자유는 내가 나를 바라보는 여유에서 찾아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 여유가 창조적 마인드를 갖게 하고 비즈니스 성공도 가져온다는 것이 최신 뇌 과학의 주장입니다.
‘바캉스’의 라틴어 어원에는 프리덤이란 의미가 있습니다. 휴식은 자유죠. 허나 조정신경망만 쓰는 이들은 9박10일간 해외여행을 가도 그쪽 신경망밖에 쓸 줄 모릅니다. 제가 생각하는 휴식과 자유는 굳이 어딜 가지 않더라도 뇌를 쉬게 해주는 것이죠. 사실 저도 에너지가 소진돼 하루 10분씩 사색하며 걷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소진증후군이 오면 세 가지 문제가 생기는데 첫째, 의욕이 떨어지고 둘째, 성취욕이 없어지면서 셋째, 공감능력도 떨어집니다. 정신과 의사가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니.(웃음) 운동 덕분에 저도 요즘 많이 좋아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마음의 휴식을 어떻게 얻어야 하냐고 기적 같은 방법을 묻는데, 이러한 방법을 설명하면 허무하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삶에 조금이라도 적용시키면 달라집니다. 놀면 불안하다, 밀릴까 걱정된다, 기타 등등 이유와 변명이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놀아야 성공합니다. 잘 노는 사람이 에너지도 넘치고 창조적 능력, 공감능력이 더해져 리더로 성장합니다. 전 감히 이제는 잘 노는 사람이 리더가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Disconnect to Connect : 연결을 위한 단절 1. 세 번 깊게 호흡하며 그 호흡의 흐름 느끼기
출근해서 컴퓨터가 켜지는 동안, 회의 시작 전 또는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호흡하면서 마음을 느껴본다.
2. 조용한 곳에서 밥 음미하며 먹기
음식의 색깔, 향, 그리고 밥알의 움직임을 느끼며 먹는 천천히 밥 먹기(Slow Eating)도 내부세계에 집중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3. 하루 10분 사색하며 걷기
여유롭게 몸의 움직임을 느끼는 경우 뇌의 긴장감을 이완시키고 내 마음을 바라보는 여유가 생긴다.
4. 일주일에 한 번 벗과 힐링 수다하기
지치고 불안한 마음은 내 마음을 바라볼 여유가 없다. 공감 수다만한 위로가 없다.
5. 슬픈 영화나 슬픈 작품 주 1회 감상하기
즐겁고 재미있는 내용으로 마음을 조정하는 것을 기분전환이라 하는데, 그것만 하다 보면 내 마음의 슬픈 콘텐츠를 바라보는 능력이 줄어들게 된다.
6. 일주일에 3편의 시 읽기
사람의 마음은 논리보다 은유에 움직인다. 은유에 친숙해지는 것은 내 마음을 바라보는데 큰 도움이 된다.
7. 스마트폰 집에 두고 당일치기 기차 여행하기
기차 창문을 멍하니 보면 명상 효과가 있고 내 마음을 바라보는 힘이 생긴다.
휴식이 필요해?! 정년 후에도 일하는 나라 韓國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정년퇴직 후에도 가장 오래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에 따르면 2012년 기준 한국 남성의 유효 은퇴연령은 평균 71.1세. 멕시코(72.3세)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여성은 평균 69.8세로 칠레(70.4)에 이어 역시 2위였다. 유효 은퇴연령은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나이로 실질적인 은퇴 시점을 의미한다.
남성의 경우 멕시코, 한국의 뒤를 칠레(69.4), 일본(69.1), 포르투갈(68.4), 아이슬란드(68.2)가 쫓고 있다. 반면 가장 낮은 국가는 룩셈부르크(57.6), 벨기에(59.6), 프랑스(59.7)순으로 집계됐다. OECD 평균은 64.2세였다. 여성은 멕시코(68.7), 아이슬란드(67.2), 일본(66.7), 포르투갈(66.4)의 유효 은퇴연령이 칠레, 한국에 이어 가장 높았다. 벨기에와 슬로바키아가 58.7세로 가장 낮았다. OECD 평균은 63.1세였다.
우리나라 남성은 유효 은퇴연령이 공식 은퇴연령(60)과 11.1세나 차이가 나 OECD 회원국 중 가장 격차가 컸다. 이는 정년퇴직 후에도 10여 년간 더 일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쯤 되면 하루라도 젊을 때 휴식과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말, 허투루 들을 수 없는 진리 아닐까.